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일요연극(1) : 2016년 대학로 ＜서울연극제＞와 대학로 풍경

[오딘-김]

2016년 대학로 <서울연극제>와 대학로 풍경

매년 4월 대학로에서는 변함없이 ‘서울연극제’가 시작되었다. 작년에 벌어진 연극제 운영본부와 아르코대극장 사이에 앙금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탓인지(?) 올해의 연극제는 작년보다 더욱 초라하게 시작되고 있다. 거리에 설치되었지만 바람에 날려 얼굴도 제대로 내보이지 못하는 안내 현수막의 모습에서 연극제의 분위기를 실감하게 한다. 인터넷에는 연극제 일정을 알리는 사이트도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봄은 이제 따뜻한 바람 그리고 향기로운 꽃내음과 더 이상 동일시되지 않는다. 시인 앨리어트가 노래한 ‘잔인한 4월’의 이미지를 기막히게 표현하는 계절이 되었다. 봄은 꽃이 아니라 뿌연 황사의 혼탁함과 함께 오며 새싹이 돋고 꽃을 피우는 식물들과의 만남을 마스크를 쓴 채 불안하게 조우하는 시간이 되었다. 봄비를 맞으면서 걷은 낭만은 추억의 기억으로 사라져 버린 지 오래이다. 2014년 4월을 슬픔과 눈물로 덮은 ‘세월호’의 아픔이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는 사실 또한 봄의 무거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지역의 소중함은 그곳만이 갖는 독자성에 있다.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개성있는 색깔과 향기에 대한 감각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때문에 사람들은 그곳으로 발길을 돌린다. 대학로의 상징은 ‘연극’이었고 ‘연극’을 통해 확산되었다. 여전히 벽을 장식하는 포스터와 지하철 출입구를 나올 때 만나는 연극 호객은 지금도 연극이 대학로의 중심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공연되는 작품들은 오락과 재미라는 키워드에 의해 점령되었다. 어설픈 뮤지컬과 코믹극 그리고 살짝 성적인 분위기로 승부하는 연극만이 넘칠 뿐이다.

그래서 <서울연극제>가 열리는 이때는 대학로의 소중한 시간이다. 4-5월은 특정의 주제와 목적을 가지고 창작극을 집중적으로 공연하는 기간이다. 어려운 가운데에서 연극계에서 활동하는 극작가, 연출가, 배우들의 창작의지와 정열을 확인할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인 것이다. 어쩌면 연극계가 지닌 현재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일지 모른다. 4월의 연극을 보는 것은 봄을 문화와 함께 시작하는 의미있는 활동일 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를 지원하는 소중한 문화적 소비 행위이다.

서울연극제가 대학로의 중심을 차지하지 못하고 변두리로 밀려가는 현상이 아쉽다. 치열한 자기반성 없이 매번 반복적으로 치러지는 것에 안주하며 비전을 상실한 연극계와 문화적 소비의 편중된 태도에 만족하고 창조적이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요청을 포기한 대중들의 무관심이 낳은 총체적 어려움이다. 무엇인가 나아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기쁨이다. 반대로 점점 무너져가는 토대를 보는 마음은 우울이다. ‘우울’의 현실을 잊기 위해서 대학로의 연극은 ‘코믹’이라는 가면을 무한정 반복하고 있는지 모른다.

2016년 첫 번째 공연작 < 내 아이에게 >는 세월호의 아픔을, 돌아오지 않는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독백과 세월호의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적 시사의 결합으로 완성하였다. 연극이 보여주고 재연한 세월호의 비극과 비극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무책임과 무지가 아직도 진행 중임을 확인하는 순간은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함과 안타까움을 동반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전개된 화해와 아이들에 대한 낭만적 결론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고통과 비극은 어느 순간에는 치유와 화해를 통해서 극복하여야 한다. 하지만 진실의 드러남과 그것에 따른 반성과 화해가 동반하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한 근본적 치유는 불가능하다. 역사의 수많은 원혼들이 아직도 현실을 방황하고 있다는 어느 철학자의 이야기는 무엇이 진정한 해결임을 말해준다.

4월의 대학로는 다른 행사로 활기차다. 대학로는 여전히 아름다운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사람들의 소중한 정서를 공감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무대가 남아있고 만들어지는 장소이다. 우울한 4월과 연극의 연결이었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는 기대의 반증일 것이다. 대학로의 재생(르네상스)을 고민하고 그 재생의 중심에 연극이 자리하길 바란다. 종이책이 독서의 가치를 지키고, 바둑이 인간의 낭만을 지키듯이, 연극은 문화의 아날로그적 결사대이기 때문이다.

[보보]

연극 속으로 몰입하는 시간이 즐겁다. 대학로 연극이 아직은 살아있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