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는 것이 아니라 빌리는 것일 뿐이다" 바로우어즈의 철학은 그렇다. 훔친다는 표현은 바로우어즈를 모욕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극 중 바로우어즈의 한 사람인 호밀리(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빌려 오는 일'은 기술이 필요한, 일종의 예술같은 것이라고 한다. 허나 그들에게 빌리는 것은 곧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먹을 것, 입을 것, 집안을 꾸밀 것들 대부분을 인간들의 물건중에서 빌려 간다. 그러나 그들의 시야는 한정되어 있으며, 자신들을 죽일 수도 있는 인간에게 들킬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생활의 연속이다.
머리말에 씌여진 작가의 글 중에 "그 무렵에는 전쟁 때문에 벌어진 험난하고 비극적인 일로 내가 어릴 시절에 꾸며낸 그 작은 사람들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생겨났지요."라는 글이 있다. 난 이 글이 책 내용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이야기에 내재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1940년대에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겪었던 작가와 주위 사람들의 생활상이 반영된 이 동화는 '아리에티'라는 바로우어즈 여자아이의 호기심과 자유분방함, 바깥 세상을 향한 동경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들은 나같은 어른들의 시각으로 분석한 결론일 것이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꾸며낼 법한 이야기 속의 주인공, 마치 요정처럼 작으면서도 사람과 같은 모습을 한 바로우어즈들의 위태로우면서도 아기자기한 소꼽장난같은 생활에 자신들의 상상력을 더해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런 물건을 한아름 안겨주어 호밀리를 황홀경에 빠트리는 극중 사내아이처럼 바로우어즈가 있다면 나는 어떤 물건을 가져다 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지 않을까? 아니면 바로우어즈 가족이 당장이라도 드라이버 부인이나 쥐잡이꾼에게 잡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읽고 알라딘에 써올린 <마루밑 바로우어즈>에 대한 리뷰랍니다. ^^*
(그런데 메뉴 글자를 고치셔야 하지 않나요? <읽은 느김>이라.... <느낌>아닌지요~
첫댓글 아영엄마는누구신지궁금하군요..........
느낌으로 고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