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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비교되는 어린 시절이... 오죽헌에서
광명도서관 또바기문학기행- 오죽헌을 돌아보며 2018. 5.24
오죽헌을 돌아보며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자신이 서글퍼짐은 어찜인가
그렇다고 누굴 원망하거나 자신을 비관하고픔 전혀 아니다
단지 이렇게 넓고 아늑한 정원 주변 인물들이 모두 학자 분위기라서....
태아교육의 중요성
세 살까지의 감성
일곱 살까지의 습관
항상 이 시기의 영향력이 어떠한가 잘 아는 터라
오죽헌 두 번째 방문에 난 그만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있는게 아닌가...
5000원 권 율곡
50000원 권 신사임당
이 지폐 초상화들도 오늘에야 이해하다니 감사뿐이다
광명도서관 또바기 문학기행으로 오죽헌을 돌며 안내원이 던진다
'5000원 권 있으신 분...'
나 혼자만이 두 장을 꺼내보이며 딸과 나누어 이름표에 끼운다
율곡의 딸이 심사임당 아니야 무심코 던진 말에
오만 원 권이 신사임당이잖아요 그 분 엄마예요
정신이 번쩍, 별이 사방에 뜬다
어린아이라도 다 아는 상식이건만
율곡 이이의 엄니를 기억 못했나....
아버지 신명화와 외할아버지 이가온의 학풍, 예풍을 물려받다
19세에 22세의 이원수와 결혼하면서도 자기계발에 게으르지 아니하던 신부
1502년 태어나 1551년 까지 조선 중기 천부적인 예술가 특히 화가로 지내며
아들 딸 아들 딸 아들 딸 아들 7남매를 낳는 애국 여인이 아닌가
철저한 남성중심 사회에서 자신을 사임당이라 부르게 하는데
이는 현모양처로 알려진 태임(太任)을 닮겠다는 의지가 분명 드러나다
주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은 태교를 처음으로 실천한 여성이다
이렇듯 자신을, 남편을 그리고 자녀를 가르치는 집안 교육가로도 거듭나다
이이는 5째로 삼남이다 (1538~1584)
13세에 진사시에 장원 급제한 그가 23세에 보폭을 넓히다
58세의 퇴계 이황을 찾아뵙고 올린 시 한수를 보자
溪分洙泗派(계분수사파) 도산의 시냇물은 공맹의 수사강에서 흘러나오고*
峰秀武夷山(봉수무이산) 산봉우리는 주자의 무이산(武夷山)처럼 빼어납니다
活計經千卷(활계경천권) 살림이라곤 천 권의 책이요
生涯屋數間(생애옥수간) 평생에 집 두어 칸 초가에서
襟懷開霽月(금회개제월) 회포를 풀고 나니 맑은 하늘에 달이 뜨고*
談笑止狂瀾(담소지관란) 고요한 담소는 거친 물결을 잠재웁니다
小子求聞道(소자구문도) 제가 찾아온 이유는 도를 듣기 위함이지
非偸半日閑(비투반일한) 반나절이라도 헛되이 보내려함이 아니옵니다
해설) 수수(洙水)와 사수(泗水)로 나뉘어- 공자가 살던 곳의 물 이름
금회(襟懷) 마음 속, 가슴속, 제월(霽月) 비가 갠 하늘의 밝은 달
이황의 답시를 보면 애띤 이이 앞에서 대학자의 면모를 찾기 어렵다
病我牢關不見春(병아뇌관불견춘) 내 병으로 문 닫아 걸어, 봄 구경도 못 했는데
公來披豁醒心神(공래피활성심신) 그대가 이렇게 찾아주니 심신이 상쾌하네
始知名下無虛士(시지명하무허사) 선비의 높은 이름 헛되지 않음을 알았는데
堪愧年前闕敬身(감괴연전궐경신) 내 지난날 몸가짐을 삼가지 못한게 부끄럽네
佳穀莫容稊熟美(가곡막용제숙미) 좋은 곡식 밭에는 잡초가 무성할 수 없고
遊塵不許鏡磨新(유진불허경마신) 새로 닦은 거울에는 티끌도 허락하지 않네
過情詩語須刪去(과정시어수산거) 부질없는 얘기 모두 제쳐 놓고
努力功夫各自親(노력공부각자친) 힘써 공부하여 우리 서로 친해보세
이이는 벗이라 맞아주는 이황을 스승으로 정중히 모시게 되다
퇴계의 마음을 시 한수 선물에 사로잡게 된다.... 과연?
마음에 듦으로 젊은 이이의 앞날이란 스승에 버금가는 조선의 정신적 지주가 되다
가이드는 밝게 미소를 지으며 오죽헌 구석구석을 돌며 해설에 열심이다
잠간, 따라가면서 퇴계와 율곡이 부딪친 ‘이기론(理氣論)’이 문득 떠오르다
대한항공 갑질도 이기론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단지 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걸친 문제가 아닌지
이조 500년, 예도(禮道)가 근대화 물질문명에 휩쓸려 간 듯싶다
퇴계와 율곡의 논쟁이 된 이기론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주만물과 인간사회의 질서를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 개념 성리학의 기본 이론이다
이황의 이기론은 '인간은 본래 착한 바탕[理]이나, 태어나 살다 보면 선행도 악행도 한다[氣]'
따라서 ‘이’란 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끊임없이 자기 수양이나 교육을 통해 연마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존론(理尊論)의 이황과 달리 이이는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이다
이기론(理氣論)에서 이와 기가 서로 떨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묘합(妙合)한 가운데 이는 이(理)이고 기는 기(氣)여서 서로 협잡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일물(一物)이 아니다
또한 이는 이이고 기는 기라고 하더라도 이와 기는 분별이 뚜렷지 않아 이물(二物)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하자면 누군가 사랑하고자 하면, 이 때 상대에게 선물을 주고 받게 된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사랑이 이(理)이고, 선물을 주는 에너지가 기(氣)라고 보면 되지 아니할까
이황의 이존론은 사랑에 중점을 두고, 이이는 사랑과 선물을 주는 에너지가 각각 다르나 선물을 줄 때 사랑 또한 수반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理)는 순수원리이고, 기(氣)는 순수 에너지이어서 하나이다
현대 사회에서 율곡의 이기론 처럼 중용(中庸) 또한 그립지 않은가
‘중’이란 기울어짐이 없다는 뜻이고, ‘용(庸)’이란 영원불변이라는 뜻인데
이황이나 이이의 이기론이 중심을 유지하며 중용에 서서 예도가 살아난다
예도가 공동체 어디서나 올바르고 변함이 없는 도리가 세워지면 갑질도 풀리지 아니할까
윤홍식에 의하면 중국은 주자학계 율곡보다 주자학과 색다른 이황을 새롭게 연구한다고 한다
이기론에서 필자는 믿음과 행함 사이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의 히브리서 11장 1절은 이존론 입장 같다
'영혼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의 야고보서 2장 26절은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 입장과도 같다
필자는 이황의 이존론과 율곡의 기발이승일도설(氣發理乘一途說) 양쪽 다 수용하지만 이황의 이존론에 더 가깝다
그 이유는 프로이드(Freud)의 superego(초자아), ego(자아), id(원초아)로 삼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인 ego가 초자아에 붙으면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지만 ego가 id(본능적 자아)에 붙으면 쾌락이나 욕구충족에 빠진다는 이론에 기인한다
다시 말하자면 필자는 마틴루터의 영성원리인 인간을 영혼육 3분법으로 이해한다
즉 하나님의 영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영이 혼인 마음을 지배하면 이황의 이존론에 따라 마음이 육체의 활동을 일으킨다고 본다.
반대로 인간 육체의 본능인 id(욕망)에 의해 ego(자신)가 지배받으면 ego가 superego(양심)는 힘을 잃고 짐승과 다를바 없이 행동하게 된다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려면 superego의 활동을 강화시켜 ego를 정복하고 그 ego가 육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전도자의 중요한 점도 전하는 진리(理)가 확고해야 하는 동시에 본이 되는 그의 삶(氣)이다
이이의 기(氣)는 순수 에너지인 육체의 작용과 동시에 이(理)인 순수원리가 작용한다는 이론에 필자는동의한다
그러나 이기론과 달리 3분 이론에서 볼 때 순수 에너지인 행동(기)이 순수 원리인 idea(이)를 작동시킨다고 해서 참 '나'인 superego(이상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양의 가죽을 쓰고 행동한다고 해서 양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는 의문점이 남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理보다 결국 氣를 보고 이기론이나 진리 역시 수용여부를 고민하는 게 현실 아닌가
결론적으로 율곡은 주희(朱熹)의 이동기이설(理同氣異說)을 따라 이는 무형(無形)·무위(無爲)라 하고, 기를 유형(有形)·유위(有爲)라 함으로써 이는 형태에 구애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물에 공통적으로 변함이 없이 나타나며, 형태가 있는 기는 사물에 따라 천차만별로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이통기국론-理通氣局論-이는 통하고 기는 제한되다의 뜻). 율곡의 이기론은 이와 기는 서로 의존하여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조화됨을 강조한 이론이다
율곡은 조선 명종 시대 성장하여 선조시대에 명종실록 편찬에 참여한 대학자로 이조·형조·병조의 판서를 지내다
그가 49세 짧은 일기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독서 일화가 오죽헌 기념관에 걸려 있다
먼저 독서의 중요성이다
배우는 자는 항상 이 마음을 보존하여 바깥 사물에 휘둘리지 않게 하고
반드시 이치를 궁구하여 선(善)을 밝힌 뒤에야
마땅히 행할 길이 분명히 앞에 있어서 진보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도(道)에 들어감은 이치를 궁구하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고,
이치를 궁구함은 책을 읽는 것보다 먼저 할 것이 없으니,
성현(聖賢)의 마음을 쓴 자취와 선과 악의 본받고 경계해야 할 것이
모두 책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독서하는 태도이다
무릇 책을 읽는 자는(凡讀書者)
반드시 단정히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必端拱危坐)
공경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하고(敬對方冊)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다하며(專心致志)
자세히 생각하고 함영(익숙히 읽고 깊이 생각함)하여(精思涵泳)
글의 뜻을 깊이 이해하고(深解義趣)
매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구해야 하니(而每句必求踐履之方)*
만일 입으로만 읽고 마음으로 체득하지 못하고(口讀而心不體)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身不行)
책은 책대로이고 나는 나대로일 것이니(書自書我自我)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何益之有?)
참고로 독서방법에는 다독인 퀀텀독서법, 다산의 초서독서법, 이황과 이이의 숙독법이다
초서(草書) 독서법은 이 책을 왜 읽는지 목표를 정하고, 어떤 내용을 간추릴지 미리 생각하고, 공책을 펴 놓은 채로 책을 읽는다
초서는 공부할 때 필요하다
숙독은 실천하는데 목표가 강하기에 그러므로 익숙해지도록 되풀이하여 읽거나 충분히 뜻을 새기면서 읽는 방법이다
Austin Phelps (오스틴 펠프스)의 말을 회상해 본다
Wear the old coat and buy the new book.
낡은 외투를 그냥 입고 새 책을 사라
광명도서관 또바기 문학기행 올해로 두 번째이다
지난해는 독서회 가입 감사로 써본 ‘늦깎이 재회 애인- 독서’를
올해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발제 후기로 써본 ‘떠도는 불나방’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차례가 되어 낭송하다
다듬어 지지 않은 글이지만 필자에게 감미로움을 더해 몇 번이고 되새겨 보다가 선정하다
아~
어릴 때 이런 문학기행 분위기에 젖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번 가정의 달
오월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오죽헌을 돌아보는 또바기 독서회원들 발길 위에서...
광명시와 남궁 회장님, 임원 모두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이 기다려지기에
지난 날을 돌아보며 이처럼 책을 가까이 하게한 감사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어려서부터 신앙심을 찾아가는 성경과의 만남이 자랑스럽다
진학의 길을 터 주신 정계훈 팔봉중학교 초대 이사장님
사내라면 최소 고등교육은 배워야 한다는 어머님
기성회비 등 교육비는 꾸어서라도 제 때 납입하게 해 주신 아버님
고등학교에서 대학과정 결혼 교회개척 등 물심양면으로 후원하신 상희 형님
유학까지 공부하겠다는 철부지 남편을 말없이 내조해온 아내
종용하지 않아도 기도 이상으로 공부하는 미샬, 자넽, 펄 세 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문학기행 여행차 막내와 둘이서 함께 오죽헌과 경포대를 다니며
위와 같은 점들을 정리하다 보니 율곡 성장 분위기는 어린 시절을 부럽게 하지만
독서회 안내로 풍요로운 환경에 묻혀 여행하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스러운지 오직 감사뿐이다
마중물독서회
May 27th 2018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