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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6.02 01:53
<블로그여행기>
세상은 정말 넓고도 다양합니다. 기후만 하더라도 열대기후, 건조기후, 온대기후, 냉대기후, 한대기후 등으로 나눌 수 있지요. 고등학교 때 세계지리를 열심히 공부하신 분이라면 아직까지도 기후 구분이 기억 나실 겁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남부지방은 온대기후, 중부지방은 냉대기후로 분류될 정도로 서로 다른 기후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요. 또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같은 정말 끝없이 넓은 평원지대가 있는가 하면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티베트 고원처럼 엄청나게 높은 고산지대 또한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고산지대를 여행하다 경험하게 될 수 있는 고산병에 대해 오늘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고산병의 정체
고산병은 대부분의 경우 거의 경험해 볼 일이 없는 증상입니다. 고산병은 아무리 최소한으로 잡아도 해발고도 2300미터 이상은 되야 경험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은 1950미터의 한라산이므로 국내에서만 있는다면 이게 뭔지도 모르고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게가 없을 것 같지만 엄연히 공기도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도에 따라 그 공기의 밀도가 다릅니다. 해발고도 0미터에서의 공기의 밀도에 따른 압력을 1기압이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하지는 않지만(지상에서 멀어질수록 부정확) 대략적으로 약 1천미터를 올라갈 때마다 기압은 0.1 기압씩 하락합니다.
즉 높이 올라갈수록 공기의 밀도가 하락하므로 그에 따라 호흡할 수 있는 산소의 양도 줄어드는 것이지요. 대기가 약 78%의 질소, 21%의 산소, 기타 1%의 기체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할 때 지상에서 한 번 숨을 쉴 때마다 21%씩 들이마시던 산소를 해발 3천미터에서는 14.7% 밖에 들이마시지 못하는 것이지요.
▲ 지상에서 포장된 샌드위치가 산 위에 올라가면 어떻게?
3천미터에서 기압은 약 0.7 정도인데 이게 우스워 보이신다면 정말 잘못 생각하고 계신 겁니다. 사진은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는 버스 안에서 나눠준 샌드위치를 찍은 것으로 지상에서 포장된 것입니다. 이 단단히 밀봉된 샌드위치가 지금 기압 차이 때문에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이 부풀어 올라 있는 겁니다.
또 선크림을 바르기 위해 튜브 형태로 된 용기의 뚜껑을 연다면… 짜지도 않고 뚜껑만 열었는데도 썬크림이 끝없이 계속 줄줄 흘러나오는 환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이요? 서양에서는 페트병에 들어있는 탄산수도 팔고 있는데 뭣도 모르고 이런 물을 샀다가 뚜껑을 열게되면 물이 샴페인 마냥 폭발하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거 제 경험담입니다. 위의 사진의 물이 저에게 기적을 체험하게 해준 그 물입니다. 떡하니 '가스 들어 있음'이라고 쓰여있는데 설마 탄산수를 페트병에 팔거라곤 상상을 못했던 덕분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바로 기압 차가 만들어내는 현상들입니다.
고산병의 증상들
당장 저 물체들만 하더라도 기압차이에 큰 영향을 받는데 사람이라고 괜찮을 리가 없겠지요. 고산병은 이러한 공기와 산소량이 갑자기 변화하면서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해 아픈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나타나는 고산병의 주 증상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두통, 현기증
- 식욕부진 및 구토
- 호흡곤란과 가슴 답답함, 심박수 증가
-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현상
- 코 안이 건조해지고 코피가 나는 증상
- 폐에 물이 차거나 뇌부종 발생
- 기타 등등
두통과 현기증이 나는 것은 대기중의 산소량이 감소함으로 인해 뇌와 온 몸에 산소 공급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며 역시 동일한 이유로 인해 숨을 쉬어도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겪습니다. 심박수가 증가하는 것 역시 산소 자체가 부족하여 체내에 산소 전달이 용이치 않으므로 심박수를 증가시켜 산소 전달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사람이 잠을 잘 때는 깨어 있을 때보다 호흡이 얕아지기 때문에 위와 같은 증상들이 더 심해집니다.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지요. 물론 폐에 물이 차거나 뇌부종이 발생하는 증상은 고산병의 증상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증상이긴 합니다만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요.
고산병을 얕보지 마세요!
▲ 해발고도 3,350m에 위치한 티베트의 마을 '랑무스'
이 고산병은 결코 우습게 볼 만한 것이 아닙니다. 히말라야 원정등반을 떠나는 산악대원들이 각 높이 별로 여러 개의 캠프를 차리고 거기에서 장기간 머무르는 것도 이 고산병 증세 때문입니다. 히말라야 산봉우리들의 해발고도인 7~8천미터의 경우 기압이 0.3~0.4에 불과해 산소량도 지상의 3~40% 정도 되는데 이 정도가 사람이 생존할 수 있는 최저의 산소량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등반하다가 정상을 눈 앞에 두고도 고산병 증세가 심해져서 다시 산을 내려오는 경우도 많으며 정말 심각해서 위에 언급한 폐에 물이 차는 증상이 발병하여 병원으로 가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히말라야 같은 극단적인 높이를 오를 일이 없기 때문에 3~4천미터의 0.6~0.7기압 정도는 괜찮지 않겠냐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무시하면 정말 며칠을 드러눕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머리는 무겁고 어지러우면서 잠 자다가도 호흡이 얕아서 자꾸 잠을 깨게 되며 손발이 차갑고 저려오는 고산병의 증상들이 온다면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무리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무리한 운동이나 활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 유럽여행 필수 여행지 '융프라우'는 해발고도 4,158m!
가끔 융프라우를 갔다 오신 분들이 융프라우는 3천미터를 훌쩍 넘어가는데 자신은 별 증상이 없었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산병이 무서운 것은 지금 안 걸렸다고 다음에도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지요. 또한 전에 4천 미터 올랐을 때 아무런 증세가 없다 하더라도 이번에 3500미터 오를 때 증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 고산병입니다. 또한 건강, 체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서 매일 운동 열심히 하는 건강한 남자라도 고산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평소에 운동 한 번 안 하는 여자라도 고산병 증상 없이 잘 돌아다니는 경우도 많은 것이 고산병이지요.
고산병에 대처하는 방법
사실 고산병 증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고산병의 주된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 즉시 활동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높은 고도로 올라가는 중이라면 조금만 내려가도 증상이 완화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산병의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물을 마시고 소변도 잘 보는 것, 그게 가장 일반적인 고산 증세에 대한 대처법 이지요.
▲ 비아그라 / 한국화이자제약, www.pfizerkorea.co.kr
고산지대에 갈 예정이고 정말로 고산병이 걱정이 된다면 약국에서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 내의 약국에서 문의하면 몇 가지 약을 주는데 가격은 하루에 만원 선입니다. 심박수가 증가하고 몸에 피가 더 잘 돌게 되면 산소도 더 잘 전달되는데 이러한 이유로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도 도움이 됩니다. 비아그라 자체가 심장 질환용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고 현재에도 발기부전 치료 외에 폐혈관 확장을 위해 쓰이는 것을 고려하면 지극히 타당한 사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사의 상담을 반드시 받고 쓰시길 바라며 원래 목적으로 이용하실 생각이라면…? 더 철저한 상담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가급적 약 대신 몸을 적응시키는 방법으로 대처하시길 권장합니다. 잊지 마세요. 물을 마시고 크게 심호흡! 증세가 온다면 무리한 일정이나 활동은 절대 금물입니다. 여행지에서의 안전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