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일성 전 주석과 함께 항일 운동을 한 빨치산 가문 출신의 첫 탈북자이자, 북한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의 아내. 오혜선(55)씨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7일 만난 오씨는 두 아들에게 자유를 선물한 용감한 엄마였고, 북한에 계신 친정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이었으며, 탈북 전 모든 기적을 하나님 은혜로 여기는 신앙인이었다.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의 저자 오혜선씨가 7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탈북 과정 중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Copyright@국민일보 오씨의 탈북 과정은 기적 그 자체다. 북한 사람은 평생 한 번도 어렵다는 유럽 생활을 남편의 대사관 임명으로 여러 번 할 수 있었던 오씨 가족은 북한을 오가며 체제의 문제를 몸소 느꼈다. 그런데도 선뜻 탈북을 결심하기 어려웠던 것은 한 자녀를 북한에 두고 나와야 하는 방침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 역사상 이 관례가 한번 깨졌던 때 볼모로 잡혀있던 큰아들이 유학생 신분으로 영국 런던에 왔다. 오씨는 “하나님께서 큰애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였소’라는 가사의 ‘은혜’라는 찬양을 가장 좋아한다. 지난 2일 출간한 자서전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더 미라클)에서도 오랜 기간 신장증을 앓은 첫째 아들 투병을 통해서도 그 은혜를 경험했노라고 고백했다.
오씨 가족은 학업때문에 독립한 둘째 아들을 빼고 현재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에 나간다. 그는 탈북 초 교회를 꺼렸다. “또 다른 조직생활”이라는 탈북 선배의 말이나 북한 현실을 엉뚱하게 전하는 교계 강연에서 든 섭섭한 마음이 교회 손길을 뿌리치게 했다. 남편은 탈북 초기 교회나 교계 행사에서 북한 실상을 자주 알렸다. 교회와 인연이 깊던 남편은 수개월간 홀로 교회에 갔다. 그러다 아들의 한 마디가 오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다른 집은 부부가 함께 온다. 아버지가 많이 외로워 보인다. 어머니도 같이 가시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서울강남구갑에 남편이 당선됐을 무렵인 2020년 여름 교회에 처음 갔던 날, 오씨는 “네 심정을 내가 다 안다”는 내용의 찬양에 눈물을 쏟았다. ‘아직 독실한 크리스천이 아니다’고 말하는 오씨. 그렇기에 웃지 못할 일화도 많다. 성경모임을 친목회로 착각해 밤새 빵을 구워갔는데, 대뜸 예배를 드리자고 해 놀란 적이 있다고 했다. 모두가 열심히 기도하는데 ‘나 때문에 하나님이 오다가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그 모임에 안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부담 갖지 말라는 따뜻한 지인의 말에 지금껏 한 달에 한 번씩 성경 모임에 참석한다. “성경 구절을 찾을 때 아직 옆사람이 펼친 페이지를 곁눈질로 본다”며 오씨는 아이처럼 웃었다. 그는 성경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기독교를 비판하고 희화화하는 문화에 선동됐기에 성경 이해가 남들보다 더 어렵지만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다. “살아만 계셔달라”며 북한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매일 기도한다는 오씨는 “간절히 기도하면 제 생에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