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하듯이
종합병원 진찰실 앞은 앉을 자리가 없을정도로
환자로 가득하다
그렇지 않아도 심적으로 힘들고 아픈사람들에게
빌어먹을 코로나는 마스크를 쓰게하니 숨쉬기도 버거울 것이다
그동안 정신줄을 놓고 삶 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던
남편을 데리고 다녔던, 그시간들이 지나고 나니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 표정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내일이 없는 두려움속에서
오늘 지금의 이시간만 이겨 내고 있을텐데..
자신의 손톱밑에 낀 가시를 아파하는
건강한 사람들의 간사함이 나에게도 있었던 것이다
한결같이 웃음기 없는 무표정의 얼굴들
지금의 저분들은 무슨생각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무작정 기다림을 하고 계실까 ?
대기자 이름이 적혀있는 전광판에서 환자 명단
한 명씩 올라갈 때마다 눈동자도 따라 갈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는
환자들 눈에 들어오는게 있을까 ?
전광판 아래에 있는 티비에서는 영사기는 돌아가는데
변사없는 무음의 영화처럼 연출한 사람들이
듣고싶지도, 보고싶지도, 원하지도 않은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지
꼭두각시처럼 화면속에서 놀고있었다.
그때였다
O 자형 다리를 한 60-70세의 여자분과
키가 170센티에 몸무게가 50키로가 될까 ?
머리는 백발이 된 남자분이
다급한 표정으로 대기실에 들어오더니
간호사님께 대뜸 하시는 말씀이
" 해남에서 왔는디요, 화순병원으로 가라고해서 왔어요 "
이곳 병원은 암환자들만 오는곳이기에
얼른 봐도 남편분이 암환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내분을 보면 온 세상 걱정은 다 가진 양 힘들게 보이는데,
자신의 몸은 아랑곳하지않고 남편을 앞세우고
간호사님과 대화를 하는 그여자분
자식들이 있으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들과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다가 자식들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하면서도
"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 " 는
철학자 소크라테스 말이 머리에서 잠자리처럼 맴돌았다
환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와 무슨 무슨 검사하시고
몇 호실에 입원하라는, 간호사님의 소리만 들리는 대기실
다빠진 머리를 모자로 감추고, 고개를 떨군체
죄지은 사람도 아닌 사람들이 형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앞으로 다가올 지금 몇 기라는
암에 대한 공포를 참아내고 앉아있는 사람들
우리의 삶 중에서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생로병사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기에
사는동안만은 모두가 건강하게 살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산다는게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환자들 모습들을 보면서
돌아오지도 않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오늘 이순간만 생각하기로했다.
집으로 오는길에
건물붕괴로 많은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의의 현장이 보고 싶어서 그곳에 갔는데
무너진 건물 잔해만 보이고
" 사상자의 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 라는
현수막만 덩그라니 걸려있었다
많은 사연을 안고 잠든 " 죽은자는 말이 없을뿐이다 " 라며
어제의 죽은자들은 " 오늘을 살고있는 자 " 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 같은 삶이 우리네 삶인 것을 ..
한 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달았다.
그러다가 오늘도 살아가야하기에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남편이 떠오르고
좋아하는 생선을 살까하고
양동시장 주차장에 주차하는데
그곳으로 흐르는 광주천이 보였다
이번의 학동 건물붕괴 사건 ,
처음으로 시민들에 의해서 정권이 교체된 4,19 혁명
그떄 사건을 읽어보고 화가났던 일제시대의 광주학생운동사건,
주먹밥과 생수를 시민군 손에 직접 주었던 광주 5,18 민주화 항쟁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산 고장인 광주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하얀포말을 그리며 무심하게 유유히
역사의 흔적들을 흘러 보내는 광주천을 보고
하루하루 산다는게 그냥 사는게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변함없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욕심내지 말고 헛되지않게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가꾸면서
오늘의 소소한 삶에 감사하면서 살기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