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월 13일) 아침 메이와 캐롤 면회 갑니다.
어젯 밤에 메이는 수신자 부담 전화로 다시 울먹입니다. "여기 너무 안 좋아요. 힘들어요. 돈 안 받아도 필리핀 가고 싶어요. 친구한테 돈 빌려요." 퇴직금도, 한국도 이제는 싫다고 합니다.
수원노동부에 보낸 질의에는 아직 답변이 없습니다. 담당근로감독관은 사장을 입건하겠다고만 합니다.
입건하면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고, 벌금을 내지요. 그러면 체불임금사실확인원을 근로감독관에게 발급받아서 민사소송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이제 5일 만에 메이와 캐롤은 화성보호소에 도저히 못 있겠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결국노동부에서 한 일은 퇴직금을 받아달라고 진정서를 낸 외국인노동자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서 화성보호소에 가둔 다음에 스스로 포기하고 출국하게 만드는 일이 될 상황입니다.
별일 없으니 꼭 노동부에 같이 가야 한다고 설득해서 데리고 갔는데...
결과가 어찌 되든 근로감독관과 수원노동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입니다.
화성보호소 메이와 캐롤의 면회 (10/9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메이와 캐롤을 면회하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했습니다. 송탄의 친구 집에 있는 짐과 친구의 편지를 받아서 출발하느라 약간 지체되었습니다. 졸지에 잡혀가는 바람에 미처 짐도 챙기지 못했고, 친구들과 작별인사도 못한터라, 친구들도 걱정스러운 얼굴들입니다. 화성시 마도면에 위치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도착한 시간이 9시 50분. 곧바로 면회대기번호를 뽑으니 33번. 불안한 번호입니다. 토요일은 11시까지 면회신청을 접수하는데 면회가능인원은 3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벌써 대기실에는 침울한 표정의 면회객들로 만원입니다. 외국인 남편을 면회 온 한국 아내, 남편을 면회 온 외국인 아내, 아이들도 있고, 회사에서 나온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들 서너개씩의 가방과 짐보따리들이 있습니다. 언제 비행기에 태워져 강제추방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짐을 맡겨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출입국관리소의 승합차에서는 단속한 불법체류자들을 계속 쏟아냅니다. 3명을 한조로 해서 두 개의 수갑으로 채운 채 차에서 내립니다. 슬리퍼를 신은 인도네시아 청년과 두 여성은 허탈한 표정으로 체념한 듯 끌려갑니다. 기숙사에서 자다가 잡혀 온 것일까요? 지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요?
11시. 혼자서 바쁘게 접수를 받던 창구의 직원이 소리칩니다. "면회 접수 끝났습니다". 마지막 접수번호는 31번. 32번 대기번호를 받은 젊은 러시아 여성은 이해가 않된다는 듯 창구에 매달리며 소리칩니다. "남편 내일 러시아 가"!
2시간을 기다린 수 많은 면회객들의 아우성으로 순식간에 난리가 난 듯 합니다. 면회시설을 확보하지도 않고 무작정 단속만 하는 결과는 여기서도 여러모로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기에도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은 애꿎은 외국인들에게만 짜증을 냅니다.
가져간 짐들만 겨우 맡기고 허탈하게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메이가 수신자 부담으로 전화를 해 왔습니다. "여기 너무 안 좋아요.빨리 나라 가고 싶어요. 티켓 없어요. 도와주세요". 퇴직금을 받기 위해 노동부에 진정을 한 상태라 조금만 기다리라고 할 수 밖에. 사장에게 전화를 했으나 자기도 어려워서 돈을 다 줄 수 없으니 민사소송을 하든 마음대로 하라고 합니다. 320만원 중에 100만원만 주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메이와 캐롤은 하루만 더 있으면 100만원이라도 받고 빨리 가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퇴직금을, 견디기 힘든 열악한 환경으로 몰아세워서 조금만 줘서 보내자는게 법무부와 노동부의 합작품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불법체류자는 노동부 진정도 못해요. -수원노동부에 질의한 글
평택외국인노동자센타 사무국장입니다.
오늘(10월 7일)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해서 질의드립니다.
필리핀 여성 노동자들인 메이씨와 캐롤씨는 퇴직금 320만원씩을 지급받지 못하여 결국 노동부에 진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1차 출석요구일인 9월 24일 출석하였으나 회사측에서는 출석하지 않았으며, 2차 출석일인 오늘 다시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사장이 나왔으나 50%도 지급하지 못하겠다고 하여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왔고,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하며 메이와 캐롤을 순식간에 화성보호소로 태워가버렸습니다. 함께 동행했던 저희 센타의 실무자가 담당근로감독관인 우경화 감독관에게 누가 신고를 하여 잡아가게 했는지 묻자, 본인이 했고 책임지겠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저희 센타가 개소를 하여 그 동안 수 많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수원노동부를 방문했지만 담당근로감독관이 출석 중인 진정인을 현장에서 신고하여 잡아가게 한 일은 처음입니다. 오늘, 다른 근로감독관들에게 전화문의를 해 본 결과 모두들 진정인을 신고하여 잡아가게 하는 일은 없다고 했습니다. 더군다나 메이와 캐롤은 현재 일도 없고 비행기표 살 돈도 없어서 퇴직금만 받으면 귀국을 하기 위해 몇달째 기다리고 있는 상황임을 근로감독관에게 얘기한 바 있습니다.
질의드립니다.
1.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진정인을 법무부에 신고하여, 출석한 현장에서 잡아가게 하는 규정이 있는지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여 주십시요.
2. 노동부의 출석요구서는 '당신이 출석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기다리다가 잡아갈 것이니까 알아서 하라' 라는 뜻인지요? 다시 말해서 불법체류자는 강제출국 당하기 싫으면 노동부에 진정서를 내지 말라는 뜻인지요?
3. 불법체류자는 노동부에 출석하기 전에 모든 출국준비를 끝마치고 가야 하는지요?
4. 화성보호소에 잡혀 간 경우 진정중인 체불임금이 해결될때까지 출국이 자동으로 연기되는지요?
5. 회사측에서 계속 지급을 거부하면 민사소송을 해야 하는데, 체불임금사실확인원을 제출하고 비자연장 후 화성보호소를 나올 수 있는지요?
정확하게 답변해 주십시요. 왜냐 하면 지금 이 시간에도 임금을 받지 못한 불법체류자들의 진정서를 작성하고 있고, 진정인들에게 노동부 출석 후의 진행과정을 솔직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노동부에 출석해도 잡혀가지 않으니 그냥 오라고 해 왔거든요. 그래야 노동부에 출석하기 전에 방도 빼서 보증금도 반환 받고, 소지품도 챙기고,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고, 출국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메이와 캐롤은 돈을 받고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울먹이며 전화를 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