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죽산 웃는돌이라는 곳에서 무용가 홍신자 선생님의 3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거든요.
집을 떠나서 두 달 정도를 머무르게 되었는데 엄마의 생신이 다가오니 선물 하나 준비 못하고 들어온 제 무심함이 부끄러워지네요.
지방에 계신 아빠,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생, 죽산에 있는 저, 다들 흩어져 있지만 엄마 생신 축하하는 마음은 모두 같다고, 그리고 주말에 식구들끼리 모여서 맛있는 케잌에 초를 켜고 축하 노래 해 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엄마께 한영애의 <여울목>을 들려 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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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순천에서 아빠와 보내신 주말은 즐거우셨어요? 주말마다 서울로 올라오시던 아빠가 감기로 고생하신다는 소식에 걱정스레 내려가신 엄마. 그래도 아빠도 금방 좋아지셔서 순천에서 두 분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울산으로 할머니 뵈러도 다녀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마음이 기뻤습니다.
식구들끼리 복작복작 서로 부대끼며 지내다가 보현이가 미국으로 가고 아빠가 지방 발령을 받으시면서 우리 둘이 집을 지키다, 저마저 죽산에서 생활하게 되니 휑한 집에서 강아지밥을 주며 엄마가 쓸쓸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네가 매일 엄마랑 있다가 나가서 사니 자유롭나보다."라고 말씀하시는 엄마께 "맨날 집에서 뒹굴거리던 작은 딸이 사라지니 엄마가 오히려 속이 다 시원하지?"하고 이죽거리기는 했어도 떨어져 있으니 엄마가 더 그립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할 줄 아는 거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시집 보내나 걱정하던 둘째가 여기와서는 청소며 요리, 잡다한 일을 척척 해내고 제게 맡겨진 업무들도 잘 해나가고 있답니다.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고 채식 위주의 건강한 먹거리로 식사를 하고 저녁 서늘한 바람에 산책도 다니고 산 속 황토방에서 숙면을 취하노라면 하루하루 힘이 나고 구구한 근심들이 씻겨나가는 것 같아요.
엄마도 이 곳에 와서 명상도 하고 춤도 추시고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 좋을 텐데요.
하지만 이제 엄마는 엄마만이 아니라 할머니라는 직함까지 얻으셨으니 어디 엄마 몸이 엄마 몸이겠어요...
언니가 회사에서 돌아올 때까지 손녀를 보는시느라 꼼작없이 매인 몸이시지만, 그래도 첫손녀를 안은 기쁨이 너무나 크셔서 힘든 줄도 모르신다는 엄마.
이번 생신은 언니네 식구랑 예영이 재롱을 보며 보내시게 되겠네요. 엄마 말씀대로 주말엔 우리 다같이 모여서 맛있는 케잌도 먹고 즐겁게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