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오래 전 가요계에서 가장 힛트한 노래로 '시간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란 가사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가 있었다. 나이때문에 서운한 대접을 받았거나 나이 듦이 아쉬운 중장년들 간에 자주 불려진 곡이다. 나도 이 노래를 익혀 몇차례 부른 적이 있다. 노래를 제법 하려면 가사와 곡을 외워야 하고 또 노래에 담긴 맛을 자기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 점을 좀 아는 나는, 곡의 흐름도 좋고 가사도 내 형편에 맞아 내 창법으로 불러 앵콜을 받은 적도 있다. 그 노래의 가사를 음미해 보면, 나이 듦을 수용하면서도 젊음과 사랑을 찾고 싶은 심정과 함께 나이 듦의 설움을 이겨내려는 안타까움이 잘 표현되고 있다. 이런 정서는 우리 소리인 단가, '사철가'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봄은 왔건만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중략)'라 노래했으니, 나이 듦의 안타까움에 더해 남은 삶을 즐겁게 지내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고금구분이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인간 자신들에 대한 심각한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사람에게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다가옴이다. 이렇게 연륜을 더 할수록 느껴지는 변화의 하나는, 한 달이 한 주일 지남처럼 생각되는 시간 질주감이다. 그러니 지금까지는 내가 내 시간을 통제했지만 이제는 시간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흘러가 버린다. 어디 흐르는 것이 세월과 강물뿐인가? 생명도 사랑도 노래도 흐른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세월이지만 남은 날들을 축일이라 여기고 삶을 다시 꾸려야한다. 이런 생각은 지금 하산 중인 내 나이에서 참으로 귀중한 것이다. 그러기에 나이를 생각하지 말고 싱싱한 채소처럼 생기를 발하고 소중한 추억들을 되살리며 감성을 물 오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사랑할 사람도 시간도 많지 않으므로 사랑을 노래하기 위해 주어진 얼마간의 시간, 그 모든 순간 순간을 꽃봉우리라 여기면서 살아야 하겠다. 내 안에만 몰입해 웅크리는 삶이 아니라 누가 들어면 웃겠지만, 선의의 사춘기의 감수성도 살리고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좋은 글 한 줄 읽어도 행복하고 시도 쓰보고 그림도 그리며 밤하늘을 바라보듯 그리움을 가슴에 담아 보기도 한다. 내 나이에 일정의 물질과 건강에 더해 이처럼 가슴 속 맑고 따뜻히 흐르는 감성을 갖는 것이 참으로 잘 사는 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렇게 세상과 나를 바로 보고 아름답게 여길 수 있는 지혜가 생기니 내 자신에게 감사하다. 오늘따라 저녁에 막걸리 한 잔을 쭈~욱 들이키고 '내 나이가 어때서~(중략)'를 흥을거려 보니 나의 듦의 여유로움과 참 맛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