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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88)
50년 세월도 애명환 소리는 지우지 못했다(2)
"으아악"
"아악!"
쓰린 듯한 느낌에 고개를 숙이던 무인들은 이내 비명을 지르며 바닥
으로 털썩 쓰러졌다. 허리를 기점으로 상하로 분리된 시체들의 몸에서
흐르는 낭자한 피와 함께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
하지만 백산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은영마삭 중간을 허리춤에 감은 채로 양끝을 사방으로 움직이며 갑
판에 있던 만씨세가 무인들을 도륙하기 시작하였다.
은빛 광채를 발하던 은영마삭이 백산의 손에 들리자 저주마병으로
변했다. 소리 없는 죽음의 향연이었다.
둥글게 원을 그릴 때도 만씨세가 무인들의 몸이 잘렸고, 마구(魔球)
가 직선으로 뻗어나가도 주검이 생겨났다.
인간과 선박을 가리지 않았다. 선수의 닻줄을 감던 기둥이 잘리고,
갑판 난간들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죽일 놈! 만우순마저 네놈이 죽였구나."
이제야 은영마삭을 알아본 만철은 더욱 살기를 풍기며 패왕도를 들
어올려 가슴으로 모았다. 패왕도법 2초인 청라패왕탄(靑羅覇王彈)을
펼치기 위한 기수식이었다.
만철의 패왕도에 물방울처럼 맺혀들던 푸른 기운들이 이내 하나로
합쳐지고, 그의 도는 한겹 막을 씌운 것처럼 변했다.
전 내공을 발휘한 만철의 몸은 허공을 향해 천천히 치솟아 올랐다.
바람을 한껏 머금은 옷자락이 펄럭이자 만철 주변으로 둥글게 생겨난
막이 내리는 빗물을 증발시켰다.
"가랏!"
만철은 천둥 같은 고함을 지르며 백산을 향해 돌진하며 패왕도를 휘
둘렀다. 청라패왕탄은 도탄강기를 시전하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일반 도에서 펼치는 도탄강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중병에서
쏟아져 나온 도탄강기였기에 그 위력은 거의 이기어검수준에 육박하는
엄청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래봐야, 만철이 네가 죽는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사방으로 은영마삭을 휘둘러 만씨세가 무인을 살상하던 백산은 진득
한 살기를 머금고 다가오는 도탄 강기를 향해 뛰어들었다.
일순 그의 몸에서 노을처럼 붉은 광채가 퍼졌다.
"저럴 수가……."
만자승의 목을 들고 선실을 나서던 천괄은 넋을 잃은 얼굴로 백산을
쳐다보았다. 도탄강기를 징검다리 삼아 만철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것
이었다. 말이 좋아 도탄강기지, 강기만 해도 무쇠를 두부처럼 잘라내
는 엄청난 경지가 아니던가. 그런 강기를 더욱 강하게 만든 무공이 도
탄강기고, 내공이 실린 도검조차 무용지물로 만드는 경지가 탄(彈)이
다.
그런 탄을 발로 밟고 가다니.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천괄이 아무리 놀랐다 한들 도탄강기를 펼친 만철 본인만 할
까. 전면으로 나아가던 만철은 경악한 얼굴로 백산을 쳐다보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놈은 눈마저 감고 있다는 것이다.
앞을 보지 않은 상태로 자신이 만들었던 탄강을 밟아 오고 있다. 그
속도 또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어느 결에 눈앞으로 다가온 놈은 붉은 기운에 휩싸인 오른발을 차올
리고 있었다.
일순 턱을 향해 날아오는 붉은 광채를 막기 위해 패왕도를 횡으로
들어올려 내공을 주입했다.
파앙!
3갑자의 내공이 주입된 패왕도는 무참하게 부러지고, 그 사이로 백
산의 오른 발끝이 만철의 턱에 박혀들었다.
"크어억!"
낮은 비명을 지른 만철은 선수 끝가지 날아가 거칠게 처박혔다.
"우엑!"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만철은 이내 목을 타고 넘어오는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 속엔 피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핏속에 섞여 새하얀 덩어리들이 무더기로 떨어져 내렸다.
입안을 장식했던 이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놈, 눈을 떠라!"
반 조각 밖에 남지 않은 도를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지금까지도 놈
은 눈을 감고 있다.
"내가 눈을 뜬 순간 너는 죽는다, 만철이."
"죽일 놈! 으아아!"
산동만씨세가의 가주이자, 거령패왕도라 불렸던 만철은 아들과 같은
길을 택하고 말았다.
단전 아래 잠자고 있던 진원지기를 뽑아내고 만 것이다.
만철의 몸에서 뇌전이 일 듯 번쩍이는 광채가 솟고, 두 눈마저 푸르
게 변했다. 온몸을 감쌌던 옷이 찢겨나가고 산발한 머리는 하늘로 치
솟았다. 부러진 반도에서는 1장 길이의 강기가 쭉 튀어나왔다.
"크아악!"
발악하듯 고함을 지른 만철의 신형이 빛살처럼 백산을 향해 폭사되
었다. 진원지기를 뽑아 올려 동귀어진 수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 순간.
번쩍!
지금껏 감겨 있던 백산의 눈이 번쩍 떠지고, 유리알처럼 투명한 눈
동자가 타나났다. 그리고 백산의 오른 손은 만철의 얼굴을 가리켰다.
"네 놈은 파……. 아- 악!"
무엇인가를 말하려던 만철은 말을 잇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을 내질
렀다. 입안으로부터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만철의 입안을 빠르게 관통했다 사라진 그것은 백산의 오른 손에 있
던 독천비(毒天匕)였다.
털썩!
순식간에 머리가 녹아버린 만철의 신형은 가볍게 떨다가 이내 잠잠
해졌다.
"봤나?"
백산과 만철의 싸움을 지켜보던 천괄은 갈영상을 향해 물었다. 마지
막 순간에 번쩍 하고 나타났던 광채. 너무 빨리 확인하지 못했지만 만
철의 얼굴을 녹여버린 그것은 가공할 독(毒)이 분명했다.
"무슨 수로 봅니까,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 전면에 있었다 하더라
도 보지 못했을 겁니다."
갈영상은 고개를 흔들었다. 더 이상 백산에게 관심을 두지 않기로
하였다. 그는 변황사신이라 불렸던 자신들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절대 강자였다.
만철의 죽음을 끝으로 만씨세가의 배에는 노잡이를 제외하고는 살아
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두려움에 물로 뛰어들었던 자들마저 사양선
을 비롯한 살수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여 다시 위로 올려졌다.
만철의 배에 타고 있던 무인들은 단 한 명도 배를 떠나지 못했다.
"다 끝났다, 가자!"
은영마삭을 허리춤에 갈무리한 백산은 짧게 말하고 적룡호를 향해
몸을 날렸다.
"괜찮아?"
창백한 얼굴로 서 있는 주하연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물에 들어가서 씻고 와, 냄새나."
진이 빠진 듯 털썩 주저앉은 주하연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
론 웃어야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백산에게 미안했다.
이번 일은 남경왕부에 관한 일일뿐 백산과는 전혀 상관없다. 공연히
자신 때문에 잠자던 천살성(天殺星)을 깨운 것 같아 걱정스럽기 그지
없었다.
더하여 이번 백산의 행동을 겪고, 책에서만 보았던 천살성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천살성은 한번 피를 보면 멈추려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스스로 핑
계를 만들어가면서라도 적이라 추정되는 자들을 없앤다고 하였다.
백산의 모습이 그랬다. 광혈지옥비의 저주를 풀었다고 하지만 이성
을 잃는 것만 막았을 뿐, 그는 여전히 천살성의 능력을 그대로 발휘한
다.
"그런가? 읏차!"
온통 피범벅이 된 제 몸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던 백산은 이내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대충 물에 휘저어 옷과 얼굴에 묻은 피를 씻어낸
다음 다시 배로 올라왔다. 그리고 선저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빠르게 내려간다. 전속 항진!"
"알겠습니다!"
선저에 있던 병사들의 목소리가 쾌활하게 울렸다. 배는 유령선을 방
불케 할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더 이상 위험 없다는 사실에
고무되었는지 힘차게 노를 젓는 그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선저에만 있던 그들은 북황련 배에서 일어난 참극이나, 회하를 떠다
니는 시체를 보지 못했기에.
탄력을 받은 적룡호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그 순간.
그들보다 아래쪽에 있는 남천벌과 북황련 전쟁터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막바지에 접어든 순간 나타난 한 척의 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남궁세가!"
남세옥의 입에서 나직한 욕설이 흘러나왔다. 배 2척에 달한 전력을
가지고 북황련과 충돌했지만 남천벌의 피해가 너무 컸다.
적선 3척을 침몰시킨 동안에 남천벌은 5척의 배를 잃고 말았다. 무
인들 때문이 아닌 노잡이들 때문이었다.
급조된 남천벌 노잡이들은 치고 빠지기에 능한 북황련 쪽 노잡이들
과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나마 전력이 우세하여 3척을 침몰시켰고,
마지막 정리를 하려는 순간 나타난 자들이 남궁세가였다.
더구나 창해호 선수에 서서 이편을 쳐다보는 자는 자신과 같이 신진
십룡의 일인에 들어있는 남궁창이다. 왈칵 짜증이 밀려왔다.
"참으십시오, 형님!"
"알고 있네,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
짓씹듯 말한 남세옥은 전면 선수로 나가며 남궁창을 주시했다.
곧이어 그의 귓전에 남궁창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들은 지금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 허락도 없이 남궁세가 영
역에 병력을 투입했음은 물론이고 이곳에서 전쟁을 치렀다. 오늘 이
일은 북황련과 남천벌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싸움은 용납하지 않겠다. 배를 돌려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
"기고 만장했구나, 남궁창! 우린 남경왕부를 돕기 위해 출동했을
뿐, 다른 목적은 없다. 너의 남궁세가에서 적룡호를 도왔더라면 우리
가 여기까지 나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주인행세를 하려거든 그에
합당한 행동을 했어야지. 하지만 너희 남궁세가는 그렇게 하질 못했
다. 오히려 우리 남천벌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
"흥! 남경왕부를 도우러 왔다는 자들이 적룡호를 저렇게 방치했더
냐?"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 남궁창은 뒤쪽을 가리켰다. 폐선으로 변한 적
룡호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글쎄, 그거야 세인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지, 네가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
애써 놀라움을 숨기고 남세옥은 맞받아쳤다.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
히 맞고 있는 그들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았다.
만철을 물리친 것은 물론이고, 적룡호에 타고 있던 자들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의미이리라.
대단한 자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천벌이 일부 막아주기는 했지만
회하채의 공격과 만씨세가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자들이 아닌가.
문득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었던 귀광두가 달리 보였다.
"형님! 저들에게 배를 한 척 내줘야겠습니다."
그때 곁으로 다가온 양천리가 남세옥을 향해 말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네. 마마! 저희들이 배를 한 척 드리겠습니다.
그 배를 타고 가십시오."
"군주마마, 저희 배로 오르시지요."
두 사람은 동시에 주하연을 불렀다.
"훗! 재밌구나. 이젠 나한테 아무런 일도 없을 거라 여긴 모양이구
나. 더 이상 죽을 위험이 없으니까 배를 태워준다는 말이더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주하연은 두 사람을 향해 쏘아붙였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저희 세가에서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일이
벌어진 다음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달려오긴 했으나……."
진땀을 흘리며 남궁창은 겨우 대꾸했다. 주하연은 남궁세가의 입장
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관둬라! 우린 적룡호로 남경까지 가겠다. 비록 깨지고 부서졌지만
적룡호가 있는 곳이 곧 남경왕부다. 이 주하연의 목을 가지고 장난쳤
던 자들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가자!"
비록 비에 젖어 추레한 꼴은 하고 있지만, 주하연의 몸에서 흘러나
온 기운은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남궁창이나 남세옥을 능가했다.
이제 16세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몸에선 위엄이 넘
쳤다.
부르르!
짧은 순간 주하연과 눈이 마주친 남세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차
갑게 식은 그녀의 눈동자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던 탓이었
다.
더구나 주하연 곁에 앉아 있는 귀광두란 녀석은 또 다시 손을 흔들
고 있다.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즐감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즐감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주하연이 그들을 꾸짖고 백산이 남세옥을 향해 손을흔들고 적룡호가 있는곳이 남경왕부다~~~
잘읽었습니다
즐독.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o^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