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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아끼고 싶은 마음에 묵히고 묵히다 몰아서 감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 남짓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 10편을 폭풍처럼 감상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는 즐거운 시간이습니다.
소양이 깊지 못하고 단기간 감상을 하며 영화에 대해 느낀 점, 감독의 자서전을 통해 알게 된 점등을 어쭙짢게 적은 터라 이 글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세계를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감독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담아 글을 적고자 함을 알려 드립니다.
우선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은 별도 글을 올렸기에 링크를 해 놓은 것으로 대체하고 본 글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길 희망하며 2부작으로 나누어서 올리겠습니다.
1962년 도쿄 출생인 고레에다 감독은 와세다 대학 졸업 후 티브이맨 유니언(일본 최초의 독립 텔레비전 방송 제작사)에 입사해 1989년 연출가로 데뷔하였습니다.
1995년 ‘환상의 빛’으로 극 영화 데뷔 전까지 다큐멘터리 제작을 주로 하며 다큐멘터리 DNA가 그의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감독의 인장이 되었습니다.
첫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 (1995년)"
후에 영화화가 되긴 했지만 ‘아무도 모른다’의 원형이 되는 작품으로 데뷔하고 싶었던 고레에다 감독은 여의치 않은 상황에 소속 사의 프로듀서 추천으로 ‘환상의 빛’을 찍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당초 텔레비전 드라마로 만들 예정이으나 영화화를 결정하고 신인 배우를 섭외했으며 티브이맨 유니언의 제작비 지원을 받아 촬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장편 영화 경험이 없던 고레에다 감독은 300장의 콘티를 직접 그리고 철저히 콘티에 따라 촬영을 했는데 그의 자서전에 밝힌 바에 따르면 스스로 콘티에 얽매여 자유롭게 찍지 못한 점이 괴로웠다고 말하였습니다.
영화는 남편의 자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새로운 가족을 만나 삶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괴로움에 격정적인 감정을 토로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가족의 일상을 관조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냈습니다.
떠난 자보다는 남겨진 자의 슬픔에 늘 관심을 기울인 고레에다 감독은 특유의 서정적인 정서와 빛과 그늘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라는 이후 영화들의 원형이 되는 그의 주제에 대한 출발점이 되는 영화 입니다.
* 수상정보 : 베니스 영화제 촬영상
두 번째 장편영화 "원더풀 라이프 (1998년)"
1995년 ‘환상의 빛’ 이후 일본의 정서와는 무관한 작품을 만들자는 생각에 고레에다 감독이 티브이맨 유니언 제직 당시 텔레비전 시나리오 콩쿠르 장려상을 받은 각본을 바탕으로 한 오리지널 영화인 ‘원더풀 라이프’를 제작하였습니다.
앞서 ‘환상의 빛’이 콘티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연출을 했다는 점에 이번에는 정반대로 다큐멘터리처럼 날것 그대로의 작품을 찍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화의 주제와 같은 죽은 이들이 천국으로 가기 전 어떤 추억을 고를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였고 무려 600명분의 영상을 모으게 됩니다.
이때 모아진 이야기들은 메이킹 영상으로 남기고 재현이 아닌 생성을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영화 중반까지 망자들이 어떤 추억을 고를지 이야기를 하는 다양한 장면들이 나오게 됩니다.
영화 후반 림보(천국에 가기 전 중간 계)에서 망자들의 추억을 영화로 재현해 주는 일을 하던 이들 중 한 명인 타카시가 자신이 담당했던 망자의 추억을 통해 한때 정혼 자였던 여인에 대한 추억을 하게 됩니다.
전쟁으로 죽게 되어 이루어지지 못한 아픈 사랑의 추억을 안고 있던 타카시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같은 추억을 선택하며 천국으로 가게 되면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영화는 첫 장면의 밝은 빛이 나는 문을 통해 망자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 장면을 통해 전작 ‘환상의 빛’ 보다 더 노골적으로 빛과 그늘(어둠)이라는 주제 의식을 명확히 보여 줍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단 하나의 추억을 고른다면 어떤 추억을 고를 것인가?”라는 질문을 영화 보는 동안 그리고 보고 난 이후에도 계속 되풀이하며 하게 됩니다. 작품을 통해 누군가 혹은 자신의 슬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잘 들어맞은 작품이습니다.
* 수상정보 : 낭뜨3대륙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된 "아무도 모른다 (2004년)"
고레에다 감독의 명성을 본격적으로 알린 영화는 ‘04년 작품인 ‘아무도 모른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는 고레에다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중 자신이 나고 자란 도쿄에서 소재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88년 도쿄에서 발생한 ‘니시스가모 네 아이 방치 사건’을 소재로 각본을 집필하게 됩니다.
사실 실제 사건은 사망한 막내딸(동생) 이 영화처럼 단순 추락사가 아닌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사건이 훨씬 끔찍했으나 영화는 상당 부분 이를 순화하여 제작이 되었습니다.
감독 본인이 밝힌 바로는 당시 선정적인 문구를 달아 연일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고레에다 감독은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장남(소년)이 동생들을 왜 버리지 않았을까?” 이 의문에서 시작된 영화는 선정적인 보도 이면에 어쩌면 모자간에 풍성한 관계가 있었고 방치된 6개월 동안 아이들에게 잿빛 지옥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회 시스템과 현대 도시의 어둠에 대해 비판하거나 교훈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결말을 해피엔딩을 만드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저 아이들의 일상과 아이들 주변의 풍경을 지켜보며 늘 그렇듯 “그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이 부분이 첫 작품인 '환상의 빛' 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주연을 맡은 야기라 유야는 이 영화로 2004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일본인 최초이자 칸 역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캐스팅 당시 연기 테스트 없이 주인공으로 아기라 유야를 낙점하였고 연기적 테크닉을 배제하기 위해 연습 준비 없이 곧바로 촬영하였습니다.
그래서 각본을 전달하지 않고 대사를 쓰는 등 감정 선을 중요시하며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고레에다 감독은 아역들과 촬영 시 보통 각본을 미리 준비해 주지 않고 상황에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촬영을 하는데 이를 위해 사전에 아이들끼리 충분히 교감할 수 있도록 친해질 시간을 주고 평소 노는 모습이나 대기실에서의 대화를 유심히 들으며 이를 영화에 반영하는 등 대사가 아닌 액션을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촬영을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감독의 이러한 노력으로 아이들의 연기에 진실성과 현장감을 불어넣었고 칸 영화제 남우 주연상 수상 역시 고레에다의 공이 8할은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 수상정보 : 겐트 영화제 그랑프리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엇나간다. "걸어도 걸어도 (2008년)"
대중적인 지명도를 얻기 시작한 고레에다 감독이 ‘06년 ‘하나’가 관객과 평단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이후 2008년 커리어 최고 작으로 평가받는 ‘걸어도 걸어도’를 내놓게 됩니다.
각본 초고는 ‘06년 가을에 썼는데 ‘하나’를 만들 무렵 어머니가 입원했는데 영화를 마무리하던 2005년 돌아가시게 되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찍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자식의 성공을 못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간본 첫 장에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라는 문장을 적었다고 합니다.
실제 영화 속 키키 키린이 맡은 어머니 역의 토시코는 감독 본인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각본을 쓰게 되었지만 슬픔에 끌려다니는 드라마를 만들지 않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고리에다 감독은 자서전을 통해 캐릭터 이전 큰 설정 두 가지를 했는데, 첫 번째는 조금씩 어긋난다는 중얼거림으로 끝나는 영화를 만들자는 것과 어미니 와 아들이 백중날 마음 불편하게 하룻밤을 보낸 뒤 어느 타이밍에서 ‘블루 라이트 요코하마’가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 어머니 토시코가 가족들과 다정하게 음식을 만들고 여느 어머니처럼 나오지만 어느 순간 며느리에 대한 날 선 평가와 자식의 죽음과 관련된 남자에 대한 무서운 속내 그리고 수십 년간 남편의 외도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온 모습 등이 감독의 의도를 잘 고스란히 드러낸 캐릭터였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이 어머니를 떠나보낸 슬픔을 치유하는 드라마 이자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드라마로써 떠난 자에 대한 추억은 하지만 슬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상실의 아픔을 그리자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 수상정보 : 아시안 필름어워드 최우수 감독상
"공기인형 (2009년)"
2000년에 출간된 고다 요시이에의 단편집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고레에다와 배두나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배두나의 전라 노출 연기와 소재 때문에 복잡한 한일 관계 속에서 정치적으로 해설될 여지를 없애려 철저히 판타지(픽션)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촬영을 맡은 촬영감독 (리핑빙)은 화양연화 촬영감독으로 후처리 없이 현장에서 촬영을 모두 완성하는 완벽주의 촬영감독으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화면을 담은 영화가 아니나 생각됩니다.
사람처럼 마음을 갖게 되었지만 결코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공기인형의 운명은 어쩌면 정해진 길을 따라 잔인한 운명에 내맡겨 진 채 끝이 나고 공허함 만이 남은 채 끝이 납니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주연을 맡은 배두나는 메이크업 도중 감정을 잡기 위해 대본을 읽고 울었는데 이는 인형 역할로 인해 촬영 중에는 울 수 없기 때문에 매일 감정을 잡기 위해 울었고 실제 촬영 시 감정을 참지 못해 울어서 NG를 냈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몰입을 했다고 합니다.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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