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주일과 의무 축일에는 꼭 미사에 참례해야 하며, 혹 미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대죄를 범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신자가, 주일 미사에 참례를 못한 것은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반면에 다른 신자는 주일에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에는 중대한 이유가 있다하더라도 본당 신부님께 관면을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것이 주일 미사에 대한 올바른 견해인지요?
◈ 신부님 답변
주일과 의무 축일을 거룩하게 지내야하는 의무에 대한 성경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탈출기에서는 주님의 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 엿새 동안 일하면서 네 할 일을 다 하여라. 그러나 이렛날은 주 너의 하느님을 위한 안식일이다. 그날 너와 너의 아들과 딸, 너의 남종과 여종, 그리고 너의 집짐승과 네 동네에 사는 이방인은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주님이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이 안식일에 강복하고 그날을 거룩하게 한 것이다.”(탈출 20,8-11)
이 성경 말씀에서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주님의 날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과 주님의 날에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 다음날인 주일에 모였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기 위한 모임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경축하기 위하여, 그분의 말씀과 몸과 피를 나누는 거룩한 전례가 거행되었습니다. 주일 미사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참여는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해야하는 도덕적인 의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주일 미사 참여를 통한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포기하기보다는 순교하기를 원했던 아프리카의 Abitine의 순교자들은 박해자들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주님의 만찬을 거행하였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의 만찬을 빠트리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주님의 만찬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 순교자들 중에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예, 저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나의 형제들과 함께 주님의 만찬 거행에 참석하기 위해서 갔습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안식일 다음날인 주일에 모여 부활을 경축하며 그분의 말씀과 몸과 피를 나누는 거룩한 전례를 거행했다.
300년에 거행되었던 엘비라 공의회에서는 주일 미사 참여를 의무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리고 341년의 안티오키아 공의회와 343년의 사르디카 공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주일 미사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의무들 중에 하나로 간주되었던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389항에서는 미사 참여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신자들에게 ‘주일과 축일에 거룩한 전례에 참여’할 의무를 부과한다. 그러나 교회는 신자들에게 주일과 의무 축일에, 나아가 더 자주, 매일이라도 성체를 모실 것을 간곡히 권고한다.”
교회법 제1245조에서는 “본당 사목구 주임은 정당한 이유가 있고 또 교구장 주교의 규정을 따라 개별적인 경우에 축일이나 참회의 날을 지킬 의무에 대한 관면이나 혹은 다른 신심 행위로의 교환을 허가할 수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74조 4항에서는 “미사나 공소 예절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신자와 사목자들이 이 조항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경우’와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는 방법들에 대한 많은 질문이 제기하였습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주교회의는, 주일 혹은 의무 축일 미사에 참여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를 ‘직업상 또는 신체적 환경적 이유로 주일 미사에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묵주기도’ 5단과 ‘성경 봉독’, ‘선행’을 제시하였습니다.
‘성경 봉독’은 그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을 의미합니다. ‘선행’은 희생과 봉사활동 등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경우 고해성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건강상의 이유, 환자를 돌보는 일, 노약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주일 미사에 갈 수 없다면 묵주기도나 해당되는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이나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가 없는 나라에서 체류하거나 국가를 위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주일 미사에 참석할 수 없는 경우들에도 해당됩니다.
그리고 외국을 여행하는 중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거행되는 주일 미사에 참례하여도 주일 미사에 참례하는 것이고 참되고 유효한 참례입니다.
박희중 신부 (가톨릭대 교회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