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실개천이 흐르는 남산]
○일자 : 2010. 5. 2.(일요일)
○장소 : 남산(서울)
○참석 : 고변호사, 요산요수
○ 로스쿨 원장을 마치고
2008. 9. 28. 갑작스레 로스쿨 개원준비를 위한 산더미 같은 짐이 주어졌다. 뭘 모른지도 모른 채 시작한 법과대학 학장 소임이다. 자고 나니 벌써 로스쿨 1기생들의 입학시험이 코앞이다. 10월 첫 주에 원서접수 기간이다. 오로지 입시요강만 발표된 채 입시진행을 위한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매일 야근까지 해가면서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제1기생 입학시험을 치루고, 작년 3월 2일 개원식을 치렀다.
개원 후 1년여의 기간이지만 10년을 보낸 듯하다. 금년 3월 2학년의 입학식까지 마치고 3월 중순 원장임기를 단축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지 한 달 반여 만에 지난 주말(4월 30일) 학생대표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임기를 종료하였다.
4월 30일 급박하게 진행되던 광주광역시장 경선 재심 건으로 노심초사하다가 밤늦게야 서울 집에 도착하여 한 달 만에 가족들과 상면하다.
○ 고변호사
평소 주말에 서울을 올라갔지만 매제인 고변호사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가족행사나 일요일에 어머니 집에서 잠깐씩 보는 것이 고작이었고, 몇 차례 산행이나 함께 하자고 연락했지만 정작 동반 산행은 못하였다. 아차, 작년 봄이던가 남산 성벽주변을 돌아 남산에 올랐던 기억이 있구나.
4월 10일 광주광역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 이후 재심과 가처분 신청 건으로 부지런히 전화와 메일을 주고받은 시간이 그동안 연락했던 것보다 많은 양일 것 같다.
5월 첫날(토요일), 한국공법학회 학술대회와 저녁까지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하면서 서울에서 보낸 꽉찬 하루였다. 원장 임기가 끝난지 단 하루만인데도, 짐을 벗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후련하다.
5월 2일 일요일 늦잠에서 깨어나 보니, 고변호사에게서 전화 문자 메일이 도착했다. “남산 실개천이 졸졸거리네요. 산책 생각 있으면 전화주세요.” 발송시각이 오전 05시 28분이다. 아니 새벽에 잠도 안자나-
○ 매봉산
몸이 너무 무겁다. 한 갑 이상씩 피어대는 담배에 운동부족으로 산에 간다는 것이 무섭다. 민희가 몇 번 손님대접으로 연세대 뒷산(안산)을 동행해 준 것이 대부분이다. 짐을 벗겠다고 고지하고 서울에 올라온 지난달 3월 21일(일요일)에도 산에는 엄두도 못하고 승하 따라서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유랑극단”)을 관람했던 것이 고작이었다. 딸 덕에 모처럼 인간다운 하루였던 기억이다.
오전에 고변호사에게 전화연락을 하고 지하철 ‘약수역’ 6번 출구에서 11시 40분에 만나 산책에 따라 나선다.
그곳이 남산인줄 알았는데, 매봉산이란다. 남산 말고 매봉산이 따로 있는 것을 오늘에야 처음 알았으니, 역시 촌놈이다.
매봉산은 낮은 산이지만, 성동구·중구·용산구의 경계가 되는 산마루로 한강과 도심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개나리 진달래가 모두 사그라졌지만, 철늦은 벚꽃과 각종 야생화가 한창이다. 5월의 녹음도 향긋하다. 30여 분이 지나 전망대 같은 정자가 나오는데, 매봉루다. 산책삼아 나들이라 복장만 등산복이지 배낭도 카메라도 없다. 처음 오는 곳이라 어린애처럼 핸드폰으로 찰깍해 본다.
○ 남산의 실개천
한 시간의 걸음에 남산에 도착한다. 순환도로를 따라 실개천이 놓여있다. 아직 시멘트 풀기도 가시지 않은 듯 조약돌이 이끼 하나 없이 매끄럽다. 공사완공이 엊그제란다. 청계천 복원으로 이명박 시장이 대통령까지 되었는데, 오세훈 시장은 남산 실개천으로 치적을 삼았나 보다. 졸졸 흐르는 실개천이 정겹다. 이른 새벽 얼마나 정겨웠으면 고변호사가 전화문자까지 보냈을까 싶다.
광주에는 벚꽃이 끝났건만, 남산 여기저기에 지각생 벚꽃이 상춘객을 반긴다. 순백의 벚꽃은 배꽃과 비슷하다.
한 시간 반 밖에 안 되었건만, 다리도 아프고 날씨도 덮다. 남산 타워까지 가자던 고변호사의 제안에도 사양하고 하산하다.
서울은 이곳저곳 모두가 아름답다. 북한산이 있어 등산의 재미가 듬뿍한데다가 한강은 혼잡스런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남산은 산책의 묘미를 선사한다. 문화탐방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이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서울의 아름다움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 아쉬움
민주당 재심결과가 월요일(5월 3일) 아침에 발표되다. 기각이란다. 역시 정당은 정치집단이다. 불법 경선방해 행위가 모두 밝혀지고, 가담자가 잠적했으나 수배되고, 허위사실을 기자회견한 돌팔이 신문사 사주(社主)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까지 발부되었다는 때늦은 언론보도가 있음에도, 무사안일만 추구하는 집단이 우리나라 정당인지라, 너무도 아쉽고 씁쓸하다.
정당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형의 회견 준비문을 검토하고 의원회관을 떠나 고속버스 편으로 학교에 돌아오다. 3시간의 버스 좌석이 편할 리 없다. 아쉽다. 부족하다.
2010. 5. 5.(수요일) 어린이 날 휴무에 신안동 아파트에서
이 철 환
첫댓글 이박사 고생했네 형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고변호사 기억이 좀 나는군요 내가 년도는 기억이 없지만 수원지법 첫 판사발령 내가 신혼짐을 실고갔던 기억이나는군요 세월은 무상하군요 고변호사도 세월이 간다고 나이먹은 흔적이 <화순> 고영전 변호사지요 이름도 기억이 감하고갑니다
그래 맞네. 신혼 살림을 밥택이 성이 옮겨 주었네.
고맙네.
화순이 아니고 장흥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