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공장 문닫을 수 있다" 사측, 노조와 타협 거부
"줄어든 임금 보전해달라" 勞는 '無노동 有임금' 주장
지난달 28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공장 중문(中門) 앞에 조합원 100여명이 대열을 이뤄 서 있었다. 빨강·노랑·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세 그룹으로 나뉜 채 말없이 도열해 있는 이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2일로 예정된 노조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세 명의 위원장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오전반(오전 6시30분~오후 2시30분 근무) 작업자 퇴근과 오후반 작업자 출근시간에 맞춰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파업과 태업을 계속해온 금호타이어노조(민주노총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지난달 27일부터 7일간 파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노조위원장 선거운동 기간만큼만 정상 조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장 안은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였다. 72대의 타이어 성형기 가운데 가동 중인 기계는 3대에 불과했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작업 할당량을 오전에 마친 뒤 휴게실에서 쉬고 있었다. 근로자측이 하루 작업 할당량을 낮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장 관계자는 "생산직의 반발로 작업 할당량은 사측의 요구보다 훨씬 낮게 설정돼 있다"며 "대부분 근로자들은 오전 11시 점심시간 이전에 할당량을 다 채운다"고 말했다.
회사는 작업을 일찍 마친 근로자들이 조기 퇴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입문을 오후 2시30분까지 닫아놓고 있다. 금호타이어 박창민 노무기획팀장은 "빨리 퇴근하려고 일을 서두르면 불량률이 높아지고 산업재해 발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퇴근시간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 ▲ 거리로 나온 금호타이어 노조… 금호타이어 노조가 지난달 26일 광주 금남로에서 사측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으로 파업 중단을 선언했지만,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보전을 요구하면서 여전히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뉴시스
◆억대 연봉자가 5%
3개월째로 접어든 금호타이어의 노사 분규는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불리기도 한다. 회사가 거액 적자를 내는데도 노조측이 강경 파업을 계속하고 있어 적자액이 눈덩이처럼 부푸는 악순환에 빠져 있고, 이로 인해 공장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에 회사측은 예년과 달리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은 이날 관리직원들과의 워크숍에서 "이번만큼은 노조와 타협하지 않는다"며 "광주공장의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올해 48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조에 더 밀리면 광주공장뿐 아니라 회사 전체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1960년 광주에 공장을 세운 금호타이어는 호남의 대표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2003년을 마지막으로 광주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채용을 중단했다. 이후 매년 평균 100명 정도씩 정년퇴직을 통해 자연 감소를 시키고 있다. 이 기간 금호타이어는 중국과 베트남의 현지공장에서 생산량을 늘려 현재는 국내 생산과 해외 생산이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기철 상무는 "광주공장 때문에 회사 전체가 공멸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금을 인상하면 당장 위기는 모면하겠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모태(母胎)인 광주공장은 고임금 구조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금호타이어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지출은 총 4960억원으로 매출이 엇비슷한 업계 1위 한국타이어보다 68% 더 많다. 금호타이어 공장 중에서도 광주공장의 제조 원가는 1㎏당 4200원으로 중국 난징(南京) 공장의 2970원보다 40% 이상 높다.
금호타이어는 노조의 잇따른 파업으로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몇년 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한국타이어에 내줬다. 금호타이어노조는 2001년 이후 2005·2007년 두 해를 빼놓곤 계속 파업을 벌였다.
금호타이어 생산직 근로자 임금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금호타이어의 국내 공장 3곳(광주, 전남 곡성, 경기 평택)에서 근무하는 생산직 4278명의 평균 연봉은 7135만원으로 일반 관리직의 평균 연봉(4881만원)보다 2254만원 더 많다. 생산직 근로자 중 1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사람은 전체의 4.9%인 209명, 8000만~1억원의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은 25.7%인 1100명에 달했다.
이는 생산직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고, 관리직은 노조원이 아니기 때문에 생긴 차이다.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이 16년(평균 연령 43세)으로 관리직 평균 근속 9년(평균 연령 35세)보다 높다곤 해도 너무 큰 격차다. 2006년 이후 계속 적자를 보는 회사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공장 관계자는 "광주에선 '금호타이어 생산직엔 딸을 줘도 관리직엔 딸 못 준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무노동 유임금' 주장
당초 7.5%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던 노조는 지난달 25일 사측과의 협상에서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정기 호봉 승급과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무(無)노동 유(有)임금'을 주장하는 것이다. 노조는 판매량 감소로 작년 말부터 휴일·연장근로가 폐지되면서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인건비 부담이 20% 이상 늘어난다며 거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호황기에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했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 적자가 2200억원에 달했고, 올해 전체로는 4800억원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중 노조의 파업에 따른 매출 손실만 1120억원에 달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 전임 경영진의 판단 착오도 경영위기에 일조했다고 본다. 금호타이어는 실패로 끝난 대우건설 매입에 5000억원을 투자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경기 예측을 잘못해 미 조지아주에 총 1억6000만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을 추진했다가 작년 말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런 경영 잘못에 따른 적자 책임을 왜 노동자들에게 돌리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공장 안에는 노조가 설치한 '구조조정 철폐' '경영진 총사퇴' 등이 적힌 빨강과 노란색의 깃발들이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보행자 통로 양편으로 길게 늘어선 깃발들의 물결이 마치 거대한 무속(巫俗) 전시관 같았다.
첫댓글 서민의 입장에서보면 크게 잘못된 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