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참 듣기 좋은 말이죠
언론고시라는 말에서 보여지듯,
언론인은 쉽지 않다고 여겨지는 일종의
지적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고
취재원을 상대로 대개 갑의 입장에 놓여있다는
언론 권력을 갖고 있다고도 얘기되죠
대학시절부터,
대학신문 기자, 벤처 언론 편집장,
메이저언론사,진보언론사 인턴을 거치며
이제 본격적으로 언론인으로 진출하려는 시기에
문득 다시 한 번 시사저널 해직기자들이 쓴
'기자로 산다는 것'을 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뇌합니다.
내 인생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과
또 하나는 내가 잘 사는 것이에요.
저 두 목표는 반드시 양립가능해야 하고
또 양립해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인은,
그러기가 힘듭니다.
시사저널은 진보적인 색깔을 갖추었으면서도 상당히
중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시사저널이 부도나자
시장에서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곳이 다름아닌 한겨레21 영업조직이었습니다.
한겨레 21영업조직을 비판하기 전에, 막상 경영 어려움에 폐간 위기에 몰린
그들의 '정당한' 영업 활동을 비난할 수 있는가에 답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총재가 비서를 통해 건넨 차비를 기자가 거절하자
이걸 받지 않으면 자신이 혼난다며 읍소하는 비서를 과감하게 물리칠 수 있을까요?
지난 날 인턴시절, 어느 작은 공장에 취재를 갔었습니다. 거기 사장은 평생을 올곧게
살아오신 한 노인 할머니 분이었는데 제가 열심히 찍고 일도 도와드리고 하며 취재를
마치고 1주일 간의 여정을 뒤로 하며 돌아오려던 날, 밥값을 하라며 5만원을 주셨어요.
저는 거절하지 못 했고 그것은 마음의 부채로 남아 있습니다.
그 마음의 부채는 점점 커질 겁니다. 5만원을 받았다는 건, 10만원, 15만원, 20만원,
30만원, 50만원, 100만원, 1000만원, 1억원, 자존심, 자긍심, 양심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따지고 보면 정론, 견해를 떠나 모두의 목표는 '먹고사니즘'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언론 권력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이 사회의 최후의 보루이며 그 권력은
반드시 약자를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신성한 권력입니다.
그런데, 내 목표가 '이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 외에 '내가 잘 사는 것'도 포함된 이상
내가 이제껏 외면해왔던 언론인이 되는 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적 물음이 지금
저를 고뇌하게 만드네요.
첫댓글 '이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과 '내가 잘사는것' .. 저도 요즘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집니다. 지금껏 내가 기자가 되고자 하는 는 이유는 사회를 밝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순간 문득, 자기 스스로가 조금은 역겹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ngo같은 곳에서 진심으로 일하는 활동가들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건 사회를 밝게 만드는것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큰 방송국 기자라는 명예를 쫓고있는 거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ngo활동을 취재할수는 있겠지만, 직접 ngo가 되지는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들과.. (굳이 ngo만을 말하는게 아닙니다.^^; 신념으로 사는..) 번듯한 직장에 대한 나의 욕심과 명예랄까
나는 진정으로 약자의 편에 설수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취재를 위해 약자의 목소리만을 찾는 사람일까. 얼마나 현실감?? 먹고사는 문제;로 부터 자유로울수있을까 하는 생각들이....군대를 다녀온뒤로..확확 느껴지네요;;;; 다들 취직에 벅찬 시기에 꿈만먹고 살기에는 버거운것같기도 하고.... 저도 무슨소리쓰는지 모르겠는데;;;아무튼 그래요^^;
굉장히 공감합니다. ㅠ
아,,
언론인도 직업인 입니다. 모든것은 직업 으로서의 사명감으로 부터 출발 하는것 같습니다. 언론인은 도를 닦는 도인도 햇살 한줌에 배불러하며 행복해 하는 도사도 아닙니다. 모든것은 현실안에서 부터 출발하되 그 안에 숨겨져 있고 잊지 말아야할 가치를 양심과 윤리적인 잣대로 지켜내는것이 삶이 아름다운 이유가 아닐지요. 언론인은 도인이 아닌 사명감을 가져야만 그 이름에 맞는 가치를 발휘하는 집단이므로 현실적인 충동과 지켜야할 선 앞에서 충돌이 일어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선택과 가치가 옳고 그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욕구 앞에서 더 고뇌하는 것이겠지요. 어렵네요.
언론인 뿐 아니라, 혼자 농사지으며 자급자족하지 않는 한, 사회생활을 하고 조직생활을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정의나 윤리 VS 먹고 사는 문제'의 갈등 말이죠. 그런데 글쓴이는 현직이 아니신 거 같은데도 벌써 '기자는 권력을 가진(혹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는 권위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듭니다. "내가 나중에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될 것 같고, 달콤한 유혹이 막 생길 것이 자명한데 어떻게 하나." 이런 류의 걱정인 것 같다는 말이죠. 본인이 상식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기자 생활을 해 나간다면, 사실 이런 문제는 기자생활에서 그리 크게 고민될 문제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윗 분들도 얘기하셨지만, 어느 조직이건 비슷한 경우는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자신에게 limit을 걸어두시거나 하나씩 만들어가 보세요. 간혹 독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어른이니 비난당한다고 자책하지 마시구요. 대부분 그렇게, 그렇게 살아들 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으로서...어디든 있다에... 한표... 그렇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는 문제는 아닌듯;;; 지금 당장 대답을 하지 못하더라고 늘 고민하고 답을 찾다보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를 상대하는 직업에서 더욱 그런것 같아요... 지금 직장보다 기자가 더 할 것 같기도 해서 걱정이긴 해요;;;
상식이란 게 편차가 크긴 하지만 '상식선에서 해결하라'고 조언 드리고 싶네요. 너무 곧은 분들도 쉽게 부러지거나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고, 너무 유연한 분들은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고요.
기자도 결국 직장인이고 사회인입니다. 단단한 뿌리로 지탱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가지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더 밝은 세상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렵고 힘든 길 가는 사람 괜히 가는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