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이야기
靑坡 황인호
소금이 떨어져
바다에 생채기가 나고
고기들은 놀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몸짓으로 푸른 물결을 깨운다
파도가 부딪혀도 하늘로 오르지 못해
소금은 부서져 날아 올라 구름이 된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하늘에
비처럼 소금이 떨어지고
세상은 다시금 단단해져만 간다.
이별 연습
靑坡 황인호
흔들리다 못버티고 떨어져 뒹구는 나뭇잎에 시선이 간다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을 피해 창밖 바라보다
노을빛 너머 붉은 눈물이 흐른다
탁해지는 머릿속은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올 줄 모르는 핸드폰에 날아드는 쉼없는 스팸 공격에
차단과 알림으로 가두니
설레임 속 뜨거운 입맞춤은 어느 순간
불신의 늪엔 원망과 후회가 빠져 있다
가을은 겨울에게,
나는 너에게,
시작은 끝에게,
누가 먼저 말을 하지 않는다
외로워 바스락이는 낙엽을 긁어 모아 태워봐도,
바람이 불거나 말거나 억지부려도 어쩔 수 없다
재가 되고 연기로 올라 구름 뒤로 숨으면,
날은 캄캄해지고 눈물같은 비가 가슴을 때린다
흔들리지 않는 추억은 없다
밤새 울어대는 핸드폰에,
엎드려 고단한 몸 내려놓고 잠든 등 뒤로
햇살은 또 내려앉을테니...,
밤송이 사랑 Ⅱ
靑坡 황인호
눈웃음 뒤 그늘진 유년이 날 서 있어
까칠하게 매달려 다가서지 못해
고개 떨굴 때를 기다립니다
삶의 끈 놓았다고, 앞이 안보인다고
갈라진 틈도 얕볼 수 없습니다.
율피 입고 있는 매끈한 다리는
피할 수 없는 중독되어 아른거립니다.
날것으로 먹을 수 있는 그 달콤한 매력에
깍아내고 삶아대기 바쁩니다.
때론 두 동강난 삶이 보일까
퍼내어, 으깨서, 누르고, 눌러대는,
알 수 없는 하루도 나는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