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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여행을 끝내고 라오스로 돌아온 후에는 당분간 조신하게 지냈다.. 태국에서 혼자 돌아다니느라 많이 긴장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라오스로 돌아오니 그리고 말이 통하는 한국사람을 만나서인지 고향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외국에서 한국사람을 만나 한국어로 대화하는게 이토록 반가울 줄이야 미처 몰랐다.. 그러니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지싶다.. 라오스에서 거주하시는 분들과 매일 만나 식사와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한국이라면 어쩌면 상상할수도 없는 게으름이 일상이 되었다.. 날 밝으면 움직이고 배고프면 밥먹고 심심하면 커피마시고 어두워지면 잠자고.... 라오스는 이런게 허용이 된다.. 마음이 편안하니 얼굴에서도 여유가 보인다.. 가진것이 부족해도 깊이를 가늠할수 없는 라오스 사람들의 삶의 태도가 부럽다..
3,4,5월의 라오스는 가장 더운 달이라 알려져있다..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는 몸이라 덥다는 것보다는 많이 따뜻하다는 선에서 내 몸과 라오스의 날씨는 절충을 해버렸다.. 덥다는 부정적인 늬앙스보다는 많이 따뜻하다는 긍정적인 표현이 더 나을것 같아서였다..
오토바이크 여행.. 사람많고 시끄럽고 오염(먼지)많고 바람 불지 않는 최악의 요건은 다 가지고 있는 비엔티엔을 떠날 기회가 생겼다.. 오토바이라고는 라오스에 처음 왔을때 루앙프라방에서 꽝시폭포 간다고 대리점에서 하루 렌트해서 타본게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시 방문했을때 방비엥에서 하루 렌트해서 타봤었고.. 이번이 세번째인데 오토바이 덩치가 매머드급이다.. 아주 어렵게 어렵게 그리고 저렴하게 구입했고 하루 한시간정도 시운전하고 바로 다음날 비엔티엔에서 300여킬로 떨어진 고산지대로 바이크 여행을 떠났다..
중간 마을에서 며칠 쉬기도 했는데 적당히 고지대라서 비엔티엔보다 훨씬 시원했다.. 오가는 차량도 거의 없어서 조용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가시거리가 무한대일만큼 공기가 깨끗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형상을 따라 내 두눈도 따라 움직였다.. 시원한 바람도 솔솔 불어주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너무 좋아서 나는 숙소 밖의 돌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니, 그냥 잠자는 시간을 제하고는 줄곧 돌벤치에 기대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비발디의 사계 그리고 파헬벨의 캐논같은 음악만 반복해서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것만이 내가 이순간을 보내는 가장 예쁜 선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라오스에 오면 항상 거치는 단골도시인 방비엥이나 루앙프라방이 아닌 낯선 도시로의 방문은 나뿐만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잠시 쉬면서 갈증을 해소하려고 머물렀던 어느 식당에서 웃음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그 조그마한 아이가 내가 두 팔을 벌려 안아 보고싶다는 자세를 세번째 취했을때 그때서야 부끄러워서 도망갔던 그 아이가 잊혀지지 않는다.. 도망가서 안오는가 싶더니 잠시후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나를 쳐다보았다.. 다시 두 팔을 벌려 기다리는데 또다시 소리를 지르며 방안 가득 뛰어 다니던 아이의 모습.. 앞으로도 내겐 흔하지 않을 경험이며 흔하지 않을 감동임에 틀림없으리라.. 오토바이를 타고 서행으로 가는데 문앞에서 경계의 눈빛으로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소녀에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지만 거동도 없더니 재차 인사를 했더니 그제서야 웃으면서 집안으로 몸을 숨겼다.. 상대방에게는 짖꿏은 장난처럼 느껴졌겠지만 재차 인사했을때는 분명 내 마음을 이해했으리라..
저기 10시 방향으로 백두산보다 더 높은 포비아 산이 보인다.. 한때는 같은 민족이었으나 정치적 다름으로인해 아직도 저 깊은 산속에는 총을 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산을 지나는 길이 있지만 삼엄한 경비와 위험으로인해 돌아나왔다..
기계적 결함으로인해 9박 10일간의 바이크 여행을 하고 비엔티엔으로 돌아올수 밖에 없었다.. 낯선 곳으로의 모험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오토바이가 아니었다면 가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을 내 인생 최초의 경험이었다.. 특히 고지대에서 도로포장이 잘 된 길을 달리는 기분을 어떻게 잊을수 있을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소락님 집에서 보름 기간동안 머물면서 거의 매일 뛰어다녔다.. 운동시간은 오전 6시반부터 대략 9시까지, 메콩 강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후끈한 대지의 열기가 발바닥으로부터 전해지고, 오늘도 고생해봐라는 듯한 뜨끈뜨끈한 공기가 피부의 숨공기를 막아버리는듯 숨이 턱턱 막혔다.. 그늘진 곳에 가서 팔굽혀펴기와 스쿼트를 3세트까지 마치면 오늘 하루 흘릴 땀은 다 흘린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땀에 절은 옷을 입고 천천히 동네 입구로 들어서면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저러다 죽는거 아닐까 생각하는듯.. 하지만 나는야 달타냥.. 노는건 좋아하지만 게으른건 정말 싫다..
축 늘어지고 구멍난 티를 아직 입고있다.. 한국에 있었으면 걸레 신세를 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이 옷을 아직 나는 세탁해서 잘 입고있다.. 한국의 짐을 정리하면서 반성했다.. 필요한것을 사는게 아니라 없으면 안되는 것을 사자는.. 두달밖에 안되었지만 먹는거 말고는 계획대로 잘 되고 있는것같다.. 두달동안 1회용 면도기와 비누, 여권지갑밖에 없으니.. 오토바이는 샀지만 다시 되팔려고 내놓았다..
가게에 갔더니 눈에 들어오는 한국라면이 있어서 정말 두달만에 처음으로 두개 사서 계란을 곁들여 끓여먹었다.. 라면을 즐겨 먹은건 아니었지만 카오끼약 대비 비교우위에 있는 한끼 식사였다.. 아으,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김치전, 해물파전 진정 먹고싶다....
여행의 세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늘 비자런을 하고 와서 소락님의 거대한 별장을 혼자서 보름간 사용한 곳을 떠나기로 했다.. 아무나 와서 자는 숙소가 아니라 가정집처럼 안락한 거처를 보름간 내어준 소락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한국에서 연휴를 쉬시고 오신다 하니 만나면 메콩강변에서 비어라오 근사하게 대접해 드려야 겠다..
보름전에 처음 왔을 때 그렇게 짖어대던 브라우니가 어느덧 꼬리를 내리고 이젠 화해모드로 전환되었다.. 더위에 짖는게 지쳐서일까 아니면 짖어도 별다른 반응을 안해서인지는 몰라도 일단 안짖고 조용하니 좋다..
라오스에 다섯번이나 오고 이번에는 두달째 머물고 있는데 넓디넓은 라오스의 타지역으로 못가본 곳이 너무 많았다.. 남쪽으로 내려갈까 하다가 비교적 시원한 북쪽지역으로 정했다.. 일단은 루앙프라방으로 잠자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므앙응오이와 화웨이사이는 꼭 들리고 싶다..
라오스 북부터미널이다.. 해가 저문 저녁인데도 저렇게 공공장소에서도 벗고다닌다.. 옷입으라고 누가 말하면 이렇게 말할것 같다.. "너 뭐여, 화병 터져 죽으면 책임질래? 또는 집에 에어컨 놔주면 입을게.."정도로 여기 비엔티엔은 너무너무너무 따뜻하다..
소락님 집에 85리터 배낭은 두고왔다.. 대신 각개 맨 작은 가방과 왼손에는 갈증을 식혀줄 뜨뜻한 생수한통을 들고 오른손에는 새면도구와 속옷이 든 가방에 운동화를 묶은 비닐봉투를 들고 남루한 복장에 슬리퍼 질질 끌고 여행길에 나섰다.. 프랑스 영화 "레옹"처럼 라오스 스타일의 "레옹"이 나일것 같다는 생각이 북부터미널로 걸어가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풉..
그나저나 한번 겪어본 벼룩의 악몽이 잠자는 버스에서 재현될까 두렵다.. 등짝과 팔다리에 그림을 그려놓고서 며칠간 가려워서 잠도 못자게 한 그 벼룩의 악몽.. 웬지 불안하다.. 슬리핑 버스에는 온통 외국인.... 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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