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푸른하늘]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전국서 밝혀진 100만의 촛불 ‘전면재협상, 이명박정부 심판’

100만의 촛불이 거리를 밝혔다. 지난 주말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을 통해 결집된 국민의 힘은 제2의 6월항쟁을 꿈꾸며 거리의 촛불로 타올랐다.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총사퇴를 결정했고, 정운천 장관이 직접 촛불집회 현장을 찾았고, 광화문 네거리를 컨테이너로 막았지만, 들불같이 타오르는 촛불을 막을 수는 없었다.

6월 10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60여만 명의 시민이 함께한 가운데 미국산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과 이명박 정부 심판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 대행진’이 열렸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보수단체의 집회로 인해 광화문 네거리로 자리를 옮겨 진행했다.

87년 6.10 항쟁 21주년 맞이한 이날 서울 이외에도 부산, 광주, 전북, 경북, 경남, 충북, 충남,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고 “재협상을 실시하라. 이명박을 심판하자. 민주주의 수호하자”고 외쳤다. 87년 6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20대 대학생은 마흔의 중년이 되어 자식들의 손을 잡고 다시 거리로 나왔고, 87년에 아직 태어나지 조차 않았던 청소년들도 촛불을 들고 나섰다.

△ 6월 10일, 광화문 사거리부터 도로를 가득 메운 촛불.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민주노동당 “완전한 국민의 승리를 위한 투쟁을 결의한다”

민주노동당은 6월 항쟁 21주년을 맞이하면서 “2008년 6월, ‘제2의 6월 항쟁’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통해 “87년 6월 항쟁이, 2008년 6월에 다시 타오르고 있다. ‘독재 타도, 직선제 쟁취’를 위한 87년 범국민적 항쟁은 ‘쇠고기 재협상을 통한 국민 기본권과 주권 수호’라는 범국민적 촛불로 오늘에 되살아나고 있다”며 “국민주권과 건강권을 팔아먹고, 독재와 폭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완전한 국민의 승리’를 위한 투쟁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의원단이 시민들 사이에 앉아 촛불을 들어올리고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이어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국민과 함께 할 것이다. 제2의 6월 항쟁으로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 것”이라며 “완전한 국민의 승리로, 새로운 ‘국민의 시대’를 만들 때까지 민주노동당은 국민의 편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전국에서 활활 타오르는 100만의 촛불은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국민위에 군림하려는 오만한 이명박 독재에 대한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행사에 앞서 지난 9일 오전 돌아가신 이병렬 열사에 대한 추모의식을 진행했다. 이병렬 열사는 지난 5월 27일 전주에서 촛불집회 도중 분신을 시도해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해왔다. 국민대책위원회는 고 이병렬 열사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광우병전북대책회의 집행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지난 5월 3일 전주에서 촛불문하제가 시작한 이후 한번도 빠짐없이 함께 했다. 촛불 문화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문화제를 준비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해오셨다. 언제나 열심히 살아온 우리의 이웃이었다. 늘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다. 반드시 이기자는 메시지를 남기고 돌아가셨다”며 “국민의 힘으로 이병렬 열사를 살려낼 것이다. 슬픔과 분노를 우리의 심장에 아로세기고 나가자. 국민이 주인되는 참된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함께 나가자”고 호소했다.

△ 남대문 방면까지 촛불이 이어졌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시민들 “이명박 정부 막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이날 집회에서 고려대 4학년 김지윤씨는 “87년 6월 우리는 거리에서 독재정권 타도, 민주주의의 승리를 쟁취했다. 2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재벌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이명박 정부를 막기위해 이곳 광장에 모였다. 우리 위대한 촛불의 힘은 장관고시를 두 번연기하고, 관보게시도 연기하게 말들었다”며 “우리에게 팍팍한 삶을 강요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서 끝까지 싸우자”고 호소했다.

무대에 오른 청소년은 “제 뒤에 세워진 장벽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잘 보여준다. 우리가 이곳에 모여 청와대로 행진하려는 것은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답답함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이어서 두아이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한 주부는 “광화문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엄마들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면서 “자국민의 건강권을 팔아넘기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이명박 정권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배우인 문소리씨는 “미친소가 이명박 정부의 실체와 한미 FTA의 실체를 바로 볼 수 있게 해줬다. 어디 미친소만이 문제겠냐”며 “미친 문화, 미친 교육, 미친 민영화 등 여러 가지를 막아낼 수 있게 끝까지 멋진 모습으로 투쟁하자”고 말했다.

이한열 열사 어머님 “한열이의 바람이 1000만 촛불로 이어지기를”

이날 집회에서는 6.10항쟁 21주년을 맞아 지난 87년 경찰의 최루탄에 죽임을 당했던 이한열 열사 추도식을 진행한 민가협 어머님들과 아버님들이 함께 자리했다. 단상에 오른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는 “한열이가 21년전 마지막으로 떠나면서 ‘내일 시청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21년이 지나 한열이가 이곳 시청에 왔다. 한열이의 바람이 1000만의 촛불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종철 열사 아버지인 박정기씨는 “국민들은 정당하게 살아가고, 정당하게 죽어갈 권리가 있다. 미친 쇠고기를 국민들에게 먹이겠다는 생각은 당장 집어치우라”며 “국정을 위해서라도 이명박은 당장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컨테이너 박스로 막힌 광화문 사거리.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강기갑 의원 “이명박 정부 1%만을 위한 재벌정부가 되어버렸다”

이날 정치인중에서는 유일하게 단상에 오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서민들의 경제를 살리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지금 이병박 정부는 1% 재벌만을 위한 정부가 돼버렸다”며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지난 민주주의의 역사는 어떤 권력도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진실을 확인시켰으며, 오늘 촛불을 든 국민을 다시 한번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여러분 군사독재를 물리쳤던 87년 민주항쟁이 그러했던 것 처럼, 오늘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깨뜨리고 이나라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실현되는 민주주의의 시대, 국민주권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행사를 마친 60만의 시민들은 안국동, 서대문 방면으로 나뉘어 행진을 진행했다.

△ 강기갑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 촛불을 높이 들고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한편 이날 ‘100만 촛불대행진’을 앞두고 다양한 사전행사가 개최됐다. 연세대에서는 오후 5시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제가 개최됐다.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씨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를 가진 뒤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들고 서울 시청 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이한열 열사 21 주기 추모제가 연세대에서 열린다. 이한열 열사 21주기 추모기획단과 촛불집회 연세인 참가단은 오후 5시 연세대에서 (故)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 등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전대회를 열고 광화문 네거리 촛불집회 현장까지 이 열사의 영정 사진을 들고 행진했다. 대학생들도 사전집회를 연뒤에 집회에 대거 결합했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도 오후 5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거리 집회에 함께했다.

△ 시민들이 행진을 하며 중앙선에 촛불들을 이어서 늘어놓고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들도 각 지부별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오후 5시 사전 집회를 연 뒤에 촛불 집회에 함께 했고, ‘넥타이 부대’인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사전집회를 가지고, 집회에 함께 했다.

교사들도 함께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1시에는 시청 앞에서 ‘쇠고기재협상 요구 학교대표자 선언 기자회견’을 연 뒤에 오후 4시 보신각에서 교사행동의날을 선포하고, 시청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외에도 종교계와 여성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여했다.

△ 서대문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는 시민들의 촛불.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도로를 막은 컨테이너를 '명박산성'이라고 비꼬는 현수막.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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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들 틈에 있는 운하반대 대형 현수막.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횡성에서 올라온 한우농민들이 횡성한우 사골국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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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국동에서 경복궁으로 넘어가는 길도 컨테이너 박스로 막혀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전노련 회원들이 시민들을 위해 순두부를 나눠주고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 차벽(컨테이너 박스)을 치는 것은 인권침해라며 컨테이너 박스 앞에 사이를 두고 스티로폼을 쌓아 상징의식을 하는 인권활동가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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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새벽, 강기갑 원내대표를 발견한 한 시민이 안마를 해드리겠다며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진보정치 권종술 기자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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