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산의 한 지능선 상에 독립암봉으로 솟은 시루봉은 사방으로 돌아가며 바위 벽이 두르고 있으며 정상부에만 작은 숲지대가 형성돼 있다. 또한 경부선 철로를 낀 낙동강변에 인접해 있어 아래로 내려다 보는 전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 봉의 동남면과 서북면에 암장이 개척돼 있다.
이암장은 부산 빅월산악회가 2년여에 걸쳐 개척했으며, 일부 루트는 아직 개척 중에 있고 오늘도 새로운 루트 개척 작업을 하고 있었다. 북서벽(높이 17~25m, 넓이 60m)과 동남벽(높이 13~40m, 넓이 70m)으로 이루어져 있고, 5.9(석난), 5.10b(천둥소리), 5.13(클라이머의 꿈), 아직 등급을 붙이지 못하는 밀레니엄 3개 루트 등 다양한 난이도를 지닌 30여 개의 루트가 있다.
이번 74차 산행은 천태산 시루봉에서 암벽등반을 했다. 오늘 이 암벽엔 내가 소속된 부등ob와 빅월산악회 그리고 부산클라이머스 등 세 개 단체 회원들이 함께했다. 나는 일부 일행과 작원마을에서 30여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일반 접근로를 버리고 지능선으로 치고 올라 젖꼭지봉(신불암고개에서 궁둥이바위 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 솟은 봉으로 아래 지도엔 ⑧)에 서서 천태산 주능선을 조망한다음 시루봉으로 내려왔다. 일부 일행의 느린 걸음으로 인하여 예상보다 훨씬 늦은 시각에 도착했다.
우리는 종일 햇볕이 드는 따뜻한 동남벽에서 시종 즐겁게 바위를 했다. 나는 삐기리, 천둥소리, 똘똘이 등 주로 페이스와 크랙의 5.10a~b급 루트를 등반했다. 많이 힘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그것도 낙동강변에서의 이 등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