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9:22-33
찬송가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포악한 일을 갚되
오늘 본문은 한 때 서로의 욕망을 채워주는 관계로 굳건한 연대를 형성했던 아비멜렉과 그를 왕으로 추대한 세겜 사람들 사이에 분열이 발생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에게 등을 돌리고 외부인의 신분으로 세겜에 유입된 가알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아비멜렉에게 반기를 들게 됩니다.
다스린지 삼 년(22)
22.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삼 년에
22절은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다스린지 3년이 되었다고 증언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다스린 지”입니다. “다스린 지“라는 말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본문에 ”다스리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는 ‘사라르’입니다. 그런데 ‘사라르’는 왕의 통치 행위가 아닌 제후가 왕으로부터 한 지역을 분배받아 다스리는 것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본문에 왕의 통치를 나타내는 ‘말라크’가 사용되지 않고 제후의 다스림을 나타내는 ‘사라르’가 사용된 것은 아비멜렉의 통치 영역이 이스라엘 전체가 아닌 일부 지역에 국한되었다는 것과 그의 왕권이 정통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비멜렉은 자신의 형제 칠십 명을 죽이고 스스로 왕으로 등극한 사람입니다. 이런 악한 행위를 한 그가 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더욱이 그를 지지하고 있는 세겜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정과 신념에 의해 맺어진 관계가 아닌 서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맺어진 관계였습니다. 이런 관계는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언제든 깨질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지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았던 아비멜렉은 통치 영역을 넓혀 나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렇듯 아비멜렉이 통치한 삼 년은 많은 문제를 품고 있었지만 겉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의 통치 삼 년에 어두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비멜렉을 배반하였으니(23-25)
23.하나님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에 악한 영을 보내시매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하였으니 24.이는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명에게 저지른 포학한 일을 갚되 그들을 죽여 피 흘린 죄를 그들의 형제 아비멜렉과 아비멜렉의 손을 도와 그의 형제들을 죽이게 한 세겜 사람들에게로 돌아가게 하심이라 25.세겜 사람들이 산들의 꼭대기에 사람을 매복시켜 아비멜렉을 엿보게 하고 그 길로 지나는 모든 자를 다 강탈하게 하니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아비멜렉에게 알리니라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과의 연대는 오랜 기간 유지될 것 같았지만 세겜 사람들의 배반으로 그들의 관계는 끝나게 됩니다. 왜 세겜 사람들은 아비멜렉에게 등을 돌린 것일까요? 23절은 하나님께서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에 악한 영을 보내셨기 때문이라고 증언합니다. 악한 영이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에게 임하자 이들은 서로 불신과 다툼, 분열의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성경에 세겜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한 구체적인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악한 영이 그들 사이에 머물게 되자 이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도 큰 불편으로 느껴지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현실적 이해관계의 문제들로 서로 충돌하고 갈등이 심화되었을 것입니다. 개인이든, 가정이든, 사회든, 국가든 악한 영이 임하면 불신과 다툼, 분열이 발생하고 결국 서로 싸우다 종국에는 멸망하게 됩니다. 악한 영이 우리의 가정과 삶의 자리에 틈타지 않도록 늘 깨어서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이들에게 악한 영을 보내신 것일까요? 그 이유는 자신의 형제 칠십 명을 죽인 아비멜렉과 자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그를 도와 그의 형제들을 죽게한 세겜 사람들의 포학한 일을 갚기 위해서였습니다.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으로 이들의 불의한 연대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이들의 포학함을 공의의 심판으로 갚아 주셨습니다.
잠언 24장 19절, 20절은 “너는 행악자들로 말미암아 분을 품지 말며 악인의 형통함을 부러워하지 말라 대저 행악자는 장래가 없겠고 악인의 등불은 꺼지리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현장에서 악인들의 연대와 그 형통함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화가 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원망과 불평을 쏟아내기 쉽습니다. 그러나 “행악자는 장래가 없겠고, 악인의 등불은 꺼진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공의로 심판하시는 주님의 일하심을 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5절을 보면 아비멜렉을 불신하게 된 세겜 사람들 그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높은 곳에 사람들을 숨겨 두었습니다. 또한 아비멜렉이 거주하는 길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그를 만나러 가는 사람들의 돈과 물건을 빼앗았습니다. 아비멜렉의 통치에 위협을 주고부정적인 민심을 형성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몰의 후손을 섬길 것이라(26-29)
26.에벳의 아들 가알이 그의 형제와 더불어 세겜에 이르니 세겜 사람들이 그를 신뢰하니라27.그들이 밭에 가서 포도를 거두어다가 밟아 짜서 연회를 베풀고 그들의 신당에 들어가서 먹고 마시며 아비멜렉을 저주하니 28.에벳의 아들 가알이 이르되 아비멜렉은 누구며 세겜은 누구기에 우리가 아비멜렉을 섬기리요 그가 여룹바알의 아들이 아니냐 그의 신복은 스불이 아니냐 차라리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후손을 섬길 것이라 우리가 어찌 아비멜렉을 섬기리요 29.이 백성이 내 수하에 있었더라면 내가 아비멜렉을 제거하였으리라 하고 아비멜렉에게 이르되 네 군대를 증원해서 나오라 하니라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상황에 에벳의 아들 가알이라는 사람이 세겜으로 오게 됩니다. 이 사람은 선동가적 기질이 탁월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세겜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탁월한 선동가적 기질로 세겜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때마침 이 시기와 맞물려 세겜 사람들은 포도 수확을 기념하여 바알의 신당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포도주 잔치를 벌이게 됩니다. 이 잔치에서 가알은 포도주를 마시고 흥이 오를 때로 올라있는 세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동가적 기질을 발휘하여 그들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아비멜렉을 저주하는 발언을 합니다. 잔치는 순식간에 아비멜렉 규탄 대회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알은 아비멜렉을 싫어하는 세겜 사람들의 마음 잘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는 아비멜렉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추기는 두 가지 발언을 합니다.
첫째는 아비멜렉을 기드온의 아들로 부르지 않고 여룹바알의 아들로 지칭합니다. 기드온의 아들이 아닌 여룹바알의 아들로 지칭한 것은 여룹바알에 담긴 뜻 때문이었습니다. 여룹바알은 ‘바알과 다툰다’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당시 세겜 사람들은 바알과 다투기는커녕 바알 신앙에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포도 수확의 잔치를 바알의 신당으로 여겨지는 곳에서 진행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선동가적 기질이 있는 가알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가알은 바알 신앙에 빠져 있는 세겜 사람들에게 아비멜렉이 누구인지 상기시킵니다. 그는 “여룹바알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 아비멜렉이 바알의 원수인 것을 세겜 사람들에게 인식시킨 것입니다.
둘째는 아비멜렉을 섬기는 것보다 하몰의 후손을 섬기는 것이 더 낫다고 발언합니다. 하몰은 히위 족속의 사람으로 세겜 사람들의 조상이 되는 인물인데 그의 후손을 섬기라는 말은 세겜 사람들의 통치자는 아비멜렉이 아니라 세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아비멜렉의 외가 식구들은 세겜 사람이지만 아비멜렉은 세겜의 원주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세겜 사람들은 가알의 선동을 선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가알은 자신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을 대변해 주는 좋은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알은 선동가일 뿐이었습니다. 세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세겜 사람들이 들어야 할 말은 가알의 말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임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매복하였다가(30-33)
30.그 성읍의 방백 스불이 에벳의 아들 가알의 말을 듣고 노하여 31.사자들을 아비멜렉에게 가만히 보내어 이르되 보소서 에벳의 아들 가알과 그의 형제들이 세겜에 이르러 그 성읍이 당신을 대적하게 하니 32.당신은 당신과 함께 있는 백성과 더불어 밤에 일어나 밭에 매복하였다가 33.아침 해 뜰 때에 당신이 일찍 일어나 이 성읍을 엄습하면 가알 및 그와 함께 있는 백성이 나와서 당신을 대적하리니 당신은 기회를 보아 그에게 행하소서 하니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가알이 잔치 자리에서 세겜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그 성읍의 통치자인 스불에게 전해 집니다. 스불은 아비멜렉에 의해 세워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가알과 세겜 사람들의 반역에 대한 내용을 아비멜렉에게 전하고 그를 제거할 전략까지 제시합니다. 스불의 전략은 밤에 밭에 숨어 있다가 해가 뜰 때 성읍으로 와서 기습적으로 가알을 공격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악한 과정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맺어진 아비멜렉과 세겜의 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공의의 하나님께서 악한 자들의 연대는 반드시 심판하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대에 팽배해 있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라는 식의 그릇된 생각과 분명 잘못된 길임에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악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악한 연대가 아닌 정의와 사랑의 연대를 형성하여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는 일에 서로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매 순간 이기신 주님을 바라보고, 우리에게 허락하신 삶의 자리에서 늘 기도하고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지 않고 자기 소견에 좋은 대로 살았던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나님 없이 살던 그들의 삶은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삶이었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악을 행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의 삶의 모습을 부러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우리는 하나님을 우리의 왕으로 모시고 주님의 뜻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시고, 선을 행함으로 주님의 선하심을 드러내는 은총의 삶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무엇인지 묵상해 봅시다.
2. 하나님께서 아비멜렉과 세겜 사람들에게 악한 영을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묵상해 봅시다.
3.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악한 일을 볼 때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 생각해보고, 그리스도인으로 우리는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할지 묵상해 봅시다.
4. 세겜 사람들은 선동가적 기질이 있는 가알의 말을 듣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그의 말은 좋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삶 속에서 제거해야 하는 가알의 말은 무엇인지 묵상 해 봅시다.
(작성: 정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