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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메시 ⓒAFP/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 방금도 언급했듯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팀은 아르헨티나였다.
흔히 이번 올림픽의 실질적인 결승전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4강전이었다고 말한다. 이 경기를 보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요약한다면 두 팀 모두 개인능력적인 면을 봤을 때는 엇비슷했다. 그런데 그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조직이었고, 그 점에서 앞선 것이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수비와 공격에서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조직을 통해 많이 뛰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인 축구를 보여줬다. 또한 결승전에서도 아르헨티나는 나이지리아보다 앞서는 조직을 보여줬다. 4-3-1-2를 구사하는 아르헨티나는 수비 시에 상대가 백패스나 횡패스가 한 차례만 이뤄지거나, 혹은 볼 터치가 조금만 많아져도 바로 4-3, 즉 7명의 선수가 수비진을 구축해버렸다. 즉 공격형 미드필더인 리켈메(10번)와 메시(15번), 아구에로(16번)을 제외하고는 순식간에 수비에 가담한다는 것이었다.
공수전환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상대의 볼 터치수가 많아지면, 즉 호나우지뉴처럼 터치를 길게 하면서 빌미를 제공하게 되면 바로 수비를 정비하고 2:1 상황을 만들어 볼을 빼앗는 타이밍을 잡는다. 또한 수비라인에서의 업다운이 능수능란하고, 수비구축 시의 위치선정이 뛰어났다. 라인을 많이 올리지도, 많이 내리지도 않으면서 수비라인의 폭을 조절하는 부분에서도 매우 뛰어났다.
이것은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였고, 여자축구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의 그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도 이랬는데, 만약 날씨가 좀 더 좋았다면 선수들이 보여주는 공수전환속도는 훨씬 빨랐을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르헨티나의 10번(리켈메) 선수는 조금 독특한 선수였다는 점이다. 이 선수는 아르헨티나의 4-3-1-2 시스템에서 ‘1’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다지 활동폭이 넓은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비 시에는 4-3으로 형성되는 수비진에서 혹시 생기는 빈틈을 메워주기도 하고, 필요치 않다 싶으면 그냥 자기 포지션에 있다가 공격으로 전환한다. 또 공격 시에는 전방의 메시와 아구에로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생긴 공간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즉 공수에서 문제시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움직이고, 흔히 말하는 상황인지능력이 아주 뛰어난 선수였다. 공수의 밸런스와 흐름을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메시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팀 내에서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 한국전을 비롯해 조별 예선에서의 이탈리아는 매우 강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벨기에와의 8강전에서는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앞서 말했지만 현대축구는 개개인의 볼 터치를 줄이는 축구를 많이 요구한다.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공격으로 전환하고,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 빈 공간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개개인의 능력에서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앞섰지만, 볼 터치 수가 훨씬 많았다. 간결한 축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반 17분 만에 벨기에 선수가 1명 퇴장 당하고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얻으면서 이탈리아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조금 느슨해졌다. 그리고 이 상황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숫적으로 불리한 벨기에는 4-2-3 형태로 포메이션을 구축하면서 볼 터치를 줄이고 빠른 공격으로 이탈리아 문전을 노렸다. 반면 이탈리아는 숫적 우위에 너무 여유가 생겼는지 조직 형성보다는 개인이 너무 튀는 형태의 축구를 펼쳤다. 결국 이것이 벨기에가 이탈리아를 꺾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던 것 같다.
- 이번 올림픽에서 아시아 남자축구는 최악의 결과를 올렸다. 일본의 경우는 3전 전패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본이 3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비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23세가 아니라 26~27세로 올라가면 좋은 팀으로 성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이 조 예선에서 은메달을 딴 나이지리아에게 1-2로 패한 경기를 직접 봤는데, 나이지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3패를 당했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 느껴졌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일본은 만들어가는 축구를 보여줬다. 내용적인 면에서 지켜보는 팬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축구였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았는데, 개인적인 능력이라고 해야 할까? 스피드나 파워 등에서 나이지리아에 뒤처졌고, 결국 이것이 패인이었다. 아마도 그들도 스스로 느꼈을 것이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스프링 같은 탄력과 개인능력들, 수비-공격에서의 압도적 1:1 능력...이런 부분의 차이를 조직만으로 커버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런 신체적 핸디캡은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권 팀들은 모두 고민해야하는 부분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