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진의 숲 카페》
## 제17화 - 4
### 가장 늦게 도착한 사진
일주일 뒤.
첫눈이 소리 없이 내렸다.
소진의 숲 카페 앞마당도 하얀 눈으로 천천히 덮여 가고 있었다.
난로 위 주전자에서는 김이 피어오르고,
지영은 창문에 내려앉은 성에를 손바닥으로 살며시 닦아냈다.
그때,
딸랑.
익숙한 풍경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팔십의 할머니가 환한 얼굴로 들어왔다.
지난번보다 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사진이 나왔어요."
봉투를 꼭 끌어안은 모습은
손주에게 받은 선물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설레 보였다.
소진은 따뜻한 국화차를 내오며 맞은편에 앉았다.
할머니는 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두꺼운 사진 인화지 한 장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속에는 세대가 모두 함께 서 있었다.
가운데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할머니.
양옆에는 세 자녀.
뒤에는 사위와 며느리.
앞줄에는 손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누구 하나 억지로 웃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피어난 웃음이었다.
한참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소진도,
지영도,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할머니는 사진 한쪽을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사진을 보니까..."
"이상하게 영감 얼굴도 보이는 것 같아요."
소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아버님이 찍어 주셨던 사진들이 있었으니까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우리 가족 사진을 찍어 준 사람이었는데."
"정작 자기만 없더라고요."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던 할머니가 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영감도 우리 마음속에서 함께 웃고 있을 거예요."
---
그날 오후.
큰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이번 설에는 제가 먼저 내려갈게요."
둘째 딸도 전화를 했다.
"엄마, 다음 달에도 아이들 데리고 갈게."
막내아들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부모님 방에 걸었다.
그리고 손주들은 휴대전화 배경화면을 모두 그 가족사진으로 바꾸었다.
사진 한 장이
가족들의 시간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
며칠 뒤.
소진은 마을을 걷다가 은하 사진관 앞을 지나게 되었다.
사진관 주인은 창가에서 액자를 닦고 있었다.
소진을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 가족 말입니다."
"사진을 찾아가면서 다들 한참을 웃다가 갔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사진사는 부드럽게 웃었다.
"오십 년 넘게 사진을 찍었지만."
"좋은 사진은 기술로 만드는 게 아니더군요."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사진을 완성합니다."
소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날 저녁.
카페 창밖에는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소진은 노트를 펼쳐 조용히 오늘의 이야기를 적었다.
**'사진은 얼굴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바라보던 마음을 남긴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변하지만, 사랑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오래도록 우리를 기다려 준다.'**
노트를 덮은 소진은 창가에 놓인 가족사진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어쩌면 행복이란,
거창한 순간이 아니라
**미루지 않고 함께 남긴 한 장의 추억**인지도 몰랐다.
창밖의 첫눈은 소리 없이 계곡을 하얗게 덮어 갔다.
그리고 소진은 따뜻한 국화차를 한 모금 마시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지만, 사랑은 사진 속 미소를 닮아 오래도록 남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