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40분쯤 중대 정문에 도착했는데.. 배두 너무 고푸고.. 공연이 조금은 늦게
시작하겠지하는 어설푼 예측으로 식사를 하고 가니 이미 시작했두만요...
사전 예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와서 자리가 없다는 아리송한 설명을 들으며
들어가서 제가 평소 싫어하는짓(남들 공연 관람하는데 늦게와서 두리번 거리며 자리
찾는것)을 하다보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윤부형님,은아씨
창경씨, 송희씨, 사무장님, 등등 우리 마당님들이 도처에서 수고를 하시구 계시더만요..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차분하게 관람 준비를 못해서 처음부분은 제대로 관람도
못하고 허둥대기만 했어요... 아깝게...
사실 전통 타악 연구소라는 말 자체가 다소 생소했구요,,, 우리 악기에 무지한
저로서는, 흔히 알고 있는 북 장구 징등 이런 타악기를 보다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개념으로만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죠... 팜플렛 공부도 안해서... 윤부형님께 보는
방법도 물어서 보고 했으니...가뜩이나 잘 모르면서 감상이 쉽게 되지는 않았네요
지금 팜플렛의 기획의도를 다시 읽어봐도..솔직히 잘모르겠지만..
우리 전통 타악과 굿으로서 이땅의 평화와 자주를 기원하고, 아울러 우리를 속박하는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비나리의 공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1막 염원과 제2막 염원을 넘어서 .. 두개의 무대가 준비되었었구요,..
제1막은 다 보질 못했지만... 여튼 제가 자료실에 올린 사진 #36을 보시면 뒤에
2단계단에 여러 악기로 연주하시는 분들이 있구요... 김운태씨가 춤을 추시고,
인간 문화재 성우향 선생님으로부터 춘향가와 심청가를 사사받았다는 정유숙이란
분이 고운 한복을 입고 아름다운 자태로 소리를 합니다...손에 들구 있는 하얀
천은 티비에서 살풀이 공연 할때 들구나오는것 같던데... 소리 하실때도 보통
들구 나오는가보죠? 여튼 그 하얀천이 주는 느낌은 정갈한 가르마 머리, 고운 한복
과 더불어 아주 우아하고 기품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여러 타악기와
춤, 소리가 어우러진 무대라고 볼수 있는데요,.. 팜플렛을 보니, 징도 종류가
많네요.. 개방징, 광징, 그냥징.. ㅋ. 여기에 장구 바라 쇠 북 재금 아쟁 대금
피리.. 등등으로 악기가 구성되어있네요..제 1막의 제목이 "염원" 인데...
우리 역사에 얼룩진 그 많은 아픔과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그 혼돈과 두려움
속에서 질서와 평화를 향한 염원이라고 팜플렛에 설명이 되있어요..
커다란 등불을 들고, 커다란 종이(?)옷을 입은 무희가 애절한 가락과, 애잔한 소리에
맞춰 마치 무언가를 강하게 절규하듯이 몸을 움직이며, 마치 속박을 털어내듯,
몸을 감사고 있는 그 커다란 종이 옷을 벗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그리고
마침내 뱀이 껍질을 벗듯, 그 옷을 벗어버리고, 한층 가벼운 몸이 되어,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닙니다..... 이것이 영혼의 자유를 표현한걸까요?
저는 그렇게 느낌이 왔네요... 이어서 무희와 소리하시는 분은 퇴장하고,
악기들의 연주와 연주자의 소리(추임새?)로 무대가 연출됩니다...
음.. 마치 사물놀이를 보는 느낌하고 비슷햇구요,, 이 대목은 표현이 좀 난감하네요..
제2막 염원을 넘어...
1막후 10분간 휴식.. 밝아진 객석사이로 아는 얼굴들이 마구 보이더군요..
창경씨는 캠코더로 열심히 촬영중이시고(저두 찍혔음.. 편집하실라나?)
은아씨는 이곳 저곳 옮겨다니시며 사람들 안내하시는것 같고, 민자씨, 그리고
다른 누님.. 형님 등등(존함을 아직 다 못외워서 죄송합니다)간단하게 인사도
드리고, 번개 같이 담배 한모금 피고 와서 팜플렛을 다시 보았죠...
이제 적응이 좀 되드라고요... 팜플렛에..ㅋㅋ 이제 다음 무대는 인출형님과
희라양이 나오는 무대라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기다릴수 있었습니다...
나즈막한 북소리가 좀씩 울려퍼지면서 무대가 시작되는데.... 갑자기 앞사람들이
다 뒤를 돌아보더군요... 그래서 덩달아 뒤를보니... 뒤에서 등장을 하시더만요..
맨앞에 인출형님이 대나무를 들고.... (이 대나무가 제 고향에서 끊어온 대나무라
더군요... )그 뒤에 희라가 초를 들고 아주 경건하게 북소리와 함께 다른 분들도
천천히 무대로 올랐습니다...무대 우측 한켠에 차려진 솟대에 대나무와 초를 거치
시키고, 솟대를 중심으로 좌측에서 연주하는 애잔한 가락에 맞춰 주욱 도열하여
정좌하여 기도를 올립니다...분위기가 너무 경건해집니다.... 팜플렛에는 "부정 청배"
라고 써있네요..꿈을 향원 삼배... 기원... 비나리..이런거 같아요..
이어서 정좌한 상태로 아주 조심스런 행동으로 상모도 쓰고 장구도 매고
복장 준비를 합니다....옷매무새도 고치고.....음.. 사실.. 전 이 장면이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뭔가를 실행하기전에 그 마음 준비를 하는 결의를
다지는 모습... 어두운 가운데 애절한 가락과 소리,,, 밝혀진 솟대,,,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경건한 동작으로 준비를 하는 조용한 움직임...
정말 한국 사람이면서 이런걸 지금에서야 처음 보고 있다는게 어찌보면 부끄러운
일인데....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왜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복장이 다 갖춰질 무렵 상쇠(인출형님)가 그윽한 분위기를 깨고, 판굿의 시작을
알리죠.. 분위기는 갑자기 확 바뀝니다... 무대도 밝아지고, 갑자기 생동감이
살아 숨쉬기 시작합니다... 시작은 휘모리로 시작하더군요.. 팍 집중도 되고..
판굿과 함께 무대는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인출 형님의 중심 무대(쇠)에서는
모든 관객이 박수도 치며 같이 호흡을 맞추고..그 쇠소리를 둔탁하게 내는거
있잖아요.. 빠르게 치면서.. 그 소리는 굉장히 다른것보다도 굉장히 리듬감있게
만들어주는것 같아요.. 그리고 그 동작 하나하나가 어찌나 절묘하던지...
풍물엔 악보가 없다는것 처럼... 그 얼 동작하나하나는 과연 너무도 절묘해서...
조금이라도 박자와 어긋나면 클날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어서 소고 중심무대도 있고요.. 최종실 선생님의 소고와는 달리, 경쾌하고
빠른 느낌을 주는 소고였구요... 장구 중심 무대도 있고요... 참말로 장구 무대
징하더이다... 어찌 그래 율동이 여성스럽고 아기자기 하고 이쁜지 원....
특히 5분 모두 뒤를 보이고, 한쪽에 3명 한쪽에 2명 서서 조금씩 중앙으로 디디며
둥다둥다 칠때는 정말 무슨 인형 같드라고요.. 모습들이...자료실에 사진 올렸으니
함 보시구요.... 판굿이 다 끝나고... 관객들과 함께하는 무대로 새끼줄을 꼬는
시간이 있었습니다...어떤 양반이 새끼줄 꼬러 나왔다가 솟대 앞에 차려진
사과를 먹을라구 하다가 그걸 본 스탭이 당황해서 황급히 뛰어나와 만류하는 해프닝
도 있었네요 ㅋㅋ.. 근데 그거 먹으문 안되는건가요? 나도 목이 말라 사과는
먹구 싶었는데.. ㅋㅋ
여튼 요즘 아주 굉장한 문화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친구가 몸이 안좋아서
못갈수도 있었는데...그래도 끝까지 참아줘서 다 보고 왔네요....친구도
우리 음악이 이렇게 멋진줄 몰랐다며 찬사를 보내더군요....
가까이 접할수 있을때는 모르고 가까이 접하기 힘들때는 알게 되고.....
늘 그렇듯 반복되네요........
다시 한주가 밝았네요..... 얼마 남지 않은 2003년 유종의 미를 거두시기 바라며,
항시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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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공연... 한국전통 타악 연구소 "판"...
아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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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2.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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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빠의 글을 보면 '기행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자세한 설명과 함께 틈틈히 오빠의 느낌..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친구분도 멋진 공연 보셨다 하니 다행이네요...저는 임사부님과 희라만 계속 눈에 띄었고, 또 너무 너무 제자신이 자랑스러웠답니다...저런 분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좋은 공연을 보았으면 잘 보고 간다는 말씀한마디 쯤 하고 가실줄 알았는데 아마도 같이 오신분이 아파서 급히 가셨나 보네요. 좋은 감상 덕분에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글쎄요. 워낙 부산스러운 상황이구.. 사무장님하구 통화를 했는데.. 못 전해들으신 모양이네요.. 인출형님은 마지막 무대에 올라서 새끼줄 꼴때 인사드렸더니 경황이 경황인지라 절 못알아보는 눈치셧고.. 하긴 두번밖에 뵌 적이 없으니 ..어느분한테 말을 하구 가라는 말씀이신지.. "판"에 달리 아는 분도 없고.???
입장하실때 제대로 못뵙고 쉬는 시간에 잠깐 뵌것이고 끝나고 가실때 제가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은 아쉬움이 있었기에 말씀드린것이구요, 그리고 몸이 안좋으신 상태에서도 오신분이 감사해서 적어드렸던 글인데 저가 너무 제 정서적으로만 적어 놓았나 보네요.
8기분들이 오시리라는 생각을 못한 상태에게 뵌 것이라 제가 흥분이 되어 있었나 보네요.--; 글구 저는 친구분을 뵈었을때 꼭 인사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사무국장님께 연락되신 상황도 알아보지 못한 저의 불찰이 크네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두분이 오셔서.... ^^;
아닙니다 은아씨.. 감사하다니요... 저도 비록 신규지만 이미 마당회원인데요... 열심히는 못하드라도.. 이런 공연 기회는 놓치고 싶지않아요.. 다만 접점이 다소 어렵지만... 앞으로는 마당님들과 더욱 가까워져서 어느자리에도 이물없이 함께 하기 되기를 바라는거죠..
아 그리고 은아씨가 마당에서 굉장히 소중한 분이란건 충분히 추측할수 있어요 그동안의 경험으로... 사명감과 책임감 .. 마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거라고 감히 말씀드릴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만큼 수고도 많으시고요.. 저두 새내기이지만 은아씨의 수고로 풍물을 즐겁게 하고 있는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 채팅방 분위기다.....식사 맛있게들 하셨죠?....^^이따 마당에서 뵈요...원길오빠,은아언니..오늘 라면 끓여먹을까요? 신라면,진라면,오징어짬뽕라면,삼양라면,열라면,사리곰탕면,짜파게티 등등 어떤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