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정선생님의 카톡에서]
📚전남 특산가(全南特産歌)
鷺山 李殷相 (1903~1982)
1952년 봄 호남신문사에서 전남 특산품의 선전과
판로 개 척을 위하여 임시 수도 부산의 외교구락부에서
전시회를 개최 한 바 있다고 한다.
그 무렵 경남 마산 출신으로 호남신문사 사장이던 노산 이은상(李殷相)선생이「전남 특산 가」라는 4장 시조로 지은 노래 를 신문에 발표했다.
그 당시를 풍미하였던 전남 고장의 특산품 이해를 돕기 위해 전문을 여기에 전재(全載)하며 4장 시조의 특색(特色)을 재음미(再吟味)하여 본다.
길손이 막대 던져 천리강산 헤매더니
여기가 어디메요 그림 속에 들었구나
무등산 눈얼음이 녹아 풀려 흘러내려
양림천(楊林川) 굽이굽이 봄 풍악이 요란하다.
냇물을 바라보니 오리 떼 물장구질
어느새 저도 몰래 세상 시름 잠깐 잊고
해남 윤고산의 글 솜씨를 잠깐 빌어
노래 한 장 지었건만 부르기는 누가 하리.
구례 송만갑(宋萬甲)이 활개 젓고 나타나자
벌교 화중선(花中仙)이 치마 끌며 들어서고
나주 정남희(丁南希)는 북채를 잡았는데
낙안 오태석(吳太石)이 가얏고를 안았구나.
언덕을 올려보니 백초(百草)를 두른 속에
크도 작도 않은 집이 천하운치 도맡았지
대사립 열고 들어 주인을 찾았더니
초당(草堂) 사랑채로 반겨맞아 들이누나.
인사를 바꾸자니 글하는 선비로고
나주샛골 세목(細木)으로 위 아래를 입었는데
광양 먹감 은장도를 옷고름에 는짓 차고
담양 오죽 담뱃대를 자리 앞에 놓았구나.
옥매산 돌서랍에 동복초(同福草) 담겨 있고
지리산 재떨이에 광주 성냥 놓여있네
해남 풍류 백옥봉(白玉峯)의 주련 글씨 바라보니
용의 고리 감은듯이 봉의 날개 떨쳤구나.
능주 양학포(梁學圃) 묵죽 그림 붙인 아래
진도 허소치(許小痴) 묵화 병풍 둘러치고
보성 임옥전(林玉田) 매화 그림 봄이려니
동복 송사호(宋砂湖) 나비 그림 살았구나.
주인께 다시 일러 집구경을 하자하니
첫말에 선뜻 일어 앞장서며 따르라네
차면(담) 안을 들어서니 양지 바른 남향집이
목포석(木浦石) 다듬어서 주초를 놓았구나.
지리산 솔 기둥에 백양산 서까래요
조계산 들보 질러 몽탄기와 얹었는데
무등산 구들장에 장성 장판 기름 먹여
닦고 쓸고 쓸고 닦아 거울같은 안방이네.
진상 가던 나주 명물 봉황 새긴 화류장농
이 분이 그 누관대 이 집으로 들어왔나
보성 벌교 치자물을 곱게 들인 금성주(명주)를
지리산 박달나무 홍두깨에 올렸구나.
선반을 쳐다보니 찬합 층층 구례목기
죽석에 바구니를 담양 죽기 얹혀있고
장흥에도 장평 모시 곡성에도 석곡 삼베
무안 여천 솜 뭉치 반닫이에 들어있다.
용문 화문 돗자리는 보성 축내 명물이요
담양 부채 세죽렴(細竹簾)은 여름철을 기다리고
영암 참빗 얼레빗에 대흥산(두륜산) 동백기름
현부인 경대 위에 가지런히 놓였구나.
뒤울안 장독대엔 화순 광양 오지그릇
완도산 씨암탉이 둥주리에 알을 품고
부엌문 열리더니 술상 차려 나오는데
나주 행자판에 갖은 술을 맛보라네.
강진 소주 취하기로 대합국에 속을 풀고
진도 구기자주 약되라고 또 마시고
광주 매화주를 다시 한잔 기울이며
무안 차돌배기 수육부터 찾는구나.
법성포 굴비 대하 광양 장흥 구은 은어
여수 명물 건어포를 젓가락이 하바쁘이
취도록 마신 후에 일어서자 하였더니
광주 자개상이 저녁 차려 나오누나.
화순 불을 피워 득량쌀로 밥을 지어
영광 놋그릇에 구실구실 담았는데
비금도 소금 뿌려 광양 김을 구어놓고
진도 미역 끓인 국을 흠빨거니 마시거니.
영산포 유리 그릇 목포 도자기에
우수영 채석(彩石)깔아 갖은 회를 놓았는데
남평 잉어, 몽탄 숭어, 함평 백어, 구례 황어
흑산도 상어, 고래, 홍어, 전복 싱싱하다.
나주 동문 미나리를 사이사이 곁들였고
영산포 무 배추 간직도 잘도 했네
순천 장성 우무얼림 빛깔조차 가지런히
가거도 전호채(前胡采)야 처음 보는 별미로고.
백양산 송이버섯 제철이 아니것냐
지리산 표고버섯 백운산 싸리버섯
송광사 백탄불에 볶거니 지지거니
지리산 은행알을 입에 넣고 굴리거니.
추자도 멸치젓 나주 함평 토하젓에
고록젓 해삼창자 여수바다 명물이요
이것은 고흥 굴젓 저것은 영암 어란
이 두가지 맛을 붙여 밥 한그릇 다 비었네.
무등산 수박 참외 담양 파시 장성 딸기
제철을 기다려서 맛보기로 하거니와
오늘은 곡성 곶감 주먹같은 보성 밤에
나주 배 아리랑이 거 아니 좋을런가.
구례 광양 동복청을 골고루 맛본 후에
상내고 물러 앉아 뒷입을 다시는데
무안 고구마로 과자를 만들었고
동복 명물 인삼 전과 씹을수록 맛이난다.
무등산 작설차를 곱돌솥에 달여 내여
초의선사 다법대로 한잔 들어 맛을 보고
또 한잔은 빛깔 보고 다시 한잔 향내 맡고
다도를 듣노라니 밤 깊은 줄 몰랐구나.
주인께 하직하고 섬돌 아래 내려서니
난데 없는 진돗개가 컹컹 짖고 달려드네
장성 갈재 여뀌막대 나주 남평 미투리라
행색이 초라하매 도적인 양 알았구나.
이 뒤론 네야 부디 겉만 보고 짖지 말고
겉 뻔뻔한 속도적을 바로 가려 짖거라
한번 이르는 말 알아 듣고 잠잠하이
주인이 돌아서자 꼬리치며 들어가네.
사립 밖을 벗어나니 하늘에 둥실 달이로다
장안을 내려 보며 몇 번이나 비온말이
이 강산 이 겨레를 모두 이같이 살고지고
남북강산 툭 터놓고 부디 이같이 살고지고.
🍁 이 4장시조 '전남특산가'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시조로써 2009년 광주 근대역사 문화활동가 양성교육 한 과정에 '광주100년사'라는 주제 강의 목록에 있는 전문강사 박선홍 선생의 강의 내용중에 발췌 필사(筆寫)한 것임.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