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제도와 구속의 계획
(신계훈 목사 저)
3. 성소 봉사와 구속의 과정
매일의 봉사와 연례 봉사
살펴본대로, 성소의 뜰에서의 봉사는 그리스도의 지상에서의 봉사를 예시했고, 첫 칸인 성소에서의 봉사는 승천하신 이후 대제사장과 중보자로, 하늘에서의 그리스도의 봉사를 예시했다. 뜰에서의 봉사를 거친 후에야 성소{첫 칸}에서의 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봉사는 365일 날마다 계속되었으므로, 날마다의 봉사(daily service)라고 불렀다. 그러나 둘째 칸인 지성소에서의 봉사는 일년의 단 하루인 7월 10일 대속죄일에만 수행되었기 때문에, 해마다의 봉사(yearly service)로 부른다(레 16 : 7~31).
승천하신 이후 대제사장의 직분을 수행하고 계시는 그리스도의 역할은 신약성경 히브리서에 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이미 구약성경 레위기와 출애굽기 등에 지세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반복을 피하기 위해, “이것들에 관하여는 이제 낱낱이 말할 수 없노라”(히 9 :5)는 표현으로, 구약성경에서 그 전모를 찾도록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구약성경에 의하면, 365일 계속된 매일의 봉사는, 7월 10일 대속죄일에 수행되는 지성소의 봉사와 연결되면서 끝을 맺게 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죄의 값을 단번에 치루셨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구속사업이 끝나지 않고 있는가? 그것은 성소봉사가 뜰에서의 봉사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그것이 첫째 칸의 성소 봉사, 곧 “매일의 봉사”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것은 또 다시 둘째 칸인 지성소의 “해마다의 봉사”로 이어져 완성된 후에야 종결되는데서 그 분명한 이유를 찾게 된다.
십자가의 속죄와 성소의 봉사
예수께서 이미 십자가에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죄된 세상의 역사가 계속되는 이유는 십자가에서 이루신 속죄가 불완전하기 때문인가? 결코 아니다. 죄를 자각한 죄인이 믿음으로 드린 속죄제물의 피로써 그는 즉시 용서를 받아 의롭게 되었으며 온전히 속죄된 것이다(벧전 1 : 18, 19). 이것이 성막 뜰에서의 경험이다. 그것은 충분하고도 완전한 속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째 칸[성소]과 둘째 칸[지성소]의 봉사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전은 그 이유를 두 대상, 곧 사람과 성소의 온전한 정결에 두고 있다. 먼저 구속의 일차적인 대상인 인간의 정결을 살펴보자.
“그리스도께서 장래 좋은 일의 대제사장으로 오사 손으로 짓지 아니한, 곧 이 창조에 속하지 아니한 더 크고 온전한 장막으로 말미암아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염소와 황소의 피와 몇 암송아지의 재로 부정한 자에게 뿌려 그 육체를 정결케 하여 거룩하게 하거든, 하물며 영원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흠 없는 자기를 하나님께 드린 그리스도의 피가 어찌 너희 양심으로 죽은 행실에서 깨끗게하고[카타리조]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게 하겠느뇨 ?” (히 9 : 11~14).
성막뜰의 십자가에서 베풀어진 온전한 속죄를 받아들임으로써 의로운 신분에 이르게 된 인간의 상태(state)는 계속적인 의로움과 변화를 요구한다.성령의 역사를 통하여,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사를 드리”(롬 12 : 2, 1)는 첫째 칸[성소]의 경험인 성화가 필요한 것이다(갈 5 : 22, 23). 이리하여 마침내 하나님 앞에 친히 나아가 섬길 수 있는 영광에 이르는 영화가 둘째 칸[지성소]의 경험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십자가의 속죄가 불완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죄인에게 영원히 유효하게 하시기 위한 후속 과정인 것이다. 이처럼 주도 면밀한 성소제도에 나타난 구속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피상적인 비평이 나오게 된다.
비평 박영관 “안식교의 교리문답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리스도의 속죄이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상에서 죽으심으로 그의 구속사업이 시작이 되었지 완성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것으로 속죄가 충분하지 못함을 뜻하고 있다.”
해 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써, 완전한 속죄가 이루어졌지만, 사람과 세상을 죄와 그 결과에서 영원히 회복하는 구속의 과정이 끝난 것이 아니다. 성소에는 희생제물이 죽임을 당하여 피를 흘리는 뜰만 있지 않고, 첫째 칸과 둘째 칸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속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도 죄인이 의롭게 되는 것은(레 4 : 4, 14, 15, 24, 29) 제사장이 그 피를 “성소 장 앞에 일곱 번을 뿌리 “(레 4 : 5~7, 16~18, 25) 는 과정 등를 전제로 하고 있다.(레 4 : 26, 20, 31, 35).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완전한 속죄가 구속의 과정마저 끝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이 죄된 세상의 역사도 동시에 끝났을 것이다. 구속의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과 십자가의 속죄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말은 오해의 여지도 없는 전혀 다른 뜻이다.
성소의 정결과 구속의 과정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에 근거한 구속의 과정은 첫째 칸과 둘째 칸의 봉사를 통하여, 인간을 “죽은 행실에서 깨끗하게”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섬기게”((히 9 : 11~14) 하는 외에, 성소 자체를 죄의 더러움으로부터 정결하게 하는 또 다른 국면을 가지고 있음이 성경에 분명히 밝혀져 있다.
○ 구약의 지상 성소
“곧 이스라엘 자손의 부정과 그 범한 모든 죄를 인하여 지성소를 위하여 속죄하고 또 그들의 부정한 중에 있는 희막을 위하여 그 같이 할 것이요 . . . 수송아지의 피와 염소의 피를 취하여 단 귀퉁이 뿔들에 바르고 또 손가락으로 그 피를 그 위에 일곱번 뿌려 이스라엘 자손의 부정에서 단을 성결케 할 것이요”(레 16 : 16~19).
○ 신약의 하늘 성소
“율법을 따라 거의 모든 물건이 피로써 정결케 되나니 피흘림이 없은즉 사함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하늘에 있는 것들의 모형[지상의 성소]은 이런 것들[짐승의 피와 우슬초 등]로써 정결케 할 필요가 있었으나 하늘에 있는 그것들[하늘의 성소에 속한 것들]은 이런 것들보다 더 좋은 제물[그리스도의 피]로 [정결하게]할지니라”(히 9 : 21~23).
이 말씀에서 분명해지는 것은, 하늘에 있는 신약의 성소도 구약시대의 지상성소처럼, 죄에 의하여 더럽혀졌기 때문에, 짐승의 피가 아닌 그리스도의 피로 정결하게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오해의 여지가 없는 말씀이다”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성경에 있는 그대로 이해하여 그 깊은 뜻을 밝히려는 진지한 노력에 대하여, 놀랍게도 아래와 같은 민망스러운 비평에 접하게 된다.
비평 김순명 “안식교는 구약의 제사를 잘못 알고서 성전 청결이란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신 하늘 성소에 무슨 죄가 있어서 청결케 해야 되는가? 그 곳에 죄가 가득하다면 거룩한 곳이 아니다. 안식교는 잘못된 해석과 무지에서 이런 오류를 법하고 있는 것이다”
해 설 부질없는 종교적 편견이 가져오는 지적 폐해도 대하여 함께 개탄하면서, 성경에 명시된 성소의 정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자. 그렇다면 성소는 어떤 이유로 더럽히지느가? 성경은 적어도 두 가지 경로로 성소가 죄로 더럽혀진다고 가르친다.
첫째는, “곧 이스라엘 자손의 부정과 그 범한 모든 죄를 인하여”(레 16 : 16) “지성소와 회막과 단”(레 16 : 20)등 성소의 모든 것들이 더럽혀진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더럽혀졌는가? 죄를 자각한 사람은 속죄제물을 성소로 가져온 후, 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했다(레 4: 4, 15, 24, 28, 33). 이러한 안수는 특권이나 사명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나(민 27 : 22, 23), 죄의 책임을 묻거나 신원을 확인할 때(레 24 : 14), 특히 성소봉사에서 죄를 남에게 전가할 때 그렇게 했다(레 16 :21).
이렇게 하여 죄인이 고백한 죄를 넘겨받고 죽임을 당한 제물의 피는 제사장에 의하여 성소 내부의 법궤를 가린 휘장 앞에 뿌리거나 단의 뿔 등에 칠해졌다(레 4 : 6, 7, 17, 18). 이리하여 죄인이 회개한 죄는 의식상으로 제물에게 옮겨졌고, 그것은 다시 제물의 피를 통해 성소로 옮겨지거나, 제사장이 속죄제물의 고기 일부를 먹음으로써 자신의 몸으로 “회중의 죄를 담당라”(레 10 : 17)게 하여,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벧전 2 : 24)신 그리스도의 속죄를 표상했다.
이리하여 일년 365일 동안 계속된 매일의 봉사를 통해 회개로써 전가된 이스라엘 백성의 죄로 의식적인 더럽힘을 받은 성소는 7월 10일 대속죄일 연례 봉사를 통해 정결함을 입게 된다. 그리하여 성소로 전가되었던 죄가 영원히 제거됨으로써 구속의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된다. 제거되는 원리와 과정이 레위기 16장에 서술돼 있다. 이처럼 지정한 희생제물을 통해 죄를 전가시켜 죄인은 온전히 속죄되고 성소는 더럽혀지는 것은, 대속죄일에 합법적으로 정결함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합법적인 도럽힘(legal contamination)이라고도 한다.”
이상과 같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하여 죄를 전가시킨 경우 외에, 다른 방법으로 성소가 더럽히지는 경우가 있다. 즉,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율법과 언약을 무시하면서 회개하지 않고 반역하며 가증한 우상숭배를 자행하거나(레 20 : 2, 3 ; 겔 5 : 11, 23 : 38, 39, 7 : 30~34, 8 : 18), 부정한 일을 하고도 고의로 정결하게 되는 적절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거룩한 사물에 분멸 없이 접촉할 때이다(레 15 : 31). 이와같은 과정으로 성소가 더럽혀진 경우는 그 백성들을 진멸하심으로써 성소를 정결하게 하였다(겔 5 : 11, 12: 렘 7 : 30~34). 대속죄일에 그러한 사람들은, “백성 중에서 끊쳐질(cut off) 것이라”(레 23 : 29)고 언급되었다. 그것이 또한 다니엘서 7장의 작은 뿔(7 : 25)이 하나님의 성소를 더럽힌 방법이며(8 : 11~13) 그 결과로 대속죄일의 조사심판을 통하여 정죄된 후 파멸을 당하게 되는 배경이다(단 7 : 26, 8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