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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텃밭채소가꾸기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수호천사
품 종 |
한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고추는 대략 100여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산지의 명칭을 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 충남 청양의 청양고추, 충북 음성의 음성고추, 경북 칠성의 칠성초, 경북 수비의 수비초가 유명하다. 칠성초는 짧지만 맵고 단맛이 있으며 껍질의 살이 많아 고춧가루를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을 떠나면 같은 종자라도 똑 같은 맛이 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매운맛으로는 단연 청양고추가 으뜸이어서 김치 담그는 용으로는 최고다. 하지만 시중에 나도는 것들은 대부분 개량종들이고 진짜 토종은 매운데다 맛도 좋지만 수량이 적어 재배하는 사람들이 매우 줄어들었다고 한다.
현재 시중에서 시판하고 있는 고추들은 우수한 외래종과 교배한 것들로 이들을 통틀어 호고추라고 한다. 이는 파란 고추 때에는 매운맛이 적어 채소용으로 알맞고 빨간 고추로 익어가면서는 매운맛이 늘어난다. 껍질이 굵고 붉으며 씨가 적어 고춧가루를 많이 만들 수 있다.
밭 준 비 |
고추밭은 물이 많아도 좋지 않고 또 적어도 좋지 않다. 곧 보수성(保水性)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더불어 배수(排水)도 잘되는 밭이 좋다. 특히 흙의 산성도는 약산성이나 중성이어야 하므로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많이 쓴 밭은 별로 좋지 않다. 산성화된 흙은 숯가루인 활성탄을 부어주든가 석회가루를 부어주면 좋다. 밑거름으로는 질소성분이 많은 발효퇴비(축분, 인분, 깻묵, 쌀겨, 음식찌꺼기, 한약찌꺼기 등)를 충분히 주고 로터리를 치든가 텃밭 정도에서는 쇠스랑으로 흙과 잘 섞어 주면 된다.
먼저 약간 습기가 있는 땅에 배수가 잘되게 이랑을 꾸며야 하므로 약 30센티 높이의 이랑을 만든다. 두 줄로 엇갈리며 심을 수 있도록 해도 되고 한 줄만 심을 수 있도록 폭을 30센티로 해도 된다. 단면을 보아 정삼각형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제초를 위해서는 비닐로 피복을 하는 게 관행화되어 있지만 생태 친화적인 방법으로는 신문지(두세장)나 버려진 비료포대자루로 덮어둔다. 이를 이랑 위에 덮고 고랑 양 옆으로 흙을 깔아얹으면 된다. 그리고 고랑이나 틈으로 삐져 나오는 풀들은 어느정도 자랐을 때 낫으로 베어 이랑 위에 깔아둔다. 그러면 이는 썩어서 거름도 되지만 습기가 날라가는 것을 방지해주고 오래 동안 두껍게 쌓이면 풀이 자라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자연 피복 역할도 한다.
묘 심 기 |
텃밭에서 주말농사를 하는 도시인들이 고추 모종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종묘상에서 묘를 사다가 심는 게 바람직하다. 시골 근처 농가에 가서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고추는 더운 지방에서 자라는 작물이라 묘를 심을 때는 반드시 추위가 완전히 가시어 늦서리 피해가 없는 시기에 해야 한다. 보통 남부는 4월 말, 중부는 5월 중순이 좋다.
모종은 보통 16개짜리나 25개짜리 포트에 심겨진 것들이 있으며 그 중에 적당히 선택하여 심을 때는 흙채 뽑아서 미리 맞춰 모종삽으로 파놓은 흙에 심으면 된다. 포트가 얇은 프라스틱 재질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밑에서 손으로 밀어제끼면 흙채 쑥 빠져 나온다. 심을 때는 미리 파놓은 구멍에 물을 듬뿍 주거나 아니면 포트 상태에서 통에 받아놓은 물에 담가 놓았다가 심어도 된다. 고추 사이 간격은 약 30센티 정도로 호미 길이 정도로 보면 된다.
관 리 |
장마 때나 태풍이 불면 쓰러지기 때문에 고추는 반드시 막대기를 박아 줄로 묶어서 받쳐 주어야 한다. 심은지 한달 안에 1미터 이상되는 막대로 고추 3개에 하나씩 박는데 줄로 묶을 때에는 고추를 일일이 묶을 필요없이 고추 사이를 지그재그로 이어가면 된다.(그림-29, 9)
웃거름은 약 한 달에 한번씩 충분히 발효된 퇴비를 고추대 주변의 흙에다 주고 흙이나 아니면 주변의 풀로 덮어둔다. 물은 적당히 습기가 있는 땅이면 자연적으로 내리는 비에 의존하면 되지만 매우 가물 때에는 주는 게 좋다. 특히 심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서 화초 키우듯이 물을 많이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고추가 자라 꽃을 피워 처음 열매가 열리면 몇 개씩 따 주어야 고추가 잘 자란다는 점도 꼭 명심하길 바란다.
병해충 방제 |
고추는 그때그때 밭에서 직접 따먹는 맛이 있기 때문에 특히 농약은 주지 않는 방향으로 한다. 기본적으로 자연적인 방법을 이용한 병해충 방제는 고추 옆에다 들깨를 심는 방법이 있다. 들깨의 독특한 향이 고추에 기생하는 담배나방이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진딧물이 많이 들끓을 때는 우유를 진하게 물에 타서 뿌려주면 우유가 말라 진딧물을 질식시켜 죽인다.
그러나 병해충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작물의 생명력을 강하게 해 주는 데에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작물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자연치유력을 최대한 높게 해주어 스스로 대처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천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미 한 마리가 먹어치우는 벌레가 몇 만 마리가 된다고 하니 이런 천적들이 제대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 하겠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주지 말아야 하는 제일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료는 흙의 산성화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작물의 의존도를 높여주어 도리어 자연치유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다준다. 이에 비해 농약의 피해는 단기적이면서 매우 파괴적이다. 거미나 칠성무당벌레 같은 익충까지 죄다 없애버려 먹이사슬의 생태계를 즉각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이다.
수확 및 저장 |
고추는 꽃이 핀 후 보름 정도면 열매를 딸 수 있으며 붉은 고추는 50일 정도 지나면 딸 수 있다. 파란 고추를 딸 때는 되도록 밑의 풋고추를 따고 위의 것은 붉게 익도록 내버려 둔다. 고추는 추수 전의 것이 가장 좋아 껍질이 두껍고 씨가 적으며 짙은 빛깔이 돌고 윤기가 나지만 끝물 것은 껍질이 얇고 분홍빛이 돌며 씨가 많다.
빨간 고추를 거의 다 거두었다고 생각할 때 쯤 되면 고추는 다시 한번 꽃을 피워 마지막으로 열매를 맺는다. 그런데 이것은 빨갛게 익기 전에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익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파란 풋고추로 이용하는 게 좋다. 이는 의외로 양이 많기 때문에 채소용으로 먹고도 남으면 소금물에 담아 삭혀 갖은 양념으로 무치면 매우 훌륭한 밑반찬이 된다.
빨간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말리려면 되도록 건조기를 쓰지 말고 수고스럽더라도 햇빛에 자연적으로 말려 태양초를 만드는 게 좋다. 그런데 고추를 가을의 뜨거운 햇빛에 그대로 노출시켜 말리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아침 저녁으로 늘어 놓았다가 거둬들여야 하는 번거로움만이 아니라 낮 동안에도 두세번은 고추 하나하나를 일일이 뒤집어 주어야 하는 힘든 일을 반복해야 한다. 그냥 냅두면 밑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와 물르거나 썩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재래식으로 태양초를 만드는 일은 고추를 키우는 일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보다 좀더 손쉬운 방법은 밑의 까는 것을 그물로 하고 약간 공간이 있도록 하여 통풍 되게 하면 일일이 뒤집는 수고를 덜을 수 있다. 어느 정도 고추의 물기가 빠졌을 때 비닐하우스에다 옮겨 말리면 저녁마다 거두어들이는 수고도 줄일 수 있다. 좀더 손쉬운 방법으로는 간이용 건조실을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합판으로 건조실을 만들고 위의 대부분의 공간에는 층층이 고추를 얹을 수 있도록 쇠철망을 만들고 밑에다가는 가열 장치와 열이 골고루 퍼지게 쇠판을 얹고 40도가 넘지 않도록 해서 물기만 제거한다. 그 다음 비닐하우스에다 펴놓으면 바짝 마를 때까지 얼마든지 신경 안 쓰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텃밭 농사에서는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에 긴 실에다 꼭지를 꿰어 햇빛이 잘드는 곳에다 메어 달면 보기에도 좋고 빛깔도 예쁘게 든다. (그림-27)
요 리 |
파란 풋고추는 장에 날 것으로 찍어 먹는 것이 제일 일반적이고 그밖에는 찌개의 양념으로 넣기도 하며 간장에 절여 밑반찬으로 쓰기도 한다. 그밖에는 파란 고추를 햇빛에 말려 빠삭빠삭해진 것을 찹쌀풀에 무쳐 기름에 튀겨 먹는 부각이 있다. 또한 파란 고추를 썰어서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하면 겨울에도 자신이 무농약으로 농사지은 고추를 찌개 양념으로 쓸 수 있다.
고추잎을 이용한 음식으로는 첫서리가 내리기 전 잎을 모두 따서 데쳐 나물로 무쳐 먹는 방법이 있고, 햇빛에 말리어 무말랭이와 함께 무쳐 먹는 방법이 있으며, 소금물에 담갔다가 삭힌 것을 멸치젓국과 갖은 파 마늘 양념 그리고 생강과 설탕, 진간장으로 버무려 맛있는 고춧잎김치를 해 먹는 방법이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빨간 고추를 다 딴 이후 다시 열리는 파란 고추는 이 또한 첫서리가 내리기 전 모두 따서 소금에 절였다가 노랗게 삭으면 갖은 양념으로 버무려 맛있는 밑반찬으로 해 먹을 수 있다. 빨간 고추는 잘 말리어서 김장 용 고춧가루로 쓰고 이듬해 초봄이 되어 고추장 만들 때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