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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의 눈에 비친 '미국병'(1) 정신과 의사가 스타가 된 사회
*이 글은 젊어서 미국에 건너가 수십 년 생활을 한 일본인 '야베 다카시(矢部 武)가 작가로서 , 저널리스트로서 미국의 요모저모를 보고 듣고 느낀 실상을 까밝힌 저서 '아메리카 병'을 옮긴 것임 (청양. 강석태) 2008. 09. 07
<머리 글>
최근의 아메리카를 보노라면 ‘미국인만큼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없다’는 생각을 점점 더하게 된다. 30년 가까이 미국과 사귀고 그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여행 중인 외국인을 돈 안 받고 숙식을 제공하는 친절한 대학 교수로부터 자원해서 무숙자들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기업의 종업원, 생명을 걸고 투쟁하는 시민권 운동가 등, 멋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는 쩍통 정의감을 휘두르는 사람, 억압적인 사람, ‘나는 (미국은) 넘버 원’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 남의 비판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 완고한 사람, 편협한 애국주의자 등이 산더미만큼이나 있다.
이와 같은 ‘알 수없는 사람들'이 특히 ‘악의 축’ 발언을 한 부시가 대통령이 되면서부터 부쩍 불어난 것 같다. 이 '알 수 없음'(불가해=不可解)은 부시 정권 그 자체에 대해서도 그리 말하고들 있다. 테러 대책을 구실 삼아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나 시민의 자유 제한, 국제적 룰을 무시한 단독 행동주의나 오만무치한 태도는 정말 도를 벗어났다. 이라크 침범도 그렇다.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의 위협은 1990년의 이라크만 전쟁 전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권은 '위협, 위협'을 떠벌이고 나팔을 불어 대어서 아무 까닭도 없는 전쟁을 시작해 버렸다. 이래선 어느 쪽이 진짜 '악의 축'인지 분간이 안 선다.
'세계의 경찰관'을 자임하고 있던 시절의 미국에서는 그런대로 간섭꾼 ㄴ름의 양식과 자제력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부시 정권에선 전혀 그와 같은 태도가 보이질 않는다. '부시 제국'이니 뭐니 하면서 허세를 부리고는 있지만, 뭔지 모르게 뭔가에 겁을 먹고 떨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감추고 속이려고 이라크를 선제공격을 했다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미국 사회 전체가 그 무슨 강박관념에 사로잡혀버린 것이다.
70년대 중반 내가 20세 때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당시의 감격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외곬으로 내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변태 취급을 당한 나를 미국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고, 다양한 민족, 문화,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양식 등이 풍요한 사회에 살게 되었다는 기쁨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 후로 나는 미국을 보다 더 알고 싶어서 이민학교에 다니고,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와 같은 노동을 하면서 방랑과 히피 생활을 계속하며 청춘시대 태반을 미국에서 보냈다(마지막 2년 간만은 대학워에서 보냈지만).
귀국 후 미국계 신문의 도쿄지국 기자로 일하면서 미국인의 흥미와 관점에서 미일 간의 문제를 레포트햇다. 이후에 프리랜서가 되어서도 계속 미국과 연관을 끊지 못하고 총기사회에서 시작하여 인종차별범죄, 백인지상주의, 기업 보런티어, 의료 마리화나, CIA, 소년범죄, 대안교육, 대통령의 불륜 의혹 등의 테마로 집필을 계속해 왔다. 이와 같은 취재를 하면서 늘상 느낀 것이 미국은 일본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심각한 문제를 껴안고 있고, 그러면서도 항상 정면에서 그런 문제와 부딪치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자꾸만 산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때로는 비참한 취재 때문에 침체에 빠진 내 마음을 치유해 줘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곤 했다.
그런데, 10년 쯤 전부터인가, 어디선지 모르게 미국에 대한 위화감을 갖게 되었다. 뭔지 모르게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조금씩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 기분이었다. 허나, 그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기인하고 있는지, 잘 붙잡히질 않았다. 여기서 나는 감히 철저히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주목하기로 작심했다. 미국의 정치 경제 문제에 대하여는 나날이 지나칠만큼 보도되고 있다. 그래서 난 그런 관점에서 아니라, 보다 더 깊이 근간으로부터 '일상'에 만연한 공기로부터 미국사회를 분삭할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보인 것이 '넘버 원이 되어야만 한다' '포지티브하고 터프하며 올발라야만 한다' 라는 강박관념의 포로가 된 병적인 미국인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직장에서는 격심한 경쟁으로 시달리며, 가정에서는 속임수 커머셜 광고와 같은 '행복한 가정'을 죽기 살기로 매일 연출해야 하고, 결국은 스트레스나 분노로 폭발 직전에 있는 사람들. '성서'의 가르침을 방패 삼아 낙태 의사를 살해하거나, 차별 철폐 명목으로 솔직한 논의나 유머를 빼앗아버리는 '겉치레 정의감'을 강요하는 사람들. '내가 비만이 된 것이 맥도날드 때문이다'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들. 또한, 매년 약 3만 명이 총으로 생명을 빼앗기는 '내란 상태'에 대하여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고서 '총이 없으면 자유나 민주주의도, 신체의 안저도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나는 그와 같은 강박관념이 원인이 되어서 일어나는 증상을 '미국 병'이라 이름했다. 지난 날 18세기 후반에 산업혁명으로 성공한 영국이 국내 산업의 번영과 식민지 지배로 세계 제일(넘버 원)의 지위를 구축했다. 그러다가 정신이 들고 보니 국력은 쇠약해지고 노동생산성이나 산업경쟁력이 저하하여 '넘버 원'은 커녕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할 나라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사람들은 '영국 병'이라 햇다. 나는 이 책의 취재를 진행하면서 미국도 지금 그와 닮은 경로를 따르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국의 몰락에 대하여는 여러가지로 말들이 많으나, 나와 같은 모양으로 미국 문명의 쇠퇴를 논한 것은 업었던 것 같다.
미국은 일본에게 있어 유일한 동맹국이며 아주 가까운 친한 나라이다. 문화적인 영향도 크다. 일본에게 미국은 항상 초대 관심사이며, 일본의 미디어도 매일같이 미국에 관한 정보를 대량으로 흘리고 있다. 헐리우드 스타는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일본에 와서 기자회견을 갖고, CNN TV도 일본에서 24시간 방송되고, '고지라 마쓰이'가 얭키스 구단에 입단해 일본인의 메이저 리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은 미국에 관한 정보가 넘치고 있으나, 진짜 정보, 곧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에 관한 것은 거의 들어와 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여태껏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미국의 정체'를 밝힌다. 그것은 일본으로서도 결코 강 건너 불구경할 상황이 아니다. 정크 푸드로 시작해 헐리우드 영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이르기까지 미국 문명에 흠뿍 빠져있는 일본이 좋건 싫건 간에 그 영향을 몽땅 받게 됨으로써이다. '미국 병'은 일본도 도달할 지 알 수 없는 미래의 그림인 것이다.
제1 장; '언제나 긍적적'이어야만 한다는 긍정적 사고에 지쳐버린 미국인들;
(정신과 의사가 스타인 나라)
미국에서 요즘 한창 화제가 된 TV프로가 있다. '닥터 필(Doctor Phill)'이다. 프로의 사회자가 전신과 의사 필립 맥그로 씨다. 마회 정신적 고민을 안고 있는 시청자를 모집하고, 게스트를 몇 그룹 초청한다. 스튜디오에 모인 청중과 시청자 앞에서 '닥터 필', 즉 필립 맥그로 씨가 공개 카운슬링을 하는 토크쇼이다. 네트워크 텔레비전으로 전국에 방영되는데,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지방에선 평일 밤 8시부터의 골든아워에 방영된다.
이 프로가 인기가 있는 비밀은 필 박사의 카리스마성에 있다. 필은 게스트에게 약간 거칠은 행동을 하거나, 때로는 도발적으로 접하면서, 스튜디오에 모인 청중을 즐겁게 하면서 카운슬링을 진행한다. 이를테면, 남편이 프라모델, 곧 장난감 자동차 모형 취미에 넋을 잃고 있기 때문에 이혼을 해야 할 것 같은 위기를 맞고 있는 부부가 등장했을 경우는 이렇게 진행한다. 먼저 호소해 온 아내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말을 하게 한다. 아내가 "남편은 차 모델에 ㅁ;쳐서 나에게나 아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함께 산다는 것이 무의미합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우리 가정은 파탄입니다.....'라고 하면서 소리를 내어 울부짖는다. 필은 부인의 호소를 정중히 듣고선 그만 체면이 꺾여서 풀이 죽은 남편을 향해 큰소리로 여지없이 질책한다. "당신의 그 장난감 자동차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그것에 넚을 잃고 부인이 하는 말에도 아들이 하는 말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당신의 행동은 결혼 규칙 위반입니다! 당신은 한 집안의 주인으로선 실격입니다!"
다른 예: 맨날 아들을 야단치고 잔소리만 하는 신경질적인 어머니에겐 이렇게 다처한다. 아무 예고도 없이 스튜디오에 홈비디오가 방영된다. 거기엔 신경질적으로 아들을 야단치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물론 이것은 어머니 몰래 촬영한 것이다. 화면은 보다 더 충격적 장면을 나타낸다. 아들이 어머니를 옆에 태우고 가는 차중에서 무섭게 얼굴을 찡그린 어머니가 아들에게 고함을 지른다. “셔럽!(Shut up! 입 닥쳐!) 빈센트!” 더구나 이 어머니의 고함 소리 지르는 순간을 최대 음량으로 해서 몇 번이나 반복해 들려준다. 어머니가 참다못해 머리를 아래로 떨구고서 흐느낀다.
자기 자신을 ‘라이프 스트래트지스트( 인생 전략가 )’라 부르는 필 박사는 그와 같이 해서 사람들의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의 거칠은 충격요법이 대중의 인기를 얻은 것이다.
필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쯤 전에는 텍사스 주에서 정신과 클리닉을 개업했는데, 그땐 전혀 이름 없는 의사였다. 그러다가 1998년 ABC TV의 인기 토크 프로인 ‘오프라(Oprah)’ 에 게스트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인생이 확 바뀌었다. 때론 세속적인 농담도 하면서 대담하게 상대방을 논박한다. 그것이 그의 화법이었다. 당장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닥터 필’이란 이름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필 박사가 출연하면 프로의 시청률이 오르므로 오프라가 곧장 그에게 정규 출연 자리를 마련했다. 출판사도 그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들(Self Matters)'이라는 책을 내자 43주간 연속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2백만 부 이상이 팔렸다. 그로부터 그는 뉴스위크지의 표지 인물이 되는 등 여러 매스컴에서 ‘이 시대의 사람’이라는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토크 프로 ‘닥터 필’을 갖게 되었다. ‘닥터 필’을 흉내 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코미디언까지 나타났으니 참 놀랍다. 이건 미국이 아니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정신과의사의 성공담이다.
미국의 영화나 텔레비전을 보노라면 아주 보통 사람인데도 편한 마음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카운슬링을 받는 장면을 보게 된다. 이건 꼭 영화나 텔레비전에 한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바로 그렇다. 가정주부나 20세 전후의 젊은이로부터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한 엘리트 비즈니스맨이나 실업가까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한다. 상담이라 해서 뭐 특별한 일을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의 사소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긴 진료비만은 무시 못 할 만큼 비싼 것 같지만.
그런데도 그들에겐 그것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들 일본인으로선 약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그것이 다반사다. 아마 일본인 월급쟁이라면 퇴사 후 선술집에서 한 잔 들이키면서 미운 상사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으로 울분을 터뜨리면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엔 그와 같은 선술집이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발산하지 못 하는 미국인은 선술집에 가는 대신 일부러 한 시간당 몇 백 달러(몇 십만 원)나 하는 거금을 지불하면서 일과 후 정신과 의사에게 가서 카운슬링을 받는 것이다.
어떠한 사소한 스트레스조차도 정신과에 가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마음의 병’이 된다. 이것은 장말로 미국적인 과잉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현재 미국사회는 그만큼 직장에서부터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스트레스로 넘쳐나고 있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미국 내 43개 도시에 거점을 둔 인테그라 부동산정보사(IRR)가 무작위로 추출해 1305명의 취업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한 결과, 10%가 직장에서의 폭력행위를, 42%가 고함지르거나 욕지거리를 하는 따위 말로 하는 폭력을 목격했다. 그리고 65%가 직장 스트레스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가운데서 스트레스나 분노가 원인이어서 동료를 때린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자가 2%, 동료에게 고함을 질은 일이 있었다는 자가 29%였다. 또한 12%가 스트레스로 인해 회사를 쉬고, 19%는 회사를 그만 둔 일이 있다고 했다. 주된 스트레스의 원인은 일이 과중하다, 일을 끝마치기까지 시간이 너무 짧다, 동료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등이 있다. 미국인의 노동시간이 길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경제학자 로렌스 J. 존슨이 1999년 9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주요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스웨덴=1500시간, 프랑스=1600시간 이상, 영국=1700시간, 미국=2,000시간으로, 미국이 톱을 차지했다. 존슨은 CBS TV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인들은 여름휴가 등 휴가를 길게 잡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미국인보다 비교적 짧다. 80년대엔 일본인의 장시간 노동이 많이 지적됐으나, 초근 10년간에 일본인의 노동시간이 10% 줄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인은 4% 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미국인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높이고 있으며, 또 다른 조사결과에서도 16%가 동료를 두들겨 패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직장에서 분노를 느낀다는 사람이 49%에 달한다. 화가 났을 땐 연필을 꺾거나, 벽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하는 사원은 그래도 괜찮은 측에 속한다. 문제는 다른 사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케이스이다.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에 의하면 미국이 직장에서 해마다 살인이 20건, 폭행, 습격, 협박 등 사건이 약 94만 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육체적인 상해뿐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나 공포감, 트라우머(정신적 외상) 등으로 고통을 받는다. 그것이 스트레스나 분노가 되어서 다른 동료나 상사에게 덤벼들고 해서 새로운 사건을 야기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도대체 이 스트레스에 침몰된 미국사회의 배경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항상 긍정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겉으로는 행복한 것처럼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에는 스트레스와 분노로 폭발 직전에 있는 것이 미국인의 ‘포지티브 병(Positive Disease)'이라고 생각한다.
< 전 미국에 만연한 포지티브 씬킹(Positive Thinking) >이라는 사고방식
미국인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라 할까, 혹은 라이프스타일의 하나에 '포지티브 씬킹' (Positive Thinking)이란 것이 있다. 무엇이나 전향적으로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낙관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고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사고이다. ( #Positive란 말은 원래 '명확한' '의문의 여지가 없는' 과 같은 뜻으로서 a positive fact=명확한 사실, positive proof= 확증 따위로 쓰이나, 이 글에서는 '적극적이' 또는 '건설적인' '긍정적인'과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번역자 주)
포지티브 씬킹에 불을 지핀 것은 노먼 V. 필(Norman Vincent Peale)이 쓴 50년대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적극적 사고의 힘(The Power of Positive Thinking)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오늘에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고, 미국 전역의 서점에선 언제나 매진되는 것이다. 이 책 머리글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당신이 인생에서 패배하여 새로이 도전할 의욕과 자신을 상실했거던, 한 장의 백지에다 당신의 적이 아니고 당신의 편이 되어 줄 사람들, 그리고 그와 같이 당신에게 유리한 요소를 남김 없이 적어 보시요. 그러면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 오를 것입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자기 스스로를 믿을 것' '기도의 힘을 시험해 볼 것' '자기 나름의 행복감 창조법' '패재라는 말은 내 사전엔 없다' ' 걱정하는 성격 교정법' '사람의 호감을 사는 법' '마음의 아픔을 고치는 처방' 등, 문자 그대로 포지티브한 말들이 총망라되고 있다. 저자 필은 목사다. 이 책이 시중에 나온 후 그는 유명인이 되었다. 이 책은 발매 후 2년 반에 걸쳐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비소설 부문 서적으로선 최고의 매상을 올려, 사회적으로는 일종의 포지티브 사고 현상을 낳았다.
이 베스트셀러에 뒤질세라 하고 많은 포지티브 씬킹 류이 책이 쏟아져 나왔다. 마이클 K.너세리의 'The Little Guide to Happiness: How to Smile Again', 조제프 L. 루시아니의 'Self-Coaching: How to Heal Anxiety and Depression', 토머스 A. 해리스의 'I'm OK, You're OK', 마틴 A. 세리그먼의 '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 Your Life', 스티븐 R. 코베이즈의 "The Seven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과 긑은 자조와 자립을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져서 지기계발서의 출판 붐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심리학이나 의료, 신학의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쳐, 포지티브 씬킹으로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힘이 카운슬링 요법이나 대학병원 의 의사교육 프로그램에 채택되게 되었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도 그 세가 그치지 않아, 일반시민들로부터 종교 관계자, 기업 관계자, 스포츠 선수 등을 대상으로 한 포지티브 씬킹 세미나라는 것이 미국 전토에 널리 보급되었다. 교회에서는 목사가 '믿는 자는 구원 받을 것이다. 믿는 자에게는 모든 가능성이 주어졌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포지티브 씬킹과 섞어서 설교를 했다. 그러면 모여든 신자들이 하나같이 감동을 받는 것이다. 포지티브 씬킹은 비즈니스 사회에도 침투하여 크게 붐을 일으켰다. 많은 기업들이 존업원, 관리직 등을 대상으로 포지티브 씬킹 세미나(이하 PTSemi로 약칭) 을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받아 들였다.
한 경영자관계 단체의 세미나를 들여다 보았다. 거기선 이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백 명 수강자들 앞에서 정력적이며 매우 자극적인 인상을 한 중년 남성 강사가 빠른 어조로 중학생 수준인 쉬운 말로 이렇게 말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이 없거나 불안하고 비관적인 일만 머리에 떠오르거든, 포지티브한 말을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 일은 절대로 잘 될 거야! 잘 되고 말고!' 그렇게 몇 번이고 되풀이 하다 보면 반드시 퐂;티브한 이미지가 생기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의 10분 마다 농담을 섞어서 청중을 웃기는 것은 예정된 계산. 그것은 TV의 상업광고의 영향을 받은 미국인의 집중력의 한계를 판단한 것이다. 이 강사는 한 시간에 1만 달러나 되는 고액 강연료를 받고, 그 밖에도 자기계발 서적과 테이프를 수백 달러에 팔고 있었다.
PTSemi 개최를 전문으로 해서 돈을 버는 회사가 늘어나서 그 중에는 연간 수백억 달러의 이익을 챙기는 '우량회사'더 있다. 역대 대통려을 위시해 스포츠 선수, 저명한 신문기자나 캐스터 등은 PTSemi의 강사나 게스트로 대 인기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는 포지티브 씬킹으로 숱한 질병조차 치유됐다는 것이다. 암환자가 기적적으로 회복했으며, 불임 여성이 임신을 하고, 잔병 치레로 골골하던 사람이 면역력이 강해졌다는 등....이런 따위 체험담이 거리에 넘쳐 돌아다닌다눈 것이다. 더하여 포지티브 씬킹은 좌뇌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그것이 질병의 회복력이나 면역력을 증강시킨다는 의학적인 보증까지 곁들인 설명서가 나돈다. 정말 이 포지티브 씬킹은 온갖 좋은 것 투성인데, 실상은....글세?
(중병환자에 대해서도 "명랑해 하라"고 하는 잔인성)
뉴욕 주 뉴욕 시 소재 슬론 케터링 기념 암센터의 신경. 행동과학과 지미에 홀란드 부장은 이렇게 말한다. " 암 선고를 받거덜랑 포지티브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들 말합니다만, 항암제 복용으로 웩웩하며 토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도대체 어떻게 포지티브하게 되라고 말한단 말입니까. 물론 그렇게 해서 좋은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포지티브하게 되려고 하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합니다." 홀란드 의사는 많은 암환자를 접하다보니, 암을 대하는 환자의 태도가 제각각이어서,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갑장선 암환자가 주위 사람들이 무신경적인 격려의 말을 하는 것에 '짜증'이 났었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 '마음을 튼튼하게 가져라'느니, '암과 싸워라'는 등의 말들은 나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말이었습니다. 마치 두 다리를 잃은 사람에게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의 몸을 상상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무신경적인 의식(언어)'보다는 암을 치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 좋은 음식, 충분한 휴식, 적당한 운동, 그리고 자신을 참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나는 다행히 암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사람처럼 마음속 깊숙히 자기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말하는 사람이 아직 미국에선 드문 것이다.
포지티브 씬킹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것은 자기 자신의 생활 양식이나 사고방식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남에게도 억세게 강요하려고 하며, 남의 말에는 귀를 귀울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포지티브 씬킹의 횡포; 심리학자 바바라 헬드는 'Stop Smiling, Start Kvetching(억지로 웃질 말고, 불평을 말하라)'의 저지이다. 그는 2002년 8월, 전미국공공라디오 방송 프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 누구에게나 인생의 고난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때에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행복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듭니다. 나는 내 책에서 그와 같은 상황을 '포지티브 씬킹의 횡포'라 이름했습니다. 즉, 포지티브 씬킹만이 강조된 나머지, 네거티브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ㅇ나 또는 웃는 얼굴을 잘 나타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것은 너그럽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죠. 나는 괴로울 때는 솔직히 그렇게 느껴 괴로운 양 행동하고, 불평이나 불만을 말하는 것이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헬드 여사는 책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체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괴로워 하고, 기분 나쁜 말투로 말을 하거나 불평을 말하거나 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을 느끼는 것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또, 'The Positve Power of Negative Thinking: Using Defensive Pessimism to Harness Anxiety and Perform at Your Peak( 부정적 사고력의 긍정적 능력: 불안에 대처하는 자기 방위적 비관주의)'라는 책을 쓴 쥴리 K. 놀렘 조교수(웰슬리대 심리학부)는 , " ㅊ포지티브 씬킹은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안이나 사회적 압박을 대처함에 있어 효과적 방법이 아닐뿐 아니라, 거꾸로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어떠한 상황이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서 그에 대비하는 편이 여러가자 불안과 문제를 잘 헤쳐 갈 수 있으며, 일을 하는 데에도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백만 명이라는 미국인이 네거티브한 사고나 삶의 방식을 실천함으로써 거꾸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도 말한다. 놀렘 조교수는 1980년대 중반에 포지티브 씬킹이나 낙관주의의 이점만이 강조되는 와중에서 '네거티브 씬킹'이라던가 비관주의에 대한 조사 연구를 시작했다. 조사를 진행하다가 유명대학의 사회학 교수로서 크게 성공한 캐더린(가명)을 만났다. 그녀는 머리가 좋고 일에 열심인데, 성격이 네거티브하고 비관적이었다. 대학에서 연구토론회나 디너파티 따위를 계획할 때면 으례 '일이 잘 안될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여 곧잘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를테면, 디너파티에서 고령인 학자를 중앙 좌석에 앉히면 사회자의 말이 잘 들리지 않을는지도 모른다던가, 이 두 사람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으므로 한 테이블에 앉혔다간 말다툼이라 하질 않을는지, 농담이 심한 교수에게 건배 인사말을 부탁하면 분위기를 망치지나 않을까 등등, 아무렇지도 않는 것들을 이것저것 걱정을 한다. 허지만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도 면밀한 준비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동료에 비해 언제나 미스가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선 캐더린과 같은 사고방식이나 스타일은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 한다. 어떤 사람은 "당신과 같이 그렇게 걱정이 팔자이거나 비관적이고 네거티브한 사람하곤 상종할 수가 없어요."라면서 염증을 내기도 하고, 또한 어떤 이는 억지로라도 그녀를 포지티브하게 바꾸려고 강요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네거티브하고 비관적인 것이 자신의 스타일이며, 그것이 자기 인생과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었다. '포지티브 씬킹의 횡포'를 강요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은 낙관적이지만 타인의 인생 따윈 조금도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주위 사방에다 넘치는 웃음을 흐트러뜨리면서 남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마구 짓밟는다. 그게 남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니 참으로 딱하다. 중환자에게 "생각을 전향적으로 가지면 반드시 괜찮을 터이니 힘 내세요"라는 따위로 넉살스럽게 충고를 하는 것이다.
( 겉보기로만 그럴싸한 "행복한 가정')
그럼 이쯤에서 전형적인 미국의 한 백인 가정을 소개하기로 한다. 이는 1999년 아카데미상의 작품상이라든가 주연남우상 등을 수상한 영화 '아메리칸 뷰티'에 나오는 한 가정 풍경이다. 이 영화에선 포지티브 씬킹인 아내가 겉보기만 그럴사한 행복한 가정을 연출해 보이려는 데 열심이어서, 네거티브한 남편이 그 아내의 생활방식에 휘둘리다가 끝에 가서 폭발해버리는 스토리이다.
--- 교외의 정원이 딸린 큰 저택에 중간층 백인 3인 가족이 살고 있다. 42세인 남편은 광고대리점이 평사원, 아내는 가사와 주택판매회사의 영업원으로 바쁘고, 고교생 딸이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이다. 그런데 알맹이는 영 딴 판..... 남편은 회사의 구조조정 (업무 축소)에 따른 인원 감축의 감원 대상이 될까봐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항시 좌불안정, 겁에 질려 있다. 아내는 주택판매회사에서 일하는 포지티브 씬킹 성격의 직업 여성이다. 표면으로는 우수한 세일스 사원인 체 하지만 실상 물건이 생각한 대로 잘 팔리지 않아 마음 속으로는 낙심하고 있는 편이다. 그 날도 "아이 윌 셀 마이 하우스 투데이!(I will sell my house today! 오늘은 꼭 집을 팔거야!)' 라는 주문과 같은 말을 아침부터 밤까지 몇 번이나 큰 소리로 되뇌이면서 영업에 분발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손님으로부터 거절 당해 혼자 숨다시피 해서 모델 하우스 방 안에서 눈물을 짜면서, " 왜 난 이렇게 무능한 인간인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고교생 딸 앞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아빠', '좋은 엄마' 역을 연출해야만 한다. 둘은 직장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서 서로 만나 딸이 다니는 학교로 향한다. 그날은 딸이 취어리딩(응원단 지도자구실)의 발표회가 있는 것이다. 실은 남편은 '오늘 밤엔 "007"을 텔러비전에서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으면 집에 가서 그것을 보고 싶은 '것이 속내이다. 그러나 포지티브 씬킹한 아내로부터, "여봇, 당신 무슨 말이예욧. 우리의 딸을 위해서 가자는 거예요! "라는 말 한 마디에 어쩔 수 없이 끌려 간다. 이런 부모의 방문을 당사자인 딸은 조금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질 않는다. 발표회를 마치고 옷을 갈아 입는 동안에도 밖에서 내내 기다린 부모에게 오히려 귀찮다는 표정으로 "여태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라며 퉁명스런 말투를 던진다. 그리고 이들 부부 사이엔 큰 문제가 있었다. 오랫동안 ' 부부관계'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남편의 욕구 불만이 끝내 한계에 도달햇다. 밤중에 아내가 눈을 떠 보니 남편이 혼자서 시트 아래에 손을 넣고서 혼자 주무럭거리고 있지 않는가. 아내가 장기간 섹스를 안 해 주니까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아이, 징그러워! 당신은 정말 최하야!"라고 욕을 하면서 침대에서 뛰어 내린다. 그리고선 "이젠 이 따위 결혼생활은 정말 싫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부끄러운 것을 들킨 남편도 가만 있질 않는다. 장면은 한 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그 딴 생각은 예전부터 했던 거지? 나만 암 말 안 하면 넌 행복하니까 난 아무 말 안 했던거야. 네가 내 욕구를 들어주질 안 하니가 난 자위행위를 할 수 밖에 없잖니." "욕구 불만은 당신 만인 줄 알면 큰 오해예요." "그래. 그렇다면 침대로 올라 와. 난 언제든지 OK 야.".....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서 포지티브한 아내는 회사에서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 실망한다. 아내는 자립하기 위해 독학으로 부동산감정사 자격을 따기도 하면서 주택 판매 세일스에 더 열심을 내기로 한다. 그러다가 아내가 같은 업계에서 상당히 성공을 한 수완이 있는 실업가에게 매력을 느껴 그와 불륜의 관계를 갖게 된다. 한편 남편은 이웃집의 고교생 아들로부터 마리화나를 얻어 피우고선 그 기운으로 홧김에 상사에게 대들어 울분을 삭이거선 그 길로 회사를 그만 둔다....... 행복을 위장했던 한 가정이 당장에 무너지고 만다.
나도 30년 가까운 미국인들과의 교제 (15년 간의 체재를 포함) 생활 속에서 '아메리칸 뷰티' 와 같은 거짓으로 꾸며진 무늬만 '행복한 가정'을 많이 보았다. 이를테면, 큰 기업체 관리직에 종사하는 빌 카터(48세) 씨는 로스앤젤레스 겨외 한적한 백인 중간층 지역에 산다. 그는 교회의 장로로 신앙심이 강하고 일의 성공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무슨 일에나 전향적이며 적극저으로 도전하는 인생을 살아 왔다. 그러므로 그러한 것을 가정에서도 찾는 것이 그로선 당연한 것이다. 일요일이면 반드시 아내와 고3인 딸, 그리고 고2 아들, 이렇게 네 가족이 사이좋게 교회로 나간다. 그것을 근린에 사는 이웃들이 부러워할 한 가족의 광경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의 집안을 드려다 보면 영 딴판이다. 두 아이들, 특히 아들은 아버지에게 반발하여 큰 소리로 서로 다투는 것이 비일비재. 성실하고 업격한 남편에 대하는 아내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수면제와 정신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그래도 카터 씨는 행복한 가정의 이미지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다. 특히 아들의 장래 일에 관해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다시피 해 열을 올렸다. 아들은 중학까진 성적이 우수하여 이대로만 간다면 하버드 등 일류대학 진학은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도 그런 아버지의 기대에 답하려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이 아들이 고교에 진학선 마리화나를 피우는 친구와 가까워져서 180도 달라졌다. 하교하여 집에 와서는 곧장 친구네로 달려 가고 공부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어느날 저녁 식사 때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 난 대학엔 안 가요. 자동차 수리공이 되고 싶어. 이금까진 아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난 일류대학 따위 가고 싶지 않아. 대회사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특히 남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 내가 참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았단 말이요." 카터 씨는 깜짝 놀라 무섭게 화를 냈다. 그날부터 날마다 아들과 심한 말다툼, 고함 지르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아들은 본인이 참으로 무얼 하고 싶은가를 알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기대하는 따위 삶은 살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3 딸도 부모가 보는 데서는 얌전한 아이였으나 실은 부모의 눈을 속여 제 멋대로 놀아 났다. 피임에 실패해 임신을 하고선 낙태수술까지 받은 일이 있다. 교회 장로인 아버지가 그걸 알았다면 기가 차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겉으로만 보이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가족이 진정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소망하고 있는지 진짜 속내를 털어놓은 대화를 하려는 태도가 아니다. 아내는 그런 남편과 아이들 틈바구니에 낀 스트레스가 치솟아 그만큼 안정제의 양도 불어나고 있다. 미국의 중산 계급 가정이 얼마만큼 거짓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유머를 잔뜩 섞어서 연출하는 '아메리컨 뷰티'를 현실적으로 보여 준 한 예이다. 이것이 오늘날의 미국 사회의 축도인 것이다.
(결혼생활은 수명을 단축시킨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이제 결혼한 부부의 거의 두 쌍 중 하나가 이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높은 이혼율의 원인으로서 개인주의나 자기주장의 강함을 흔히 말하는데, 참으로 그런 것일까. 오히려 포지티브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밑바가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이혼으로 키닫는 것이 아닐까라고 난 생각한다. 왜냐하며, 미국에서 결혼이란 것은 '언제나 밝고 행복한 가정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꽁꽁 묶여 있다. 직장의 데스크에는 누구나 남들에게 이것 좀 봐주란 듯이 가족 사진을 장식하고, 아카데미상 수상자나 글래머상 수상자, 또는 메이저리그 등 스포츠 선수 스타 등은 누구나 한 목소리로 '가족의 은혜로'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어딘지 모르게 '올바른 가족, 가정이러야 한다'는 것을 억지로 연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그와 같은 '포지티브 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가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진 '기혼자가 독신자보다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즉, 결혼을 함으로써 보다 나은 식생활이나 건강관리를 실천하여 '인생의 안전 띠'가 맺힌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뉴욕타임스'지는, " 행복한 기혼자들이 실상 건강하고 장수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불행한 결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2002.10,22일자)는 다음과 같은 흥미있는 기사를 실었다.
<얼핏 보기에 행복한 가정 같으면서도 그들의 포지티브함이 스트레스와 연결 된다고 하면...... 미국 심장학회 저널지의 '결혼생활과 심장병 회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의하면 부부 간 사이가 좋지 않은 심장병 환자는 발병하고 나서 4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부부 금실이 좋은 환자의 1.8배라고 한다. 또,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 재니스 키콜트 박사( 정신의학)와 남편 로널드 그러서 박사(면역학)는 '부부 간의 다툼은 내분비선이나 면역 시스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말싸움을 하면 아드레나린이나 부신피질 호르먼의 수준이 올라서 혈압이나 심박수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런 경향은 특히 여성에게 두드러지고 부부 사이가 안 좋은 여성은 남편과의 말다틈을 생각하거나 기억하는 것 만으로도 혈압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결혼 스트레스가 치주병, 충치, 눈 깜박거림 과다증, 퍼킨슨병, 아르츠하이머병 등에도 무엇인가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을까라는 지적도 있다. 즉,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내느니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건강한 생활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이것은 아주 사소한 한의 보기에 지나지 않으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장소로서의 가정이 점점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뿐아니라 가정은 스트레스나 분노를 높이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정말로 이래서야 남녀노소 불문하고 미국인들이 카운슬링으로 몰려 오는 것을 알만 하지 않는가.
아무리 해도 포지티브한 생활이 되질 않아서 인격장애나 인간관계장애(이하 관계장애) 등에 빠지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퍼스널티 디스오더(personality disorder)라고도 말하는 인격장애는 보통 청년기 젊은이 들에게 흔하나, 최근엔 스트레스나 인간관계 등이 원인이어서 성인 층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인격장애에는 패러노이드(paranoid. 망상증), 나르서시즘(narcissism. 자기애, 자아도취), 의존성, 강박성 등이 있는데, 특히 불어나고 있는 것이 나르시스트적인 케이스다. 그들은 자기애라기 보다 오히려 자기혐오가 똘똘 뭉친 것으로써 실패를 몹시 두려워하고, 창피를 당하는 것을 도모지 견디지 못 한다. 그런 한 켠으로는 자마심이 극단적으로 강하여 거만을 떨며, 자기 공적을 과장하여 자랑하며 남에게서 듣는 칭찬에 목말라 하고, 타인의 감정 따윈 완전 무시하고, 권력, 이상적인 사랑. 성공 등에 대한 애착이 이상할만큼 강하다는 등 특징이 있다. 극단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수치를 참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포지티브 씬킹 사회가 원인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도 항상 '포지티브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아 지나치게 강하기때문에, 거꾸로 네거티브의 상징이라 할 실패나 치욕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실상 나르시스트적인 인격장애를 갖는 남성과 교제를 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들은 연인이나 아내를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므로 상대방이 자신의 의지나 감정에 반한 행동을 하면 금방 화가 난다. 예를 들면, 디너 약속에 조금 늦은 것만 가지고도 "왜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거야"라든가 하며 화를 낸다. 전문가의 말을 따르자면 나르시스트적 인격장애를 갖는 미국인이 약 백만 명, 그와 같은 경향인 사람은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한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2. 10. 14일자)
인격장애와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릴레이셔널 디스오더(relational disorder) 라도 말하는 관계장애이다. 포지티브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보고서 ‘이사람은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 ?’ 라고 말하는 따위의 사람으로서 ’ 본인도 괴로워하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APA)는 2002년 9월 관계장애를 새로 전신과 진료항목에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라 발표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부부,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친구 등 두 사람 이상의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감정이나 태도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인데, 이것이 진료항목에 추가해 지면 카운슬링 중인 부부에게 갑자기 “관계장애 입니다” 라는 선고를 할 케이스도 나올 것이다. 곧,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음을 구실로 정신장애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정신과의사는 관계장애를 치료하는 일이 이혼이나 가정 폭력, 직장 폭력 등의 문재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관계장애는 두 사람 이상의 당사자들을 한꺼번에 진찰해야 함으로 진단이 쉽지 않다. 부부 관계에서도 한 사람이 진찰 받으러 와도 다른 한 사람이 진찰을 거부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런 경우에 어떤 진단을 내릴 것인가. 정신과의사들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와 있으나, 생각해 보면 미국에는 포지티브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 또는 이루지 못하는 것에 죄악감을 지나치게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텔레비전의 채널을 열면 금방 알 수 있다. 와이드쇼 프로에는 여러 가지 인간관계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상담을 하고있다. 바로 그곳이 ‘독터 필’의 무대이다.
(완력으로 여성을 지배하려는 남성들)
포지티브한 인간관계를 이루지 못한 남성 중에는 자기혐오나 열등감을 뒤집어서 인지, 여성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자가 적지 않다. 그들은 자립한 미국인 여성들은 상대를 해 주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에게서 구원의 손길을 바란다. 미국엔 최근 필리핀, 타이, 러시아 등의 젊고 아름다운 외국인 여성의 사진 카탈로그에서 상대를 고르는 '메일오더 결혼(mail-order marrige)'이 늘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결혼한 외국인 처가 남편으로부터 학대 받거나 협박 당하거나 살인 당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1995년 3월,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남편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이혼을 청구한 필리핀 여성을 남편이 권총으로 사살했다. 컴퓨터 기술자인 남편(당시 47세)은 그 수년 전 결혼 카탈로그로 아내 스잔나와 알게 되었다. 그는 마흔을 넘길 때까지 결혼엔 전혀 관심이 없다가 '이전부터 "성실하고 애정이 깊으며, 남을 돌보기 좋아한다"는 말에 이 필리핀 여성이라면 좋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섯 번째 편지에서 프로포즈를 했다. 두 사람은 1993년 3월 필리핀에서 결혼식을 올릭고 이듬해 1월 아내가 비자를 받게 되면서 시애틀에서 결혼생활을 했다. 그러나 미국이에 처음 온 스잔나가 시차와 겨울 추위( 1년 내내 여름인 필리핀에 비해 시애틀의 겨울은 몹시 춥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로움으로 매우 우울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의 기분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우울해 하는 아내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서 몹시 책망하기 시작했다. 손찌검을 하고 발로 차는 폭력이 시작되고, 남편이 어느날 밤엔 "널 때려 죽일 테야!" 라면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아내의 목을 졸랐다. 축 느러진 그녀를 부엌으로 끌고 가 물이 가득찬 싱크대에 머리를 억지로 처박았다. ' 이대로 있다간 진짜 죽임을 당하겠다'는 공포심에서 그녀는 남편이 외출한 틈을 타 집을 나와 아는 필리핀 여성의 집으로 피신했다. 그 후 그녀는 혼자 직장을 구해 시애틀 시내의 한 정육공장에서 일을 했다. 종일 서서 일을 하는 고된 직업이었지만 열심히 일했고 자기 돈으로 아파트를 세들만큼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여 미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 보랴는 그 판국에 미쳐 날뛰는 남편에 의해 삶을 마감했어야만 했다.
살인까진 가지 않더라도 그와 같은 학대 사건은 거의 일상적이다. 1999년 1월, 펜실베이니아 주 몬로 카운티(郡) 연방지방재판소에서 혼듀러스인 아내를 학대한 남성(46세)이 징역 5년의 실형 판결을 받았다. 그는 4년 전 결혼 했고, 아이를 낳아 미국 생활에도 친숙해 지고 정신적으로 자립하게 된 외국인 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때리고 발길질 하고 머리채를 끌고, 집안에 감금하고선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전화도 걸지 못하게 하였다. 집 창문마다 철창을 하고 문에는 밖에서만 열고 들어 오도록 장치를 하는 등 치밀하게 아내를 속박했다. 그녀가 지역 경찰에게 도움을 청해 왔을 때에도 머리에 골프공 만한 크기의 혹이 있었다. 남편에게 맞은 것이다. 이 남편은 십수년 전 미국인 여성과 결혼해 아이가 둘이 있으나 아내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이혼했던 사람이다. 그 후 메일오더 결혼에 흥미가 있어서 혼듀러스 여성과 결혼 하기 전에는 러시아인이나 폴란드인 여성을 미국에 데려 와서 동거하는 등,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학대를 하곤 했었다. 몬로 카운티 검찰청 검사는 그에 대해 " 여성을 힘으로 지배하려고 했으며, 여성에게 절대적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쓰는, 완전히 병적인 사나이'라 하며 용서없이 단죄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에선 남편의 아내에 대한 학대를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로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혼여성 열 명 중 하나가 남편의 육체적 학대를 호소하며, 세 명 중 하나가 언어에 의한 정신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러한 학대가 외국인 여성 아내에 대해선 한 층 도가 심해진다. 외국인 처는 미국의 문화, 습관, 생활환경에 익숙하지 않고 가족도 친구도 없으며, 언어도 부자유하기 때문에 미국인 남편에게 모든 것을 기대야만 한다. 그들은 절대적인 지배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아내가 밖에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나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것조차 허락하려 하질 않는다. 외국인과 이민에 대한 지원활동을 하는 북서부지역 이민권리옹호협회(NWIRP, 워싱턴 주 시애틀본부)의 도나 레윈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 메일오더결혼 등으로 외국인 처를 구하는 남성들 대부분은 ' 여성은 온순하고 순종적이고 남성의 뒤에서 걸으며 남성을 존경한다'는 제멋대로인 이미지( 삐뚤어진 여성관)를 가지고 있다. 함께 살다가 그 그릇된 이미지가 붕괴되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대개 중고년 이상인 백인 남성으로서 이혼 경력자가 많으며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일오더결혼을 희망하는 미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행한 조사를 보면, 94%가 백인이고 비교적 고학력(50%가 학사호, 6%가 석사나 박사호 소지자),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경제적. 직업적으로 성공한 자들이 많다. 또한, "왜 외국인 처를 구하는가?'라는 물음에는 대다수가 가족을 존중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말하며, "미국인 여성은 개인적인 일이나 흥미를 추구하는 데 열중하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의식이 결핍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 처는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돌보는 데 만족하여 다른 것은 요구하지 않는다" 라는 답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보고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그들 남성들은 기쁨이나 괴로움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애정에 기초한 대등한 관계를 이루기보다는 아내를 지배하는 것으로 우위 관계를 이룩하려는 의식 밖엔 없다는 것이다. (제1 장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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