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67회 ― 우리들의 청춘
1979년 12월.
전국 대학 패션 공모전이 끝난 지 사흘.
도윤이 실습실 문을 활짝 열며 외쳤다.
"오늘!"
"회식이다!"
학생들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요?"
도윤이 활짝 웃었다.
"우리의 성지."
"동대문!"
순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강인도 피식 웃었다.
"또?"
"당연하지."
"우리 청춘은."
"동대문에서 시작됐잖아."
저녁 무렵.
동대문 원단시장.
낮의 북적임은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상인들의 목소리가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강인은 익숙한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여기."
"처음 왔던 곳."
은별이 물었다.
"선배."
"여기서도 흥정했어요?"
도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아니다."
"강인은 흥정 못 했다."
모두의 시선이 강인에게 향했다.
강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때.
익숙한 원단가게 사장이 학생들을 알아봤다.
"어?"
"우리 학생들!"
"또 왔네!"
강인이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은 강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신문에서 봤다."
"공모전 대상."
"축하한다!"
학생들이 함께 박수를 쳤다.
강인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감사합니다."
사장이 크게 웃었다.
"예전엔."
"가격도 못 깎던 학생이."
"이제 대한민국 대표가 다 됐네."
도윤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때는."
"은별이가 흥정왕이었죠."
은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자신 있어요."
시장 사람들까지 웃음이 번졌다.
학생들은 자주 가던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랜만이다!"
"오늘은 무슨 좋은 일?"
도윤이 가슴을 활짝 폈다.
"우리 강인이."
"전국 대상 받았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정말?"
"축하해야지!"
잠시 뒤.
커다란 만두 한 접시가 서비스로 나왔다.
"이건."
"내가 쏜다."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감사합니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도윤이 잔을 들었다.
"건배 전에."
"추억 하나씩 말하기."
재민이 웃었다.
"선배 먼저."
도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처음 동대문 왔을 때."
"길을 잃었다."
강인이 바로 말했다.
"두 시간."
학생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은별도 손을 들었다.
"저는."
"첫 흥정 성공."
"천 원 깎았어요."
수진이 웃었다.
"아저씨가."
"은별 말솜씨에 졌지."
다정 차례.
"저는..."
"시장에서 길 잃어버렸어요."
도윤이 웃었다.
"시장 방송."
"'최다정 학생.'"
"'일행이 찾고 있습니다.'"
다정은 얼굴을 붉혔다.
"선배!"
학생들은 또 한 번 폭소했다.
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처음 강인 선배 패턴을 보고."
"'사람이 저렇게도 재단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강인은 조금 민망한 듯 웃었다.
"지금은."
"거의 따라왔잖아."
준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잠시 후.
미송과 소희.
현우와 세나도 합류했다.
도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진짜 완전체!"
현우가 웃으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
은별이 대답했다.
"동대문 추억이요."
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강인이."
"처음 원단 고르던 날 기억나."
미송도 웃었다.
"말은 한마디도 안 하고."
"원단만 계속 만지고 있었잖아."
강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랬나?"
도윤이 크게 웃었다.
"그때부터."
"원단이랑 대화했지."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식사가 끝날 무렵.
김태석 교수와 이영숙 교수도 잠시 들렀다.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태석 교수가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수고했다."
도윤이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
"한잔하시죠."
김태석 교수가 미소를 지었다.
"좋다."
"오늘만."
학생들이 모두 잔을 들었다.
김태석 교수가 천천히 말했다.
"대상도."
"패션쇼도."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
학생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오늘 함께 웃는 사람들은."
"평생 남는다."
실내가 조용해졌다.
미송은 강인을 바라보았고,
소희는 도윤을 바라보았다.
현우와 세나도 서로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은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자신들도 이런 날을 맞이하리라 꿈꾸었다.
식당을 나와 모두 함께 동대문 원단시장 골목을 걸었다.
겨울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했다.
강인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처음 이곳에 왔던 날.
원단 하나 사는 것도 어려웠던 자신.
미송을 몰래 바라보기만 했던 자신.
도윤과 함께 길을 헤매며 웃었던 시간.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미송이 조용히 그의 곁에 섰다.
"무슨 생각해?"
강인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참 많이 걸어왔네."
미송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아직도 갈 길이 멀어."
강인이 손을 내밀었다.
미송은 말없이 그 손을 잡았다.
멀리서 도윤이 소희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도."
"계속 같이 걷자."
소희도 미소로 대답했다.
그 겨울밤.
동대문의 불빛 아래에는
꿈을 향해 달려온 청춘들의 웃음이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
― 제67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