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나자 겨우내 언 땅이 녹고 숲속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볕이 드는 개천에는 버들강아지가 폈다. 버드나무, 왕버들, 갯버들, 능수버들, 수양버들, 키버들, 호랑버들, 용버들, 선버들 등 다양한 종류가 많지만 버드나무, 수양버들, 갯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소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2절, 작사 이원수>
갯버들 수꽃
버드나무류는 어떤 환경에서도 발아율이 높고 초기 생장 속도가 빠르며 침수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 그래서 하천가와 모래톱 및 하천 제방을 안정화하는 대표적인 수목이다. 역사적으로도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5년(634년) 3월(음력) 궁궐 남쪽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들여 못을 만들고 기슭에 버들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1773년 6월 영조는 개천을 정비하고 양안에 버드나무를 심어 큰비가 올 때도 제방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호랑버들 수꽃
버드나무는 이른 봄, 다른 식물들보다 빨리 꽃을 피워 곤충들에게 꽃가루와 꿀을 제공하는 밀원식물이다. 버드나무 잎은 초식동물의 든든한 양식이 된다. 또한 11월 이후까지 잎이 떨어지지 않아 심미적 안정감을 제공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착하기 때문에 도시민들도 버드나무의 혜택을 누린다. 버드나무는 가장 널리 쓰이는 해열제 아스피린의 원료인 아세틸산을 함유한 나무로 곤충, 동식물, 사람 모두에게 이로움을 준다.
수양버들
봄이 오면서 버드나무의 연녹색 꽃과 잎이 눈에 보이듯이 숲속 개울에서 도롱뇽도 보인다. 물속에서 도롱뇽은 합죽이 입을 하고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 도롱뇽은 물과 뭍을 같이 사용하는 양서류로 꼬리가 있고 주로 밤에 움직인다. 물뭍 생물인 도롱뇽에게 수분은 매우 중요한데 비가 적게 내려 땅의 수분이 메마르면 도롱뇽의 미끌미끌한 피부는 상태가 나빠지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게 된다.
도롱뇽은 발달한 후각을 이용해 서로 웅덩이에 모여든다. 수컷은 넓적한 꼬리를 노를 젓듯이 흔들며 물속에서 암컷을 찾고 암컷은 바위나 낙엽 밑에 긴 알주머니를 붙인다. 알주머니는 맨 처음 쭈글쭈글하지만 3~4일 지나면 매끈해진다. 알주머니에는 30~40개의 알이 두 줄로 나란히 서 있다. 산란 후 수컷은 알주머니를 보호하다가 알에서 어린 올챙이로 자랄 정도가 되면 또 다른 암컷을 찾는다.
백사실계곡 수중에서 산란처를 찾는 도롱뇽 암컷
필자는 이제 흙내를 맡아보면 도롱뇽이 나올 때인지를 알 수 있다. 서울 백사실 계곡과 제주 계곡에서 도롱뇽의 산란 생태를 관찰하다 보니 땅의 기억이 몸에도 밴 까닭이다. 보통 경칩에 도롱뇽은 언 땅을 밀고 올라오지만 경칩 전인 2월 말에 알을 낳기도 한다. 지렁이 등 땅속 생물이 많이 살도록 비옥하게 숲을 가꾸어 주거나 곳곳에 썩은 고사목을 두면 도롱뇽에게는 안식처가 된다.
도롱뇽에게 낙엽과 바위는 매우 중요하다. 낙엽이 없다면 몸을 숨기지 못하고 먹이를 찾는 새, 들개, 들고양이, 까마귀, 오리들의 먹잇감이 될 뿐 아니라 애써 낳은 알주머니도 고스란히 먹힐 것이다. 또한 도롱뇽은 바위를 좋아한다. 바위 밑에서는 해를 피하며 놀 수 있고 지렁이류 등 땅속 생물이 많아 배고플 걱정도 없다. 울퉁불퉁한 바위의 표면 때문에 충분한 수분이 있고, 필요하면 바위 위에서 몸을 말릴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도롱뇽의 생태를 잘 관찰한 우리 조상들은 도롱뇽을 석룡자(石龍子)라고 했다.
백사실계곡에서 관찰된 도롱뇽 알주머니
이른 봄, 언 땅이 녹으면서 흙 속에 퍼져가는 물기운은 생명의 신호이다. 버드나무는 개천의 물을 뿌리에서 끌어올려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를 모은다. 도롱뇽은 얼어붙은 땅이 녹을 때 바위에서 기어 나와 웅덩이(vernal pool)에 알을 낳고 다시 뭍으로 간다. 봄은 버들강아지에게 바쁨이고, 도롱뇽에게는 자손을 위한 기쁨이다. 기쁘고 바쁘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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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파트관리신문(http://www.ap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