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福費). 예전에는 부동산 중개업소가 아파트 등 부동산을 거래시켜 준 대가로 매도자(파는 사람)와 매수자(사는 사람)에게서 받는 수수료를 ‘복비’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인정이 오가는 거래의 답례였다. 액수가 많든 적든 분쟁의 소지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아 달라진 것 같다. 중개수수료를 놓고 계약 당사자와 중개업자가 다툼을 벌일 경우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개수수료 지역마다 달라요”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참으로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부동산 거래 상품에 따라 수수료 산정 기준이 다르기도 하다.
중개수수료는 자치단체들이 조례로 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ㆍ도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하지만, 대개 ‘거래금액’에 일정한 ‘요율’(몇 %)을 곱하여 계산하게 된다.
이에 따라 주택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는 소비자는 미리 해당 시ㆍ도의 수수료율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런 규정을 참조하더라도 중개수수료 계산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법정 수수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꼭 법정 수수료만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관행상 아파트 등 주택을 사고 팔거나 전ㆍ월세 계약을 맺을 때는 법정 수수료를 기준으로 상호 조정하게 된다.
또 건물과 땅 등 덩치가 큰 부동산을 거래할 때는 매도인과 미리 약정금액을 정해 놓고 그 이상에 팔아 주면 일정 부분 또는 전액을 수수료로 받을 수도 있다. 상가 등을 거래하면서 정산하는 권리금 등에도 별도 수수료가 붙을 수 있고, 거래금액이 크면 컨설팅비 명목으로 보너스를 받기도 한다.
매매ㆍ전세 계약 때 중개수수료 계산법은?
그럼, 중개수수료는 어떻게 계산할까? 매매 거래의 중개수수료 계산법은 비교적 쉽다. 간단한 덧셈과 곱셈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택은 거래금액에 일정한 수수료율(서울시 기준 매매금액의 0.4~0.6%)을 곱하면 수수료가 나온다.
중개수수료 체계는 조례(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에서 정하는 규정)로 정하고 있지만 지역별로 큰 차이는 없다. 중개수수료는 집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내야 한다. 중개업소를 통해 부동산을 맞바꿀 때도 매매와 같은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다만 중개업자가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지 못하도록 상한선(한도액)을 두고 있다. 예컨대 1억9000만원짜리 집을 사는 경우 1억9000만원에 0.5%(5000만원 이상~2억원 미만 수수료율)를 곱하면 중개수수료는 95만원이 나온다. 만약 하지만 조례가 정한 한도액이 80만원이기 때문에 이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없다.
매매가격이 6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나 상가ㆍ토지의 수수료율은 따로 못 박지 않고 있다. 매매금액의 0.2~0.9%에서 중개업자와 매수ㆍ매도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중개업자와 소비자 간 다툼이 많아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전세 거래도 매매처럼 계산이 비교적 간단하다. 서울ㆍ수도권은 5000 만원 미만, 5000만~1억원, 1억~3억원 미만, 3억원 이상으로 구분돼 있다.
전세의 경우 매매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되는데 수수료율(0.3~0.5%)과 한도액만 다르다. 9000만원짜리 전세일 경우 수수료가 36만원(9000만원에 0.4%를 곱하면 36만원이 됨)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도액이 30만원이기 때문에 이 돈만 중개업소에 주면 된다. 전세금액이 3억원을 넘으면 전세보증금의 0.2~0.8% 내에서 중개업자와 소비자가 합의해 결정토록 돼 있다.
월세는 계산법 다소 복잡
그런데 월세 중개수수료 계산법은 다소 복잡하다. 월세는 말 그대로 집을 사용하는 대가(임대료)를 매달 집주인에게 주는 것이다. 월세 계약은 주로 10~20평형의 오피스텔이나 원룸주택, 소형 아파트 단지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월세는 대부분 보증금을 일부 맡기고 월세를 내는 방식(보증부 월세라고 한다)이다. 보증금 없는 순수 월세는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중개수수료 계산이 상대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1월부터 월세 중개수수료 계산방식을 바꿨다. 월세 거래 때 중개수수료가 너무 낮아 중개업자들이 월세 거래를 꺼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건교부가 계산방식을 바꾸기 전에는 수수료 기준이 월세에 임대 월수를 곱한 뒤 보증금을 더하고 다시 부동산 수수료율(0.2~0.8%)을 곱하는 방식이었다. 즉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월세를 2년간 계약한 경우를 따져보면 7만4000원[={1000만원+(20만원×24개월)}×0.5%] 정도이다. 여기에서 0.5%는 중개 수수료율이다. 만약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다면 중개수수료는 6만2000원으로 낮아진다.
그런데 건교부가 도입한 방식은 이와는 다르다. 월세에 100을 곱해 월세 보증금을 더한 뒤 일정 요율을 곱하는 방식이다. 같은 월세를 따질 경우 중개수수료는 15만원[={1000만원+(20만원×100)}×0.5%]으로 껑충 뛴다. 3000만원짜리 전세 거래와 수수료가 같아지는 것이다. 수수료율은 변화가 없는데 계산 방식을 달리하다 보니 중개수수료가 종전보다 2~3배 더 오르게 된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6월 계산 방식을 다시 바꿨다. 기존 월세부동산 거래액 산정방식(보증금+월세×100)을 유지하되 거래가액이 5000만원 미만일 때는 ‘보증금+월세×70’으로 산정한 금액을 거래액으로 하고, 여기에 요율을 곱해 중개수수료를 산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주택의 중개수수료는 종전 최고 20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내려갔다. 거래가액이 5000만원 미만인 전ㆍ월세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지난해 6월 15일부터 평균 10∼20% 낮아진 것이다. 다만 5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오른 인상폭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아무튼, 중개수수료 계산이 어려우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를 찾으면 된다. 거래 금액과 거래 유형만 입력하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건물ㆍ땅 권리금 등은 중개업소가 기여한 공로 등에 따라 수수료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인지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도 잦다. 중개업소와 고객간 분쟁 가운데 가장 많은 다툼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이 수수료 문제인 것이다.
왜 수수료 분쟁 잦나?
왜 이렇게 분쟁이 많을까, 또 해법은 없을까.
부동산을 거래하다 보면 중개수수료 문제로 기분을 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반인들이 법정 수수료율을 잘 모르는 데다, 중개업자들이 종종 추가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동산 거래자와 중개인이 앙금을 씻지 못한 채 법정까지 가기도 한다.
현행 중개업법상 중개업소가 법정수수료를 초과해 받으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위법이다. 수수료율이 자율화돼 있지 않고 거래 양 당사자가 모두 조금씩 수수료를 내야 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분쟁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대수수료 요구 때 대처법은?
중개수수료 분쟁을 막으려면 거래 당사자들이 중개수수료 계산법을 정확하게 알아두는 것이 최선이다. 조명선 변호사는 “매매나 임대차 계약 뒤 바가지를 쓰고 중개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면 법정 수수료율 계산법을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개업소가 수수료를 너무 많이 받으려 할 경우 각 구청 지적과나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면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길도 있다. 중개업자는 바가지 요금 등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6개월 이내의 업무정지는 물론 형사고발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매도인이나 임대인 등 물건을 의뢰한 쪽에서만 수수료를 내는 미국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중개업자가 고객에게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계약금부터 잔금 정산까지를 모두 책임지는 에스크로시스템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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