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등학교가 올해 처음 축제 형식의 졸업식을 치른 가운데 졸업생들이 학교생활의 추억이 담긴 영상물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졸업식 풍경이 바뀌고 있다. 졸업식장에 들어서 졸업장을 받고 교가를 불렀던 것이 전부였던 예전과는 달리, 졸업생과 재학생이 직접 준비한 축하공연이 열리고 교정에서의 추억이 담긴 영상물이 상영되기도 한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계란·밀가루 투척에 알몸 뒤풀이까지 이른바 ‘막장 졸업식’이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문제의 졸업식 뒤풀이’를 처벌하겠다며 경찰이 학교 주변에 배치되는 씁쓸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김종기 속초고 교무부장은 “그동안 대부분의 졸업식이 졸업생 모두를 위한 축하의 자리가 되지 못하거나, 기관·단체장의 지루한 상장 수여 자리가 되다보니 왜곡되고 잘못된 졸업식 문화가 나타나기도 했다”며 “졸업생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졸업의 기쁨과 즐거움을 졸업생들에게 돌려주는 행사가되도록 졸업식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을 위해 교사와 후배가, 그리고 졸업생 스스로가 평생 기억에 남을 장면을 선물하기 위해 학교마다 졸업식을 바꿔가고 있다.
속초고의 달라진 졸업식 지난 9일 오전 속초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제57회 속초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속초고는 지난해 학교문화(졸업식) 선도학교에 지정되면서 50년 넘게 이어져오던 획일적이고 무겁기만 하던 졸업식을 올해 ‘새로운 출발! 꿈을 펼쳐라’는 주제로 축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문화행사로 탈바꿈시켰다.
이날 졸업식은 교내 보컬그룹과 재학생(2년), 졸업생, 교사가 함께 준비한 축하공연(노래, 피아노, 플롯)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졸업생들의 재학시절 하루 일과를 담은 영상물과 후배, 교사, 학부모들이 졸업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상물이 상영됐다.
대입과 맞물려 많은 졸업생들이 무대에 오르진 못했지만, 졸업생들은 무대에 오른 친구와 후배, 선생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자신의 반 담임교사와 친구들의 모습이 화면에 나올 때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졸업생들은 특히 영상물에 YB(윤도현밴드)의 모습이 나오자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리기도 했다. YB 김진원은 속초고(35회) 출신으로, 영상을 통해 ‘꿈을 잃지 말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현석 속초고 학생회장이 거동이 불편한 아들을 위해 3년간 등하교를 함께 한 임상빈씨에게 감사의 졸업장을 전달하고 있다.
각종 상장 수여도 개별 시상이 아닌 기관·단체장과 수상자가 모두 단상에 올라와 일괄 시상하는 방식으로 바꿔 시간을 단축했다. 이용호 교장은 졸업생들에게 희망과 꿈을 가져라고 덕담을 전했다.
김현석 학생회장은 거동이 불편한 아들을 위해 3년간 등하교에 나선 임상빈씨에게 졸업생을 대표해 감사의 졸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졸업한 김성진군은 “형식과 틀에 끼워 맞춰진 졸업식만 치르다 이렇게 축제 같은 졸업식을 치르게 돼 매우 뜻 깊게 느껴진다”고 했다.
졸업생들은 이날 교장에 대한 인사도 거수경례가 아닌 가벼운 목례로 대신했다.
김종기 교무부장은 “딱딱한 졸업식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 축제 형식의 졸업식을 치렀는데 첫 시도다 보니 다양하게 꾸미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내년 졸업식에는 학생들이 추억을 많이 담아가고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설악여중, 학생회서 졸업식 준비 속초지역 졸업식 문화가 변한 것은 2006년 설악여중 졸업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설악여중은 틀에 짜인듯 형식적이고 일률적인 졸업식 대신 학생회의 주관으로 다양한 문화행사를 끼워 넣은 축제 형식의 졸업식을 개최해 이목을 끌었다.
유미선 교사(학생회 담당)는 “2006년 졸업식의 주체는 졸업생이 돼야 한다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의 의견이 있어 기획부분에서만 교사들이 가담했을 뿐 학생들 스스로가 무대를 꾸며가며 축제 형식의 졸업식을 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회상했다.
설악여중은 이후 매년 졸업식에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을 선보였으며, 교장이 직접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전하는 전통도 만들어 졸업생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전하고 있다.
올해 역시 학생회가 사전에 졸업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올해 졸업식에서는 축하공연에 이어 3년간의 학교생활 모습이 담긴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다. 영상물 역시 졸업생들의 손으로 만든 것이다.
설악 신문 이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