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에 단 비처럼"
- 대구교구 상인성당, 노아의 방주 반 서미경 카타리나 -
“이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요한복음 4장 14절)
세상 살면서 겪는 작은 풍파에도 쉽게 흔들리고, 때론 작은 바위나 암초에도 이리저리 부딪치고 이내 이겨내지 못하는 작은 나룻 배와 같았던 삶이, 불혹이라는 마흔의 나이에도 나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있었던 작년 3월, 우연히 아니 아주 오래 전에 정해져 있었던 듯이 그 3월의 어느 날 나는 아파트 상가에서 뵙게 된 한 자매님의 인도로 성당 교리를 듣게 되었고 7월에 세례를 받게 되었다. 몇 달 교리를 들으면서도 신앙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생기지 않은 채, 하느님에 대한 ‘무지’가 가져다주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교리 담당 수녀님과 면담을 거쳐 내가 생각하는 믿음이라는 것이 온전히 내 생각과 판단에서 온 인간적인 기준에서 비롯된 오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례를 받고 부터는 이런 사사로운 생각들을 하지 않으려 애를 쓰며, 신영세자로서의 열정의 반짝임에 미사도 정성껏 드리고 성체도 자주 모시려 노력하였다. 그러던 중 수녀님의 권유로 성서 백주간을 부담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느님을 믿고 그분의 자녀가 되었지만 그분의 말씀도 가르침도 모르고는 미사만 죽어라 다녔으니..... 속은 비고 겉만 주렁주렁 교만을 달 뻔했던 나에게 일깨움을 주시는 대 사건(?)이었다. ‘ 일단 시작하고 보자! 해보고 힘들면 그만두어도 되지 않나??’ 요런 얄팍한 계산도 물론 함께였던 시작이지만 백주간은 메마른 땅에 내려주시는 단비가 되었다.
의지가 약한 나에게 어언 17개월 60차를 넘는 모임 시간은 분명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 은총의 시간이었다. 아직도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백주간 모임 전날 부랴부랴 밀린 성경 읽기와 부족한 묵상으로 자주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시간들을 갖기도 하지만 이 또한 아무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약한 인간이기에 아버지께 감히 기도로 청하게 한다.
"저희에게 가장 필요한 모든 것을 기쁜 맘으로 주시는 하느님!
당신의 말씀을 끝까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도록 저의 눈과 귀를 열어 주 시고 함께 당신말씀을 알아 가고 있는 저희 노아의 방주 반이 항상 당신의 평화와 자비 안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아직 비신자이긴 하지만 많은 이해와 양보로 제가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남편과 엄마와 함께 미사 드리러 오는 길을 불평과 큰소리 없이 잘 따라와주는 아들들에게 항상 주님의 자비와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당신 뜻이 언제나 저희 가정에 함께하기를, 당신 사랑이 저희에게 비추어지기를 두손 모아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