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빨래해 놓고, 도서관으로 왔다. 점심으로 짜장면을 사 먹고, 편의점에서 빽다방 황금라떼를 샀다. 도서관에서 법정스님을 조금 읽고 나니 지루해져, 공원에 나가서 철봉에도 매달리고, 팔굽혀 펴기 등 간단한 운동을 했다. 그러고 나서도 난 다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막막함에 빠졌다.
마음이 힘들도록 그동안 혼동되게 살아와서, 지금 난 우왕좌왕하는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시간이 내겐 정상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글을 읽었다. 이 글이 나에게 대단한 용기를 주었다. 사람은 결국 살다가 언젠가는 죽는다. 이 사실보다 분명한 것은 없고, 언제 죽든 이 순간을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난 완벽주의가 있다. 성인아이로서 어린 시절을 살아와서, 아이 시절 자체가 나에겐 없었다. 그래서 사춘기를 겪지 못했고, 나이가 마흔이 넘어 사춘기를 경험하는 듯하다. 열등감도 나에게 뿌리 깊게 있어, 난 대단한 성취를 이루려 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도 엄청 큰 것 같다.
내가 법정스님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나의 혼란스럽고 복잡한 마음을 달래주기 때문이다. 스님은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 것을 이야기하신다. 난 내 마음의 욕심을 많이 비웠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이것이 잘 진행되지 않는 모양이다. 태국의 아잔 차 스님은 ‘완전히 내려놓으면, 완전한 자유와 평화를 얻게 되고, 그때 세상과의 싸움은 끝난다.’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이성과의 연애인 것 같다. 그만큼 내 안에 결핍되었던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이것은 나만의 주제가 아니고, 많은 사람의 욕망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애정이 결핍된 채로 성장한 것이다. 좋은 연애는 혼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고, 그 자체에 만족할 때 찾아온다 했다. 현재 난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생각하니, 요즘에는 뭐든 천천히 하면 될 것 같다. 책을 보다가 지치면, 밖에 나가서 조용히 산책하며 바람도 쐬고 들어오면 되겠다. 지금 내게 바쁜 일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나의 내면 아이는 어린 시절의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해, 뭐든 조급해하는 것 같다.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그저 하나씩 천천히 하자. 그러면 이것이 나의 하루가 되고, 정체성이 되어 갈 것이다.
마음이 안정이 안 될 때는, 조용한 곳을 산책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햇볕을 쬐고 많이 걷는 게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좋다고 했다. 결국, 나의 현재 생활이 안정이 안 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남들처럼 여유 있게 주말을 보내지 못하는 듯하다. 사람들은 등산하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주말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그저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여유 시간을 보내면 충분하다.
결국, 이 글을 쓰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나의 상처 받은 내면 아이를 다독여주는 일인 것 같다. 그 아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성인 자아가 잘 보살펴주면 좋겠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고, 아이의 마음에서 이제 어른의 마음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기도 하겠다. 지금의 난 성장통을 앓고 있는 듯하다. 예전에 겪어야 할 것을 시기를 놓쳐, 중년이 되어서 어른 의례를 통과하는 느낌이다.
지금 내가 와 있는 곳은 먼 곳에 멋진 봉우리도 보이고, 풍경이 좋다. 공원도 있어 나가서 고요히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보고 싶은 책을 읽다가, 지치면 나가서 풍광을 즐기며 걸으면 된다. 지금 내게 무엇이 부족하기에, 마음이 이리 바쁠까 싶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가 빠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겪는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할 것 같다.
각 시대는 장단점이 있어, 예전에는 정체성 문제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적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앞선 세대의 가치를 이어받아 살면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때는 억압적이고 인습을 그저 따라야 했을 것이다. 반대로 현대인은 자유롭고 풍요로워졌는데,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로 인생을 살아가는 정신적 빈곤 상태에 빠졌다.
김신웅 심리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