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항아분월(嫦娥奔月)의 상상도이다.
항아분월(嫦娥奔月)은 여인 항아가 달로 도망가다는 뜻이다.
그 여인 항아는 어쩌다 달로 갔을까?
중국 한대의 철학서 <회남자(淮南子)>는 항아분월의 기본스토리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요 임금 시절, 열 개의 태양이 동시에 뜨자 곡식은 타고 초목이 말라 죽어 백성은 먹을 것이 없었다.
알유, 착치, 구영, 대풍, 봉희, 수사 등 (괴물들)이 출현해 모두 백성을 괴롭혔다.
요 임금은 예(신)를 시켜 맹수인 착치를 주화 못에서 죽이게 하고,
괴물 구영을 북적 지역의 흉수에서 죽이게 하였으며,
대풍 풍백은 동쪽 지역의 청구 못에서 살해케 했다.
(예는) 위로는 동시에 출현한 열 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리고,
아래로는 맹수인 알유를 살해하고,
큰 뱀인 수사는 남쪽 못인 동정에서 목을 치는 한편,
큰 돼지인 봉희를 상림에서 생포했다.
이에 모든 백성이 기뻐하여 요 임금을 천자로 모시게 되었다.
(逮至堯之時, 十日幷出, 焦禾稼, 殺草木, 而民無所食. 猰貐, 鑿齒, 九嬰, 大風, 封豨, 修蛇皆爲民害.
堯乃使羿誅鑿齒於疇華之野, 殺九嬰於凶水之上, 繳大風於靑丘之澤. 上射十日而下殺猰貐,
斷修蛇於洞庭, 禽封豨於桑林, 萬民皆喜, 置堯以天子.) - 권8, 본경훈(本經訓)
아주 먼 옛날 요제 때의 일이다.
천제의 아들인 열 태양이 순서대로 하루에 1개씩 교대로 떠오르게 되어 있었다.
번갈아가며 하늘에 올라가 있는 동안은 태평했지만,
어느 날 그들이 서로 의논한 끝에 장난삼아서 열 태양이 한꺼번에 하늘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상은 삽시간에 염열지옥으로 변해 농작물은 타고 초목은 말라 비틀어졌으며,
하천은 말라서 먼지가 났다.
요제의 덕으로도 뜻밖의 천재지변에는 어쩔 도리가 없어 마침내 활의 명수인 후예를 파견하고
아무쪼록 사태를 수습 하도록 명령했다.
후예는 높은 언덕으로 달려가 열 태양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드디어 아홉 태양을 맞춰서 떨어뜨렸고 단 하나의 태양만이 남았다.
덕분에 인간들은 다시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
그후 후예는 세상의 영웅으로 알려졌다.
영웅 된 후예가 어느 날 밤 계수 아래에 항아라는 예쁜 여자를 만나 백년하수의 약속을 했다.
영웅과 미인의 혼인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았다.
행복한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천제가 후예에게 하늘에 올라와 일을 하라고 명했다.
곤륜산 서쪽에 사는 서왕모라는 여신이 불로불사의 약을 후예에게 주고 천제의 일군이 되라 했다.
그런데 후예는 아내 곁을 떠나기도, 하늘에 올라가기도 싫어 그 약을 아내에게 맡겼다.
항아는 하늘에 올라가지 않는 것은 명을 어기는 것으로 죄를 받아야 할 일이라 알고 있다.
요제도, 백성들도 후예를 필요로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한 끝에 달빛이 매우 밝은 밤,
아내 항아는 후예 몰래 그 약을 혼자 삼켜 버렸다.
잠시 후 항아의 몸이 가벼워지더니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항아는 남편의 이름을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내의 소리를 들은 후예는 날아가는 아내를 보고 아내가 자기를 위해 한 행동임을 알게 됐다.
이로써 항아는 달에서 살게 됐지만 월궁은 너무 춥고 사람도 없어 후회하며 남편을 무척 그리워했다.
그리고 월궁에서 계수를 심어 놓고 후예와 만남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안 천제는 후예와 항아 부부의 정에 감동해서 보름에는 둘이 만날 수 있다고 명을 내렸다.
그 후 음력 8월15일마다 후예와 항아 때문에 여러 가지 풍습이 생겨났다.
보름달의 모양은 둥글다.
이런 외형적 특징을 상징적으로 비약시켜 중국에서는 매년 중추절이 오면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두 부모님 곁으로 모인다.
이를 중국어로 '투안위앤'(團圓)이라 하며, 중추절을 '투안위앤지에'(團圓節)라 부르고 있다.
중국 시인들이 고향에 못 돌아가고 객지에 떠도는 신세를 한탄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달도 알고 보면 이런 속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추절(추석의 중국식 이름)의 주역은 당연히 보름달이므로 일반 민중들은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음식을 장만해 달님께 차례를 올린다.
이것을 '빠이위에(拜月)'이라 부른다.
그런데 그 절차나 장소는 우리가 조상께 차례를 드리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차례의 대상 자체가 틀리고, 달이 음기로 이루어졌다 하여
여자들만 절을 하고 남자들은 절을 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 차례 장소도 누각이나 마당에서 지낸다.
우리의 경우는 안방이나 대청마루에서 지낸다.
물론 차례를 지내며 축원도 한다.
여자들은 의례적으로 항아같은 용모를 기원하고 남자들은 월중절계를 빈다.
'빠이위에'를 마치면 온가족이 음식을 즐기며 달놀이를 간다.
대개는 집마당에서 하기도 하지만 높은 누각이나 산으로 가기도 하고
운치있는 문인들은 그윽하게 쏟아지는 흐르는 월광 아래 시조를 읊조리기도 한다.
당나라 만기 시인 이상은의 '항아'는 매우 유명한 시이다.
雲母屛風燭影深 운모 병풍 앞 촛불 그림자 깊어만 가고
長河漸落曉星沈 은하수 너머 새벽별 기울어 갈 때
嫦娥應悔偸靈藥 항아는 영약 훔친 일 후회하고 있으리
碧海靑天夜夜心 푸른 하늘 밤마다 홀로 지새는 마음
뿐만 아니라 '항아분월' 이야기는 중국에 넓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달의 상징으로 두꺼비를 등장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