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병기 기자의 마라톤이야기] 서브 3와 보스턴 마라톤
하프를 한 두번 달린 사람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면 예외없이 ‘풀코스 완주’를 꼽는것 처럼 풀코스를 뛴 사람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보스턴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한다.
연령대에 따라 제한시간이 있는 보스턴마라톤에만 출전할 수 있어도 달림이로서는 최고의 영광이기 때문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곳에서 1백만명이 넘는 인파의 격려를 받아가며 전세계인들과 함께 달린다는게 가슴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한수위의 기량을 가진 사람들은 보스턴에 머물지 않고 서브3에 도전한다.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달린다는 서브3가 과연 무엇이길래 아마추어에게 꿈의 기록으로 여겨질까.
국내에서 넓은 의미의 마라톤(조깅 포함)을 즐기는 사람의 수는 1천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공식대회에서 풀코스를 완주한 사람은 대략 3만명 안팎으로 추계되는데, 서브 3를 한 사람은 채 1000명에도 이르지 못한다.
1000명이라면 많은 것 같지만 전국민의 비율을 따질때 결코 많지 않은 숫자다.
어렵다는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한해에 1000명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분야가 됐든 국내에서 1000등 이내에 드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풀코스를 3시간 이내 골인하려면 1km 당 4분15초 페이스로 끝까지 달려야 한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거나 한두번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빨리 달려야만 서브 3를 할 수 있는 것이다.
1km당 4분15초면 얼마나 빠른 속도일까.
웬만한 성인은 단 1km만 5분 페이스로 달려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느낄것이다.
따라서 아마추어에게 4분15초 페이스는 그야말로 ‘광속’에 가까운 속도다.
도내에서 서브 3를 한 주자는 40명이 조금 넘는다.
양영석씨(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동아대회에서 2시간43분으로 골인한 것을 비롯, 신용비씨(전주마라톤)가 2003년 보스턴에서 2시간45분06초로, 정준호씨(익산 쌍방울)가 올 동아대회에서 2시간51분19초로 서브3를 가볍게 달성했다.
강기상씨(온고을클럽)는 지난해 중앙마라톤서 2시간58분38초로, 방구만씨(전주세무서장)는 올 동아대회서 2시간59분11초로 각각 서브3에 성공하면서 인간승리를 일궈냈다.
“누구나 노력하면 보스턴에 갈 수 있지만 서브 3는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