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부산 1세대 음악인들의 뜻을 담은 마무리를 위한
芸峨 제갈삼 교수 <망백(望百)기념 음악회>
오는 4월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질 芸峨 제갈삼 교수 <망백(望百)기념 음악회>를 취재하고자 남천동 제갈삼 선생님의 댁으로 가는 길은 벚꽃이 흩날리며 아름다운 꽃길을 만들어 반겨주었다. “우리네 나이로 92세 여전히 건강 하실까?”, “연주회 준비를 위한 연습으로 과로하시면 안되는데?... ” 여러 가지 생각으로 걸어가는 길은 망백(望百)이라는 단어에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부산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망백기념음악회이기에 그저 반갑고,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여 주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을 뿐이었다. 현대 사회를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실제적으로 100세 시대의 대표 예술인으로 자리매김 하시는 모습을 만나는 것과 부산 원로 음악인의 음악과 삶에 대하여 증언을 들을 수 있어 행복한 걸음으로 찾아뵙고 말씀을 지면으로 옮겨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여전히 건강하시죠?
어서오세요, 정선생. 아직은 건강하고 좋습니다. 이렇게 꽃피는 봄처럼 나의 음악 인생도 늘 행복하답니다. 요즈음도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다니지요,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서 그런지 균형감각은 여전히 좋아요.
천천히 운동도 하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 훨씬 빨라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번 망백기념음악회를 어떻게 준비하시고 계신가요?
뭐, 준비라는 것 보다는 평생을 함께해온 음악을 음악친구인 배종구 선생과 그리고 제자들이 함께 무대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부산 1세대 음악가로써 그 음악인들의 뜻을 담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매일 서너 시간씩 규칙적으로 연습하는 것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하여 조심하고 있는 것이 준비라면 준비일 수 있겠군요.
부산 음악의 1세대 원로이신데, 작고하신 분들, 그리고 생존하시는 분 등 많은 음악가 선생님들이 생각나실 것 같은데요.
많은 생각이 교차하지요. 해방 후 1세대 음악가들로는 먼저 부산의 관현악 운동을 일으켰던 바이올리니스트 김학성 선생, 음악교육연구회를 만들어 음악교육을 위해 헌신하셨던 금수현 선생, 부산뮤직클럽을 조직하여 활동한 바이올리니스트 배도순 선생, 음악평론가이신 유신 선생, 대구와 부산의 합창운동을 선도하신 고태국 선생, 부산 최초의 오페라 <부산성 사람들>을 작곡하신 작곡가 이상근 선생, 부산관현악단을 만들어 오케스트라 운동을 선도하셨던 오태균 선생, 오태균 선생은 안익태 선생의 권유로 부산시립교향악단을 창단하기도 하셨죠.
소프라노 전경애 선생, 소프라노 김경애 선생, 알토의 서일선 선생, 부산 오페라단을 창단하여 부산의 오페라 운동을 주도했던 테너 김창배 선생, 김창배 선생하고는 1961년 마스까니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띠카나>를 연주회 형식으로 제가 전곡을 피아노로 반주를 했었죠. 이틀 동안 총 4회에 걸쳐서 반주를 하였는데 전문 연주회장이 없어서 천보극장에서 열렸어요, 어려운 환경속이였지만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당시에는 전문연주장이 없어 학교강당이나 극장, 예식장등에서 열렸지요. 이 외에도 많은 음악인들이 생각나고 또, 보고 싶고 그렇군요.
모두들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도 많은 사람들이였죠, 음악1세대란 그 열정 하나 만으로 살아온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음악인들의 뜻을 담아 아름다운 1세대의 음악을 마무리 하고픈 심정이다 보니 더욱 그리운 음악동지들입니다.
이번 음악회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꾸며지시는지요?
1부와 2부로 꾸며지는데요. 1부에는 제자들의 피아노 연탄곡으로 드보르작의 보헤미아의 숲 속에서 Op.68로 막이 열린 뒤 제가 1946년에 작곡한 <감상적인 환상곡>, 리스트의 Consolation(위로) 제3번, 내림 라장조, 슈베르트 즉흥곡 제4번, 내림 라장조 Op.90 No.4,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올림다 단조 Op.3 No.2번을 제가 연주합니다, 그리고 백재진(Vn), 배종구(Vc)와 함께 부산트리오의 이름으로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2부에는 소프라노 김유섬(창원대 교수)의 노래로 김춘수 시인의 시에 제가 작곡한 가곡 <네가 가던 그 날은>, 한하운 시에 곡을 붙인 <보리피리>등을 노래합니다. 이후 쇼팽 왈츠 올림다 단조 Op.64 No.2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 전 악장을 제가 연주를 한 뒤, 부산시립합창단(지휘 전상철)이 저의 합창곡인 <혼성합창과 피아노를 위한 Elegy>를 노래합니다.
선생님께서는 1970년에 조직하신 부산피아노트리오를 지난달에 제자들에게 이어주시는 일이 있으셨잖아요?
그렇죠, 1970년에 바이올린 김진문 첼로 배종구, 피아노 제갈삼으로 부산피아노트리오를 조직하여 활동하였었죠, 정말 열심히 활동하였습니다. 우리가 연주하는 곡들이 부산에서는 피아노 트리오로는 처음이니 열정하나는 대단했었죠, 그러다, 바이올린 하시던 김진문 선생의 작고로 멈추게 되었는데, 그의 제자인 백재진(동의대학교 교수)선생이 합류하여 함께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부산피아노트리오라는 이름을 다음 세대에 이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피아니스트 권준(48), 첼리스트 이일세(38), 바이올리니스트 백재진(58)등이 모여서 함께 뜻을 이어가고자 하기에 지난 3월 15일 함께 연주 하면서 대를 이어줬죠, 이번 망백기념음악회에서 부산피아노트리오라는 이름으로 원년 단원들이 함께하는 것은 마지막일 것 같아요. 다음세대가 더욱 열심히 해 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음악인으로서 선생님께서는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는지요.
2600년전에 공자님께서는 음악을 성(聲),음(音),악(樂)으로 구분하셨어요, 그리고 설명하시기를 “聲만 알고 樂을 모르면 짐승과 같고, 音을 알고 樂을 모르면 그저 평범한 사람과 같다. 진정으로 樂을 아는 자만이 인격을 갖춘 군자(君子)라 할 수 있다.”
즉, 소리에 영혼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영혼이 없는 음악은 그저 기술일 뿐입니다. 기술은 기능인의 몫이지, 예술가의 몫은 아닌 것이지요, 그렇다고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곳에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베토벤 역시 장엄미사에서 ‘영혼에서 영혼으로’ 노래하여야 된다고 하였어요, 음악이란 영혼에서 영혼으로 이어지는 음(音)의 은혜(恩惠) 같은 것입니다. 음악은 사람을 정화시켜주는 영혼의 이야기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영혼이 없는 음악을 하면 안됩니다.
최근들어 음악대학에서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를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음악미학을 비롯한 다양한 인문학을 고르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데, 기술과 기능에만 편중되어 있는 듯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소리라는 그릇에 혼을 담을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릇만 키울려고 하니 음악계가 전반적으로 소리만 요란해 지는 것입니다. 조금은 정제된 가운데 혼을 키울 수 있는 철학과 미학을 비롯한 인문학을 가르쳐야 합니다.
음악의 원로이신 선생님께서 음악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평생을 음악만 알고 살아온 저에게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후배들이 다시금 음악에 새로운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요즈음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요, 교회에서 그러더군요,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라’고요. 음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 나이에 교회에서 가장 크게 와 닿는 것이 감사였습니다.
평생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제 삶에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삶에 열정을 더한다면 아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이란 결국 감사에서 시작되고 감사를 표현 할 수 있는 기회를 음악으로 승화한다면 혼이 담긴 음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좋은 말씀과 건강한 모습을 만나 뵐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십시요.
정 선생도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모습을 보니 좋습니다. 또 봅시다.
芸峨 제갈삼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벚꽃은 갈 때의 벚꽃이 아니었다. 세상이 어렵던 시절 많은 사람이 원하던 법학을 전공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 하나로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시대의 어른, 앞만 보고 달려온 험한 길을 이제 돌아서 그 길을 살피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시는 모습 속에서 시대를 앞서 사신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이 벚나무도 처음에는 스스로 혼자 자라기도 벅찼을지 모른다. 아픔의 시대를 이겨내고 모진 풍파를 이겨낸 세월의 흐름에서 이제는 아름다운 꽃잎으로 세상에 그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현대인들은 나타나는 현상에만 익숙해 져 지나온 과거의 삶을 살펴볼 시간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 부터라도 과정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역사의식을 통한 삶의 진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대를 살아라고 증명하듯 벚꽃은 꽃눈을 내려주고 있었다.
대담 / 정두환 (문화유목민. 한국음악평론가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