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Jamaica, 자마이카) 대중문화에서 '사운드 시스템'(sound system)이란 스카(ska), 락스테디(rocksteady, 록스테디), 레개(reggae, 레게)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디스크 자키(disc jockey, DJ)들, 엔지니어들, 엠씨(MC)들로 구성된 조직적 그룹을 일컫는다. '사운드 시스템'은 자메이카 문화 및 역사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다.(주1)
'사운드 시스템' 개념이 처음으로 대중화된 것은 1950년대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Kingston)의 빈민가들에서였다. DJ들이 트럭에 발전기, 턴테이블, 대형 스피커들을 싣고 돌아다니며 가두 파티들을 열었다. 초창기 DJ들은 주로 미국의 리듬 앤 블루스(알앤비, R&B, RnB) 음악을 틀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현지화된 음악이 만들어졌고, 자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사운드로 발전했다.(주1)
'사운드 시스템'은 큰돈이 되는 사업이었고, 역내에서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놓여 있던 자메이카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극소수 확실한 방법 중 하나였다. 프로모터(promoter)나 DJ는 입장료나 식음료 판매를 통해 이익을 남겼고,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1950년대 중반 무렵, '사운드 시스템'은 파티에서 생음악 연주 뮤지션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구가했고, 1950년대 후반에는 헤들리 존스(Hedley H. G. Jones: 1917~ ) 같은 장인들의 공방들을 통해 주문제작(custom-built) 음향 시스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헤들리 존스는 [솔리드 바디(solid-body) 형 일렉트릭 기타(electric guitars: 전기기타)를 세계 최초 만든 이들 중 한명이기도 한 뮤지션 겸 엔지니어였는데,] "하우스 업 조이"(House[s] of Joy)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옷장 크기의 스피커를 제작했다. 또한 DJ 겸 MC로는 자메이카 최초로 슈퍼스타가 된 카운트 맷추키(Count Matchuki: 1939~1995)가 유명해진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사진) 헤들리 존스가 제작한 '하우스 업 조이' 음향 시스템을 이용해 음반을 틀고 있는 유명 DJ 듀크 레이드의 모습.
시간이 흐르자 '사운드 시스템'은 보다 큰 음량을 갖게 됐다. 베이스 음의 출력이 3만 와트 급이었고, 중음과 고음역대도 유사한 출력이 나왔다. 또한 이전 선배들보다 더욱 복잡한 음향도 만들어냈다.(주2) 그리고 '사운드 시스템들' 사이의 경쟁도 격렬했는데, 최종적으로는 클레멘트 '콕슨' 도드(Clement 'Coxsone' Dodd: 1932~2004)와 듀크 레이드(Duke Reid: 1915~1975)가 양대 스타 DJ로 부상했다. 음악에 맞춰 '랩'(rap)을 넣는 역할의 DJ들 말고도, 음반에서 음악을 선곡해 틀어주는 셀렉터(selector)도 출현했다.
(사진) 젊은 시절의 클레멘트 '콕슨' 도드.
'사운드 시스템'의 인기는 주로 한가지 요소에 달려 있었다. 그것은 바로 최신곡의 보유 유무였다. 미국 레코드사들의 음반 발매 주기에 구애받지 않기 위해, 콕슨 도드의 '사운드 시스템'과 듀크 레이드의 '사운드 시스템'은 음반 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사운드 시스템'에서만 사용할 싱글 음반들만 제작했다. 이러한 음반은 "익스클루시브즈"(Exclusives: '독점') 혹은 "덥플레이트"(Dubplate)로 불렸고, 1곡당 한정된 양의 음반만 제작했다.(주3)
(주2) Steve Barrow 및 Paul Dalton (1997). Reggae: The Rough Guide. London: The Rough Guides.
(동영상) 자메이카 현지에 아직도 존재하는 어느 '사운드 시스템'의 하루 일정을 간략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1.2. '스카'의 탄생
자메이카 뮤지션들이 미국 R&B 사운드의 모방 작업에 동원되면서, 자메이카 특유의 음악 장르도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스카(ska)였다. 그것은 미국 R&B를 대체로 백인인 10대 청중들이 포용하면서 R&B가 로큰롤(rock and roll 혹은 rock 'n' roll)로 발전하자, 자메이카의 '사운드 시스템' 소유주들이 자메이카인들이 좋아했던 '빠른 템포의 셔플 부기'(fast-shuffle boogies) 및 '발라드'(ballads)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음반을 제작하고 연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자메이카의 프로듀서들도 자신들의 작품 속에 자메이카 특유의 사운드적 요소들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옵비트(offbeat: [역주] 한 마디 내에서 통상 약박에 해당하는 뒷 박자에 강세를 두는 비트) 리듬을 사용한 '기타 스트러밍([역주] 코드 리듬을 위해 현악기를 쓸어내리듯 연주)'(guitar strumming)이라든지(참조☞: '스캥크' 기타 리듬[skank:='스카 스트로크']),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연주에서 마디 내 3번째 박자에 강세를 두는 비트 등이 바로 그것이다.(주2) '스카'라는 새로운 음악 형식이 더욱 인기를 얻자, 콕슨 도드와 듀크 레이드는 음악 제작에 더욱 심각하게 몰두했다. 콕슨 도드의 음반 제작용 스튜디오는 유명한 '스튜디오 원'(Studio One)으로 발전했고, 듀크 레이드는 '트레저 아일'(Treasure Isle)을 설립했다.
(사진) '사운드 시스템' 문화의 초창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자메이카인들의 모습.
1.3. '사운드 시스템'과 정치
'사운드 시스템'의 인기가 1960년대와 1970년대에도 지속되자, '사운드 시스템들'이 정치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러 '사운드 시스템들'과 그 소유주들에게 [보수정당인] '자메이카 노동당'(Jamaica Labour Party: JLP)이나 [좌파 정당인] '인민국가당'(People's National Party: PNP) 같은 특정 정당의 지지자들이란 꼬리표가 붙곤 했지만, 대부분의 '사운드 시스템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시스템들'이 이 시기의 자메이카에 불어닥친 사회 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이 하나의 문화적, 경제적 현상이었다.(주4)
(주4) Stolzoff, Norman (2000). Wake the town and tell the people: dancehall culture in Jamaica. Durham and London: Duke University Press.
1.4. 사운드 클래시 : '사운드 시스템들' 사이의 공개적 배틀
'사운드 클래시'(sound clash)도 '사운드 시스템'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사운드 클래시'는 2개의 '사운드 시스템들'이 정식으로 경연(=베틀)을 벌이는 것이다. [1950년대 초, '사운드 클래시' 문화 초창기에는 폭력사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참조☞: 루드 보이(rude boy)]
TV 리얼리티 쇼 <기네스 사운즈 업 그레이트니스>(Guinness Sounds of Greatness)는 현재 진행 중인 수많은 '사운드 클래시' 중 하나이다. 2009년의 <기네스 사운즈 업 그레이트니스>는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째, '정글'(juggling) 라운드에서는 두 '사운드 시스템들'이 각각 15분 동안 관중들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 '튠 페 튠'(tune fe tune) 라운드에서는 "상업적 발매 곡들"(commercial releases)을 갖고 경쟁을 펼치는 것이고, 마지막 '덥 페 덥'('dub-fe-dub) 라운드에서는 "해당 '사운드 시스템'이 자신들의 레코딩을 플레이시킬 때 특별히 행하는 것"을 펼쳐보인다.(주5)
(주5) Cooke, Mel (2009-10-19). "Jamaica Gleaner News - Black Widow, Bredda Hype win in 'Guinness Sounds of Greatness' - King Mello, Black Scorpio first sounds eliminated". Jamaica Gleaner.
(동영상) 2011년에 진행된 <기네스 사운즈 업 그레이트니스>의 한 부분. '붐붐'(Boom Boom) 대 '마에스트로'(Maestro)의 대결.
1.5. 해외의 '사운드 시스템' 문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자메이카인들이 대거 영국으로 이민가면서, '사운드 시스템' 문화도 영국에 전파됐다. 영국의 유명 '사운드 시스템들'로는 '자 샤카'(Jah Shaka), '채널 원'(Channel One), '아바 샨티 아이'(Aba Shanti-I), '자 업저버'(Jah Observer), '아이레이션 스테파스'(Iration Steppas), '팻맨 인터네셔날'(Fatman International), '색슨 스튜디오 인터네셔날'(Saxon Studio International) 등이 있다.
미국 최초의 '사운드 시스템들' 중 하나는 1970년대 말 뉴욕의 브롱크스(Bronx)에서 창단된 '다운비트 더 룰러'(Downbeat the Ruler)였다.
(동영상) '노팅힐 카니발 2013년' 행사의 하일라이트.
1966년부터 시작된 '노팅힐 카니발'(Notting Hill Carnival)은 런던에서 서인도(카리브해) 지역 출신 흑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팅힐에서 매년 8월에 3일 동안 개최된다. 영국 내 서인도 출신 흑인 공동체가 주관하는 이 축제는 세계적으로도 최대 규모에 속하는 거리축제 중 하나로 성장했다. '노팅힐 카니발'은 카리브해 지역의 '카니발 문화'와 자메이카에서 들어온 '사운드 시스템 문화'가 컨텐츠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크세]
1.6. 평가와 영향
'사운드 시스템'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처럼 소수의 사람들만 들을 수 있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형 음향 시스템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소비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며 전개되는 하나의 문화였다. '사운드 시스템' 문화는 ['골드스미스 런던 대학'(Goldsmiths, University of London)의 음향학자 겸 음악사가인] 줄리언 헨리퀘스(Julian Henriques)가 "소리의 우월성"(sonic dominance)이라 부르는 것을 제시해주었다. 헨리퀘스가 "우월성"(=우성)이란 말을 사용한 이유는 그것이 [감각적] 본능적이라는 점 때문이었고, 이 용어가 "['사운드 시스템' 문화가 지닌] 소리의 파워(=힘)와 즐거움"을 구체화시켜 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Henriques 2003, p.452). '사운드 시스템'이 지닌 사운드는 "감싸는 것 같고, 둘러싸는 것 같은 느낌의 강도 높은 경험"이다(Henriques 2003, p.453).
(참고문헌)Henriques, J. F. (2003). “Sonic Dominance and the Reggae Sound System Session.” In M. Bull and Les Back, eds. The Auditory Culture Reader. Oxford: Berg, pp.451~480.
해외에 거주하던 카리브해 지역(Caribbean Sea) 출신 이민자들은 '사운드 시스템'의 사운드가 공간 및 육체를 장악할 정도가 되자, 자신들이 떠나왔던 고국의 따뜻한 환경을 찾아 거슬러올라가는 여행을 떠났다. 그 지역에 귀속감을 느낌 이들은 '사운드 시스템'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체험했다. '사운드 시스템'의 사운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었다(Percy Irie 및 Guydance가 제작한 아래의 다큐멘터리 참조).
'사운드 시스템'이 지닌 영적 요소들에 관해 더욱 상세한 내용을 이해하려면, '라스타파리 종교(Rastafarian religion: 라스타파라이)에 관해 연구해볼 필요가 있고, '유튜브'(YouTube)에서 시청 가능한 다큐멘터리 <소울 레벨: 덥, 레개, 그리고 사운드시스템 문화>(Soul Rebel: Dub, Reggae and Sound System Culture)를 감상하길 바란다.
(동영상) 퍼시 아이리(Percy Irie)와 가이던스(Guydance)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소울 레벨>은 '사운드 시스템' 문화가 지닌 종교적 측면, 특히 '라스타파리 공동체'와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췄다.
(동영상)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명칭의 '사운드 시스템'을 운영하는 자 샤카는 영국 음악계에서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자메이카 출신의 많은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자 샤카도 라스타파리 신자이며, 영적 지도력을 확보한 원로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은 특히 라스타파리의 종교적 영성을 주제로 하여 영국의 모든 계층에서 추종자들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있다. 그는 '자 샤카 재단'(Jah Shaka Foundation)을 통해 서-아프리카의 가나(Ghana)에서 종교, 자선, 사회개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 동영상은 자 샤카의 특강을 담은 것으로, '레드불 뮤직 아카데미'(Red Bull Music Academy: RBM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4년 11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됐다. 자 샤카는 이 강연에서 서인도 출신 흑인들이 영국에 정착하는 과정과 '사운드 시스템'의 역할, 라스타파리 종교의 영적 의미, 음악적 형식과 내용 등 다양한 측면들에 관해 설명했다. [크세]
* 역주 : '스카' 이후 자메이카 음악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스타파리 공동체'에 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라스타파리 종교에 관해서는 다음 게시물들을 참조하라.
첫댓글 죽기 전에
'노팅힐 카니발'도 꼭 한번 가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