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이란 무엇인가?
글쓴이:
현성
날짜:2002/01/31 18:26
□ 탑이란 무엇인가?
절에 대한 탐구 셋째 마당으로 塔(탑)의 어원과 의미, 그리고 종류와 변천, 구조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날 탑이라하면 수직으로 세운 조형물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사용하고 있어 전파를 송수신 하는 것도 탑이라 하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철구조물인 에펠탑도 탑이라 하지요.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그런 것들은 탑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탑이란 과연 무엇인가?
塔(탑)은 고대 범어(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 스투파(stupa) 또는 팔리어 투우파(thupa)의 음역(音譯)에서 유래된 약칭인 것입니다. 스투파를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이 塔婆(탑파)이며 이 塔婆(탑파)를 줄여서 塔(탑)이라고 합니다. 이 탑은 고대 인도인들이 화장을 한 후 남은 뼈를 모신 무덤을 말하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부처가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내가 죽거들랑 너희들은 장례에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수행을 열심히 하거라.
장례는 다른 신도들이 할 것이다.'라는 유언에 따라 장례에 참여하지 않았고 쿠시나가의 말라족이 장례를 치루었는데, . 말라족은 전통 장례 방식대로 석가모니의 시신을 화장하고 그 남은 재와 뼈조각 등 사리들을 잘 모셔놓았는데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일곱 나라에서 사리를 나누어줄 것을 요구하여 결국 사리는 이 일곱 나라와 장례를 거행한 말라족 등 모두 여덟 나라로 나뉘어지고 이 사리를 나누어 받아 거대한 무덤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바로 불교 최초의 탑인 것입니다.
이 탑들은 석가모니의 유언에 의해서 절에 만들어지지 않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길거리에 놓여져 마을 사람들이 관리하였다고 하며 현재까지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초기 원시불교에서의 탑은 곧 부처의 몸이고 부처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상징물이었던 것입니다. 부처가 마지막으로 한 유언중에 이런 말이 있는데,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아 의지하라, 오로지 진리 자체를 등불로 삼아 의지하고 수행하라` 곧 부처는 자신을 상징하는 어떤 형상도, 조형물도 만들어 경배하지 말고 오직 자신의 성찰, 수행을 통한 깨달음을 찾으라 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중생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실체가 , 즉 부처를 상징하는 어떤 형상이라도 필요하였던 것이지요.
다만 초기 불교교단에서는 부처형상을 만들어 예배드리는 것을 금하였으므로 대신 이 탑이 부처님을 상징하게 되었고 부처님을 경배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탑은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곳곳에 탑을 세우게 되었고, 차츰 탑을 많이 만들게 되면서 부처의 사리가 모자라자 대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미하는 불교 경전이나 부처님의 형상인 불상, 소탑 등을 넣은 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 절에 있는 대부분의 탑들은 안에 불경이나 불상들이 들어있습니다.
(세계 最古(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리니경도 이러 연유로 불국상의 석가탑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지요)
일부분 부처님의 사리가 들어있는 탑이 있는데 이런 탑들은 진신사리탑이라고 부릅니다.
진짜 부처님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모신 탑이라는 뜻이지요.
죽음을 뜻하는 무덤이지만, 참 의미는 생사를 초월한
-석가탑 사리함과 무구정광대다리니경-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해탈한 석가모니 부처의 무덤이므로.......)
이번에는 탑의 종류와 변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종류는 재료에 따라서, 木塔(목탑), 塼塔(전탑), 石塔(석탑), 金屬塔(금속탑)(금동, 청동, 철)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탑의 始原(시원)인 인도의 탑들은 앞의 사진(산티대탑)에서처럼 벽돌과 작은 돌을 이용한 둥근 무덤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기본적으로 탑을 무덤으로 인식하였기에 이처럼 무덤 모양으로 만들어, 둥그런 봉분이 있고 그 위에 몇 개의 전통 장식을 하여 놓았고. 무덤에 함부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주변에 울타리도 만들었습니다. 사진의 산치대탑의 경우기원전 3∼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그 봉분이 무척 큽니다
그 뒤 중국으로 불교가 전래된 뒤 탑의 모양은 중국의 전통적인 목조건축의 모양으로 변하게 됩니다. 중국의 탑들을 보면 크기가 큰 것은 약 20층 짜리 빌딩 같은데 나무와 벽돌로 만든 거대한 건물로 안으로 들어가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벽돌로 만든 탑이 많은데 이런 탑을 塼塔(전탑)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나무로 만든 목탑이 많다.
우리 나라도 과거에는 목탑을 많이 만들었으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은 겨우 하나밖에 없다.
속리산 법주사의 팔상전이 그것이다.
우리 나라의 탑들은 대부분 돌로 만든 석탑이다.
우리 나라는 질좋은 화강암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비록 돌로 만들었지만 목조건축의 모양으로 되어 있다. 나무로 만든 옛 기와집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탑을 보면 이해가 쉽다. 탑은 크게 3부분으로 이루어져있다.
기단부는 받침부분이다. 탑신부는 실제로 탑의 몸체인데 주로 이 부분에 있는 지붕의 수로 탑의 층수를 말한다. 그리고 탑신부 위에 있는 장식부분을 상륜부라고 한다. 상륜부는 종래 인도의 탑 위에 있던 장식을 약식화하여 놓은 듯하다.
우리 나라 석탑의 대표적인 것은 불국사의 석가탑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탑들이 모두 석탑은 아니다. 일부분 다른 종류의 탑들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목탑이 속리산 법주사에 있다. 또 안동지방을 중심으로 일군의 전탑이 있다. 여주 신륵사에도 유명한 전탑이 강가에 하나 있다. 모전석탑이라는 것도 있다.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탑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경주 분황사탑 정도이다.
그 외에 청동이나 금동으로 만든 작은 탑들이 있으나 이들은 작고 박물관이나 깊숙한 창고 속에 있는 경우가 많아 절을 가서 유물로 흔히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탑은 위로 올라갈수록 뾰족해지므로 그 줄어드는 비례가 예쁘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조각된 무늬나 장식도 의미가 있으며 잘 어울리도록 하였으니 그 상징의 속뜻과 조각의 아름다움을 같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절을 찾았으니 만치 탑에 대한 예의도 갖추도록 하자. 즉 두 손을 모으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탑을 한바퀴 도는 것이다. 이 때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이 예의이다. 아마도 인도의 풍습대로 깨끗한 오른손이 항상 탑쪽으로 향하게 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된 예의 같은데 같이 지켜주어야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않는다.
. 그러나 이 탑들은 현재 전해져 오고 있지 않다.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지도 잘 모르는 것이다. 단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 그냥 놓여졌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부처님이 길거리에 세우라고 유언하였기 때문인데 이렇게 세워진 탑은 절의 승려들이 관리한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관리하였다. 이렇게 절과는 무관하게 탑이 존재했던 시절이 200년간이나 지속된다. 탑은 본래 동네에 그냥 서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우리 나라의 솟대나 돌장승
같이. 아니면 마을 입구 서낭당같이.
석가모니의 시신을 모신 무덤을 이렇게 제자들이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아마도 무덤에 대한 애착보다 자신의 수행에 힘쓰라는 부처님의 가르침 때문이리라. 사실 죽은 사람의 시신을 모신 탑은 단지 기념물은 될 지언정 신앙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부처님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본다. 부처님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스스로를 의지하라.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고 오로지 진리 자체를 등불로 삼아 진리만을 의지하라. 모든 것은 변하느니라. 그저 부지런히 수행에 힘쓰거라.' 그러니 돌로 만든 탑등에 의지하는 것은 사실 옳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형상없는 상징만으로는 자신의 신앙대상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므로 불안해한다. 무언가 형상을 만들어 의지하고 기대어야 하는 것이 바로 나약한 인간의 현실이지 않는가. 바로 그러한 나약함이 드러날 때 탑은 절로 들어와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절에 가면 어느 절이든 거의 대부분 한가운데 탑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탑을 도는 신도들도 보게 된다. 소위 탑돌이이다. 탑에 대한 신앙은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나라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듯 하다. 진정한 탑돌이의 정신은 석가모니의 말씀처럼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에 기대어 진정으로 수행에 힘쓰는 것에 그쳐야지 현세적 욕심이나 사소한 기원을 비는데 있지 않음을 다시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