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다녀와서 흥분된 감정으로 따근 따근한 후기를 올리려 했는데 서예
회원전이 있어 작품을 3점 이상 내야 하기에 준비하느라 울트라 후유증도
느낄새도 없이 이제야 후기를 올립니다.
지난 9월 김제 마라톤 풀을 달리고나서 발바닥 물집으로 고생하던 중 수요일경
추영호,차운선,김대회님과 함께 가볍게 맥주 한잔 할때 울트라 얘기가 나오자
새로운 거리에 도전 하고픈 생각이 피어올랐다.
서울 울트라대회가 10일 정도 남아 신청이 될까 하고 전화를 해보았는데
다행히 접수를 받아주었다. 일단 신청은 했지만 앞으로의 울트라 대비가 큰
걱정이었다. 김제 풀도 워낙 준비 없이 뛰어 고생을 많이 했기에 과연 내 자신이
울트라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자꾸 의문과 자신감이 없어 갈등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훈련량도 너무 없고 해서 그냥 포기할까 했는데 운선행님께서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의 꾸준한 웨이트와 달리기 경력이라면 충분히 완주 할
수 있을거라는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해준다.
10월8일 농공단지에 울트라 4인방이 모여 설레이는 맘으로 한양으로 출발..
오후 5시경 양재동 교육 문화회관에 도착, 호실을 확인하고 여장을 풀고
전야제에 참석하여 배번과 칩등을 수령하고 운선행님께서 3만원이상 뷔페가
나오니 양껏 먹으란다.(헐~~사기당한기분^^)
식사를 끝내고 호실로 돌아와 내일의 대회 준비에 모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너무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탓 일까 몸살기가 있고 두통이 너무 심했다.
모두에게 일찍 자자고 말하고 오약님이 준 수면제 한 알을 먹고 잠을 청했는데
눈을 감을수록 정신이 더 말똥거린다.(오약사 수면제 맞아...)
그런 나를 보고 운선행님은 김 사삭이라 놀린다.
얼 핏 잠이 들었는데 여수에서 온 서브쓰리 주자의 분주한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3시다. 어둠에 묻혀있는 바깥을 잠시 바라보며 꼭 완주하리라 다짐을 한다.
64km지점에서 갈아입을 신발과 옷을 다시 한번 점검 하고 그 외의 필요한 물품을
세심하게 살핀다. 잠시후 희주가 준비한 찰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드디어 문화예술 녹지공간으로 향했다.
어둠에 깔린 탄천은 고요히 우리를 반기고, 아담하고 조용한 개천은 아침을 깨우는
런러의 발길소리로 채워져갔다. 영호,희주,정수,운선,나 우리는 목포마라톤 파이팅을
외치며 울트라 대장정의 여행길로 접어들었다.
주로 주변에 사람 키 만큼 자란 갈대와 무성하게 자란 풀들이 어느 한적한 개울가를
달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탄천에 간간히 새벽공기를 가르며 운동나온 사람들에게 여유있는 미소를
보낸다.
10km쯤 달리니 날이 밝아 주변이 선명해진다. 6분 페이스로 뛰면서 운선행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뛰는데 정수행님은 참선하는 모습으로 기냥 조용히 뛴다.
초반에 오버하지 않고 예상되로 잘 뛰고 있어 기분이 날아 갈 것처럼 좋았다.
그런데 20km지점부터 오른쪽 발 바닥이 이상하다는 느낌이든다. 제일 걱정했던 물집의
신호다. 앞으로 80km을 어떻게 뛰라고 (염뱅할..) 속으로 욕이나온다.
아침일찍 운동을 나오신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 준다. 힘 내세요
간간히 스쳐지나는 일본런너를 보며 간바레 힘찬구호도 외쳐주었다(나만)
어느덧 42.195팻말이 보인다. 정확히 4시간에 통과하고 있다. 너무 빠른 페이스가 아닐까
염려가되 운선행님 보고 좀 페이스를 늦추자 했다. 아직까진 몸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울트라 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조금씩 뛰고 웨이트를 꾸준히 한 연습의 결과가
아닐까 !! 정말 마라톤은 진실되고 정직한 운동인 것 같다.
그동안 풀 코스를 17회나 완주해 봤지만 이번 처럼 힘 안드리고 편안히 뛴 적은 처음이다.
이제부터 미지의 세계에 빠지는듯한 느낌이 든다. 단 한 번도 풀 이상을 달려 보지 않았기에
이제부터 진짜 어려움이 시작될지도 몰라 다시 한번 운선행님께 페이스를 늦추자고 했다.
53km지점 제1과문 급수대다.
발 물집 때문에 너무 고통스럽고 뒷 종아리는 터질 듯 아파온다.
급수대에 응원 나오신 박영석 서울 마라톤 회장님은 100km 뛰는 분들이 제일 부럽다 하신다.
난 힘들어 죽겠구만!!
물을 두컵 마시고 막 뛰려하니 도저히 발 통증 때문에 한 발짝 뛰기도 힘이든다.
50m가다 그만 주저 앉았다. 운선행님은 뒤도 안보고 급수대와 나를 멀리하고 뛰어간다.
어휴~ 저 차 검푸(얄미워라^^) 반은 자기 때문에 이 고생인데 그동안 마라톤 우정을 쌓은
착한 동생을 사지에 버리고 혼자만...
정수행님(의리의 싸나이) 웬만 하면 같이 뛰자며 서서 기다린다.(감격의 눈물이 핑)
이상태로 도저히 힘들 것 같다. 정수행님 보고 먼저 뛰라 했다.
정수행님 천천히 오라는 여운을 남기며 촘촘히 사라진다.
아~~이제는 나 혼자다 . 같이 주로 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 위안이 되었는데...
15분쯤 앉아있으니 봉고차가 내 앞에 선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묻는다. 힘없이(예)
다시한번 정말 괜찮겠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47km가 남았다 이상태로 뛰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저 봉고 차를 탈까 마음의 갈등이 일었다.
그때 찬순,희숙언니 격려와 성원이 생각난다. 힘들어도 뛰자...
저멀리 64km반환점이 보인다. 환호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렇게 아름답고 반가울수가 없다.
도착하기도 전에 나의 물품을 건네준다. 절둑거리는 다리를 끌고 전복 죽 한 그릇먹고
누워서 얼음찜질을 받은 후 바로 탈의실에가 썬글라스도 끼고 바셀린을 허벅지에 듬뿍 바르고
양말도 갈아신었다. 생각 같아서는 앉아서 쉬고 싶은데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물을 연거푸 두컵마시고 다시 힘을 내어 뛰기 시작했다.
이제 36km남았다. 발 바닥 물집이 터져서 오히려 뛰는 것이 편안해졌다.
4km쯤 뛰다보니 희주가 열쉬미 뛰어온다. 씨주홧팅 외치며...
이제는 햇살이 많이 따갑다 문득 팔과 손등을 보니 거무튀튀한 내 피부가 운선행님 못지 않다.
저 멀리 보이는 63빌딩이 황금 햇살을 비춘다. 조금씩 피로가 느껴진다.
인라인 주자들이 쌩하고 옆을 스치는 인라인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아직도 갈길은 먼데
아~저사람들의 허리라도 잡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드디어 90km 급수대다. 이제는 1시간이면 결승점에 들어가리란 생각이 든다.
물 3잔과 배 두쪽을 먹고 자원 봉사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급수대를 뒷전으로 미룬다.
98km의 표지판이 보인다. 한 자원봉사 아줌마는 이제 다 왔으니 시원한 메론을 내밀며
쉬어가라한다. 정말 메론 맛이 세상 그 어떤 맛보다도 더한 꿀맛이었다.
99km 저멀리 아치형 구름다리가 보인다. 아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다리였는데 이젠 다 왔다.
골인지점의 환호소리와 봉사자들의 격려도 더욱 힘차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내 자신에 대한 감격과 함께 사회자의 방송멘트가 들린다.
100번 김영우 선수가 11시간 16분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두손을 번쩍들고 드디어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환희와 희열이
찾아온다. 고통의 좌절 뒤에 찾아오는 이 환희 결코 도전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가슴 벅참도 잠시 정수형님이 고생했다며 뜨겁게 나를 안으며 손을 꼭 잡아 주신다.
정수행님께 고생하셨다며 말하고 운선행님을 물었다.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하신다. 윽 끝까지....지인과 막걸리 한 잔 하느라 동생 들어 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많은 회원님들의 성원과 격려의 전화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 만큼 풍성하고 알찬 가을의 수확을 얻기 바랍니다.
첫댓글 포기 또는 12시간대로 들어올 걸로 예상되었고 임성이 고향인 강동마라톤에서 활동하는 분을 만나 막걸리 몆 잔 하고 있었음. 내년에는 꼭 결승점에서 기다릴께.
잘 읽었습니다. 대단합니다. 고생하셨고 빨리 발바닥이 낳으시길 바랍니다.
운선행님과 빨랑 헤어지는게 이로울듯 ㅋ ㅋ 찌릿찌릿한 감동의 물결... 포기하지않고 완주하심에 축하를!!
후기가 넘 리얼(?)해서 같이 뛴기분 입니다. ㅎㅎ 빨리 회복해서 또 도전해야제! 울트라맨 화이또~
울면서 골병드는 울트라의 쓴맛과 진한감동. 한계를 극복하고 무사히 완주한걸 축하 합니다.
아~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꿈을 위해 준비해야지. 빠른 쾌유를 바라고 훌륭한 전시회도 기대하겠습니다.
목마클 에이스의 울트라 수기를 보는겁니까? 사실 김제대회 부상으로 완주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부질없는 기우였네요. 너무나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형님이 그래서 진성한 에이스라 불리는 겁니다. 빠른 회복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