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귀나무
뒷동산 언덕배기 끝자락에
외로이 우뚝 솟은 자귀나무 한 그루
울타리 너머로 고개 내밀어
푸른빛 가득한 세상 구경하더니만
오월 단오 지나면서
산새 우는 이른 아침에
연붉은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어디선가
새까만 나비 한 쌍 날아와
솜털처럼 가녀린 연분홍 꽃잎에 앉아
떨어지지 않으려 나래짓하니
만남의 아름다움 극치를 이루면
이 장면 놓칠세라 카메라에 담을 때
몰래 숨어 구경하던 다람쥐 한 쌍
찰깍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어디론가 쏜살같이 도망치네.
내 어깨 위에 기대오던 님의 향기
밤 사이 산언덕에 머물더니
초록빛 유월의 꿈동산에
그 고운 몸을 날리고
가슴 조이고 애태우는 마음도 잊은 채
느긋한 기다림만 남겨 놓고
어느새 꽃잎은 지고 씨방이 맺혔습니다.
금슬 좋은 부부로 사랑받는 자귀나무
누구인가 꿈동산에 심었으니
여기를 오가는 모든 사람들
향긋한 꽃향기 마음껏 마시며
그 정기 이어받아
오래 오래 오손 도손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세요.
사랑하는 자귀나무야!
우리 서로 사랑하는 동안
작은 잎 수백 개 모여
부채 살 같은 행복 동산 만들면서
아름다운 미래를 열어가는
살기좋은 공정한 나라 만들어 보자.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즐길 때 지은 글입니다.
옛날 중국에 우고라는 사람이 조씨 성을 가진 부인과 살았다고 한다.
단오가 되면 자귀나무 꽃을 따서 말린 후 그 꽃잎을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가 남편이 우울해하거나 불쾌해하는 기색이 보이면 말린 꽃잎을 조금씩 꺼내어 술에 넣어 마시면 그 술을 마신 남편은 곧 편한 잠과 더불어 전과 같이 명랑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귀나무는 금슬 좋은 부부에 비유되며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귀한 나무가 오랫동안 뒷동산에 홀로 우뚝 서서 향기를 발산하며 우리를 지켜 주었지만 아무도 그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여기에 무명의 글을 남깁니다.
첫댓글 자귀나무꽃에는 검은 큰 나비가 많이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네유~~~
글쎄요.
아주 크고 복스러운 검은나비가
숨박꼭질 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답니다.
너무 고와서
좋은 곳에서 아름다운 나무 꽃과
정감가는 글과
돌아보면 지금도 행복
요즘에 한창 피고있지요
한강변 둑방에서도 볼수 있구요.
남편왈, 자귀나무잎을 소가 아주 좋아한대요
소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해서
소쌀밥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