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S 시리즈를 올리기에 앞서” 에서 밝혔듯이 앞으로 계속 연재할 CIS 시리즈의 연속성 때문에 이미 올렸던 글을 몇 편 골라 올립니다.
구 소련이 엄청나게 큰 땅 덩어리 기에 독립된 CIS국가들을 순회 하려면 이 글에 소개되는 낡은 비행기를 목숨 걸고 타야 합니다.
이미 올렸던 글이라 시간적 오차가 있을 것 입니다.
이해 바람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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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일요일’ 아침이면 바삐 헐덕이는 시계 침 조차 느슨하게 움직이는듯한 여유로움이 있을 것이다 달콤한 늦잠과 함께…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집사람이 깨워댄다.
가양동 까르프 에서 메이커 의류세일을 하고 어제 803호가 갔다 왔는데 옷이 너무 좋아서 자기도 가야겠으니 좋은 옷 남들이 가져가기 전에 빨리 실어다 달라는 이야기다.
우리 남편들이 다 그렇듯이 결국 운전사 노릇을 해달라는 뜻인데……
전날 동창모임에서 30여 년 만에 만난 반가움 때문에 적지 않은 술을 마신 탓으로 머리를 싸 메고 침대를 뒹굴고 있는 내게 미안 했는지 내 옷도 한 벌 사야 하고 애들 옷 운운했으나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깡다구로 버티겠는가.
휴일 하루 종일 집안에 풍길 싸~한 분위기를 생각하면….
에구! 내 품 좀 팔면 오늘 하루가 평화로울 텐데….
그리고 집사람이 유일하게 잘하는 떡볶이(일반 떡복이와 달리 손이 많이 감) 를 부탁해볼까 싶어 속은 쓰리지만 최대한 고분고분한 표정으로 차를 몰았다.
가양동 까르프는 처음이다.
찾아가는 과정에서 길을 몰라 발산역 사거리까지 갔다.
물론! 이 대목에서 아주 침착하고 자연스러운 표정을 취해야 한다.
왜냐면 길 지나친걸 알면 그냥 넘어갈 집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쫑알쫑알….)
이건 다년간 결혼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나 만에 위기대처 방안이다. (내가 생각해도 눈물겹다 이놈에 ‘잔머리’…)
그러나 역시 집사람은 나보다 한 수 위였다.
“건희 아빠 지금 길 지나쳤죠?”
“길 지나치는 데는 선수야 선수”
“전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지나치구 도데체 무슨 생각을 하며 운전을 하는 거예요?”
(이 사건은 아마 죽을 때 까지 우려 먹을 것 으로 짐작된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 하겠다..)
더디어 집사람 잔소리가 터지려는 찰라....
6살 먹은 딸아이가(오~ 나에 구세주)
“엄마 아빠 저기 보세요 지붕 위에 비행가 올라가 있어요”
정말 카페건물 옥상에 헬리콥터와 소형 여객기가 올라가 있었다.
집사람
“어머 정말 그러네”
나 (살았다 싶어 무지 반색을 하며)
“야~~ 정말 아이디어 좋다 그치 그치! 장사 잘되겠는걸”
(에구! 인간아 인간아)
집사람
“건희아빠 ‘에어 카자흐스탄’ 이네요!”
(좀 전 일은 벌써 잊은 듯 하다. 하여튼 여자들이란~ 단순……ㅋ)
어쩐지 눈에 익은 CI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에어 카자흐스탄’이라고 선명한 로고가 써있었다.
카자흐스탄은 구 소련 에서 독립한 러시아를 비롯한 CIS(독립연합국가) 중 한나라 이며 나와는 러시아 다음으로 인연이 깊은 나라이다.
프랑스 월드컵 지역 예선’때 차범근 감독이 카자흐스탄 당시 수도인 ‘알마타’(지금은 수도를 ‘아스타나’로 옮겼음) 국립운동장에서 이 나라와 예선전 1대1일로 비길 때도 거기 있었고 다음해 프랑스 월드컵 본 선때 히딩크 감독의 ‘네들란드’팀 에게 5대0 으로 패 할때도 그 나라에서 TV 로 경기를 봤고 우리가 젊었을 때 우상인 대우 김우중회장과 ‘아마데우스’라는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는 영광도 그 나라에서 였고 또 임창열 경제기획원 장관이 IMF구제 금융을 신청한다는 암울한 뉴스도 그 나라에서 지켜봐야 했었다.
이런 일련에 사건들이 내가 그 나라를 방문 할 때마다 생겼었다.
그러니 보통인연이라 할 수 있겠는가.
당시 CIS 국가로 가려면 항상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가야 했었다.
급히 ‘알마타’로 가야 할 일이 생겼는데 모스크바를 경유하게 되면 최소2일 이상은 소요되기에 최단시간에 갈수 있는 비행기 노선을 고르고 있을 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알마타’로 직항하는 노선이 생겼다는 것이다.
우리 항공사가 아닌 그 나라 항공사인 ‘에어 카자흐스탄’이 취항 했다는 것이다.
반가웠다.
중앙아시아지역( 카자흐스탄. 키리기스탄.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 다음으로 공을 들였던 곳인데 항공길이 열리다니 비즈니스에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다.
항공권은 ‘가루다’ 라는 조그만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대행을 했다.
항공료도 무지 저렴했고 소형 여객기라 중간기착지에 연료를 재 공급 받아야 하며 11시간 소요라니 엄청난 시간 절약이다.
출발일 공항으로 갔다.
소형 이여서 케이트로 인한 탑승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계류지 구석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보는 순간….
‘뜰까?’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이 나왔음)
마치 우리 어린 시절 낙골에 영일버스가 처음 들어왔을 때 패차 직전의 그 보습을 보는 듯 했다
그래도 영일버스 회사 입장은 이해 할만하다.
비포장길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새 버스를 투입 하겠는가.
그런데 이건 국제선 비행기잖아, 그리고 우리나라 활주로 상태는 국제적인 수준이다.
바로 탑승거부하고 싶었다 당시는 총각 이였던 지라 최소한 장가는 가보고, 또 대는 이어놓고 죽어야 겠단 생각이 밀려왔다.
아~ 그러나 그 노무 “달러”($),
“달러”가 뭔지 두 눈 딱 감고 탑승했다.
그래도 일등석이라는 위안을 하며…
순간 또 한번 실망했다.
알맹이는 껍데기보다 더 심했다.
싯트는 담뱃불 자국에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안전벨트는 망가져있고 일등석이 이 정도면 일반석은….?
다시 갈등이 밀려왔다 뜨기 전에 내릴까?
그러나 또 한번 “달러”($)가 내 뒷덜미를 잡는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상하게 조종석 문을 닫지 않고 비행한다.
조종사 대화내용이 다 들린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아프다느니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느니 정말 뛰어 내리고 싶었다 차라리 저 소리 안 듣는 게 낮겠다 싶어 스튜디어스 에게 문을 닫아달라고 했더니…
씩~익 웃으며 커튼을 ‘쓰~윽’ 치고 간다.
자세히 보니 조종석에 문이 없다.
문을 여닫는 장석이 달려있는걸 보니 옛날엔 달려 있긴 있은 듯 했다.
정말 맨 정신으로 이 비행기를 더 타고 갈수가 없었다.
‘술’ 주문을 하려고 스튜디어스를 불렀는데 옛날 낙골 종점 다방 아가씨도 이 보다는 단정 했을 것이다.
빈자리에서 한 숨 자다가 왔는지 머리는 미친년 머리에 상추를 늘어놓은 듯 산발 머리에다가 블라우스 단추는 두 개정도 풀고 테이블에 술을 내려 놓는데 그 큰 가슴이 훤히 보일 정도였으니....
(이 비행기에서 유일하게 만족스러운 부분 이였음…^^)
‘서비스’ 서… 도 모르는 급조된 승무원들 이라는 게 역력해 보였다.
화장실은 두말하고 싶지도 않고, 기내식은 뭐든 잘 먹는 내가 손을 대지 않을 정도면 말 다 한 거다.
미친 듯이 깡술을 마시고 잠들어버렸다. 깨어보니 ‘알마타’에 도착해 있었다.
승객모두가 나와 같은 기분 이였는지 술이 덜 깨서 빨간 토끼 눈 으로 입국수속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이후 직원들에게 말했다.
절대! ‘에어 카자흐스탄’ 은 타지 말것.
혹시! 타게 되면 세탁직전의 트레이닝 복이나 작업복을 입고 만반에 준비(생명보험포함)를 하고 탈 것.
돌아 올 땐 다시는 ‘에어 카자흐스탄’을 타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는데….
몇 달 후 돌아올 때 또 타야만 했다. (돌아올 때 한국 공항 관계자들 뒤로 나자빠졌음)
CIS국가 이야기와 또 타야만 했던 이유는 다음기회에 올리겠다.
(여러분들 반응을 봐서…^^)
그나저나 ‘카자흐스탄’은 나랑 보통인연은 아닌 듯 하다 여기서 까지도 집사람 잔소리에서 해방을 시켜주다니.......후후
첫댓글 의외의 글과 내주위에 나와는 전혀 무관한 직업(?)을 가진이가 말하는 내용이 무슨 드라마나 가상의 단편소설을 읽는것 같아 잠깐 뻥~찌며 읽고 있네. 참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을 접할때마다 신기해서 더빨리 친구들을보고싶다.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내가 겪어보지못한 일들을 듣고 싶어서....
당하는 당사자는 황당했겠지만 읽는 나는 재미밌다,새롭고.../각양각색의 삶을사는 그리고 살고있는 친구들이지만 이렇게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으리/지금삶의 테두리에서 잠시라도 다른 세계의 글을 접할수 있게해줘서 고맙네/열심히 읽을테니 꾸준하게 올려봐!/그런데 친구얼굴이 생각나지 않는것이 미안하네..
음 나는 길 찾는데 도사인데....암튼 글의 구성이나 풀어나가는 솜씨가 소설가 뺨치네...기대된다 무찬아
..................그러게! 명숙이 생각과 동일하네. 다음편을 기대해야겠다.
다양한 경험은 능력이고 힘 인것같아 마음안에 담아진 재산이 물질에 힘보다 큰것 . 또 나누어 줘야 그 능력은 배!!
친구들아! 너무 과찬을 해줘서 몸 둘바를 모르겠다...^^ 처음이라 약간에 재미가 가미 되었지만 차츰 딱딱한 국제 정세로 흐르게 될꺼야...내가 제공하는 정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싶으이...
처음에 읽었을때는 그저 훑어 읽는 것에 지나지 않았었는데...흥미있네....색다른 체험속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겠지..ㅋㅋ 무찬이라는 친구? 기억은 못하겠지만...나름대로 글을 읽으면서 모습을 그려보기로했다..*^^* 다음 내용도 기대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