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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7화 ― 「혼인반지 안쪽의 이름」
주일 교중미사가 끝난 오후.
은솔성당 안에는 아직 몇몇 교우가 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김맑음 신부가 제의방으로 들어간 뒤, 최병철은 평소처럼 성당 안을 한 바퀴 돌며 분실물이 없는지 확인했다.
맨 뒤쪽 의자 아래.
무언가가 희미하게 반짝였다.
“이게 뭐지?”
최병철이 허리를 숙였다.
손바닥 위에 올라온 것은 오래된 금반지 하나였다.
화려하지 않은 평범한 반지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한 듯 표면에 잔잔한 흠집이 가득했다.
“혼인반지 같은데.”
때마침 옆을 지나던 김하늘이 다가왔다.
“보여주세요.”
“떨어뜨리지 마.”
“저 안 떨어뜨려요.”
하늘이 반지를 받아 창가 쪽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눈을 크게 떴다.
“사무장님.”
“왜?”
“여기 이름이 있어요.”
“이름?”
하늘이 천천히 읽었다.
**‘정미숙 · 1987. 5. 16.’**
최병철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때 성당 안으로 들어오던 오미자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정미숙?”
그녀가 반지를 확인했다.
“정미숙 세실리아 아니에요?”
은솔성당 교우 정미숙.
예순여섯 살.
십수 년째 은솔성당에 다니며 성가대와 제대회 봉사를 해온 사람이었다.
오미자가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네.”
“뭐가요?”
“미숙 씨는 혼자 살잖아요.”
최병철이 즉시 말했다.
“혼자 산다고 결혼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그렇지만…….”
최병철은 반지를 작은 봉투에 넣었다.
“우선 본인에게 확인하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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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반지가 아닙니다”
그날 오후.
정미숙이 사제관 응접실로 찾아왔다.
단정한 회색 재킷을 입은 여성이었다.
김맑음 신부가 작은 상자를 그녀 앞에 놓았다.
“오늘 성당에서 발견됐습니다.”
상자가 열렸다.
반지를 보는 순간—
정미숙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김맑음 신부는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아시는 반지입니까?”
정미숙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다 말했다.
“아니요.”
“안쪽에 이름이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반지를 그녀 쪽으로 돌려놓았다.
**정미숙 · 1987. 5. 16.**
정미숙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말했다.
“제 반지 아닙니다.”
“하지만 이름이…….”
정미숙이 김맑음 신부를 바라봤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신부님, 저는 결혼한 적이 없어요.”**
김맑음 신부가 천천히 안경을 고쳐 썼다.
“그렇군요.”
그뿐이었다.
캐묻지 않았다.
오히려 반지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럼 분실물로 보관하겠습니다.”
정미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앞까지 간 그녀가 잠시 멈췄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김맑음 신부는 닫힌 문을 바라봤다.
그때 옆방에서 최병철이 얼굴을 내밀었다.
“신부님.”
“예?”
“거짓말 같지 않습니까?”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저었다.
“정미숙 씨는 결혼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반지에는 이름이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거죠.”
“그럼 거짓말 아닙니까?”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사무장님.”
“예.”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혼인반지는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최병철의 입이 다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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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존재하지 않는 혼인미사
한서윤이 옛 본당 기록을 확인했다.
1987년 5월.
은솔성당 혼인미사 기록.
하지만—
**5월 16일 정미숙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정말 없어요.”
서윤이 기록을 다시 넘겼다.
“그날 혼인미사가 한 건 예정되어 있기는 했어요.”
“누구였습니까?”
“신랑은 박재훈.”
김맑음 신부가 고개를 들었다.
“신부는요?”
서윤이 이상한 표정으로 기록을 보여주었다.
신랑 이름은 선명했다.
**박재훈.**
그런데 신부 이름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검은 줄이 그어져 있었다.
김하늘이 물었다.
“누가 지운 거예요?”
“그건 모르겠어.”
서윤이 확대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오래전에 지운 건 맞는 것 같아.”
김맑음 신부가 기록을 한참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혼인미사는 실제로 있었습니까?”
“취소됐어요.”
“언제요?”
“당일.”
방 안이 조용해졌다.
오미자가 입을 열었다.
“결혼식 날 취소됐다고요?”
“예.”
“왜?”
서윤이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기록에 없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안경을 고쳐 썼다.
**1987년 5월 16일.**
혼인미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신랑은 박재훈.
신부의 이름은 지워졌다.
그리고 거의 사십 년 뒤—
그 날짜와 정미숙의 이름이 새겨진 혼인반지가 성당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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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박재훈
박복례는 이름을 기억했다.
“박재훈?”
그녀가 잠시 생각하다가 손뼉을 쳤다.
“알지.”
“아세요?”
“옛날에 은솔우체국에서 일하던 사람이잖아.”
“지금도 은솔에 있습니까?”
“아니. 오래전에 떠났지.”
박복례는 그 시절을 기억했다.
박재훈은 당시 스물아홉.
정미숙은 스물일곱.
두 사람은 같은 성당 청년회에서 만났다.
“둘이 결혼한다는 말이 있었어요?”
김맑음 신부가 묻자 박복례가 대답했다.
“있었지.”
모두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정미숙 씨가 신부였던 겁니까?”
“아마도.”
“그런데 왜 혼인이 취소됐습니까?”
박복례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몰라.”
그리고 단호하게 덧붙였다.
“그때도 안 물었고 지금도 함부로 말하면 안 돼.”
오미자가 입을 다물었다.
김맑음 신부가 미소 지었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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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반지의 흠집
김하늘은 반지를 사진으로 확대해 보고 있었다.
“신부님.”
“왜?”
“이것 좀 보세요.”
반지 바깥쪽에는 긴 흠집이 하나 있었다.
단순한 생활 흠집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에 반복해서 닿은 흔적이었다.
장태식이 반지를 살펴봤다.
“오래 찬 반지입니다.”
“손가락에요?”
“그렇겠죠.”
“그런데 정미숙 씨는 자기 반지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정미숙 씨의 반지가 아니라는 말은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늘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이 반지를 낀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겠죠.”
최병철이 말했다.
“박재훈?”
김맑음 신부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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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다시 나타난 남자
며칠 뒤.
은솔성당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단정한 남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분실물 때문에 왔습니다.”
최병철이 물었다.
“어떤 물건입니까?”
남자가 잠시 망설였다.
“반지입니다.”
최병철의 표정이 달라졌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남자가 말했다.
**“박재훈입니다.”**
그날 오후.
김맑음 신부와 박재훈은 사제관에서 마주 앉았다.
반지를 보여주자 박재훈은 바로 알아봤다.
“제 겁니다.”
“안쪽에는 다른 분 이름이 있습니다.”
“압니다.”
“정미숙 씨 이름입니다.”
박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새겼으니까요.”
김맑음 신부가 조용히 물었다.
“1987년 5월 16일.”
박재훈의 시선이 반지에 머물렀다.
“저희가 결혼하기로 했던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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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결혼식 하루 전
1987년.
정미숙과 박재훈은 혼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성당 예약도 끝났다.
청첩장도 돌렸다.
반지도 맞췄다.
하지만 혼인 하루 전—
박재훈의 집에 문제가 생겼다.
재훈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작은 공장이 부도를 맞았다.
빚쟁이들이 집으로 찾아왔다.
집과 공장이 모두 넘어갈 상황이었다.
재훈은 결혼하면 그 빚과 책임을 미숙에게까지 지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결정했다.
**결혼을 취소하기로.**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정미숙 씨와 상의하지 않으셨습니까?”
박재훈이 고개를 숙였다.
“안 했습니다.”
“왜요?”
“그때는 그게 미숙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혼인 전날 밤.
재훈은 미숙을 만나 말했다.
“결혼 못 하겠다.”
미숙은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재훈은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잔인한 말을 했다.
**“마음이 변했어.”**
그 한마디면 미숙이 자신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혼인미사는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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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지워진 이름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기록의 신부 이름은 누가 지운 겁니까?”
박재훈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닙니다.”
확인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 혼인 담당을 도왔던 은퇴한 교우가 기억하고 있었다.
혼인이 취소된 다음 날.
정미숙이 직접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리고 부탁했다.
**“제 이름을 지워주세요.”**
완전히 지워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그녀의 부탁을 받아 검은 줄을 그었다.
“왜 그런 부탁을 했을까요?”
김하늘이 묻자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아마 이름이라도 남아 있으면 계속 그날로 돌아가게 될 것 같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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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반지를 버리지 못한 사람
박재훈은 은솔을 떠났다.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여러 지역을 돌며 일했다.
십 년 가까이 걸렸다.
그동안 미숙에게 편지를 몇 번 썼지만 보내지 못했다.
“다시 찾아갈 생각은 없으셨습니까?”
“있었습니다.”
“그런데요?”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잠시 웃었다.
“요즘 그런 말씀을 자주 듣네요.”
박재훈이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신부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결혼은 하셨습니까?”
박재훈이 고개를 저었다.
“안 했습니다.”
“왜요?”
“그건…… 제 선택이었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더 묻지 않았다.
다만 반지를 바라봤다.
“이 반지는 왜 계속 끼고 계셨습니까?”
박재훈이 씁쓸하게 웃었다.
“제가 만든 약속이니까요.”
“취소된 약속인데요.”
“그래도 제가 먼저 버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는 반지를 오른손에 끼고 살아왔다.
혼인반지가 아니라—
자신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한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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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왜 성당에 왔습니까
김맑음 신부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런데 박재훈 씨.”
“예.”
“왜 지금 은솔성당에 오셨습니까?”
박재훈은 한참 대답하지 않았다.
“정리하려고 왔습니다.”
“무엇을요?”
“이 반지를요.”
그는 몇 달 전 큰 수술을 받았다.
생명의 위험이 있었던 수술은 아니었지만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도 반지만은 버리지 못했다.
결국 은솔성당으로 가져왔다.
결혼하기로 했던 바로 그곳에.
“반지를 놓고 가면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찾으러 오셨군요.”
박재훈이 웃었다.
“막상 놓고 가니까…….”
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 사람의 이름까지 버리고 온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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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정미숙의 진실
김맑음 신부는 정미숙에게 박재훈이 돌아왔다는 사실만 전했다.
만나라고 권하지 않았다.
용서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정미숙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물었다.
“왜 돌아왔대요?”
“반지를 찾으러 왔습니다.”
“그 반지를 아직도 갖고 있었어요?”
“예.”
정미숙이 창밖을 바라봤다.
“바보네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정미숙이 피식 웃었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신부님.”
“예.”
“저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무엇을요?”
“그 집이 망한 거.”
김맑음 신부가 놀랐다.
“그때 알고 계셨습니까?”
“결혼이 깨지고 며칠 뒤에요.”
동네가 작았다.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미숙은 재훈이 왜 거짓말했는지 금세 알았다.
“찾아가실 수도 있었잖아요.”
“화가 났어요.”
“재훈 씨가 거짓말해서요?”
정미숙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한테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아서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가난해도 같이 살지, 빚을 같이 갚을지, 아니면 정말 헤어질지…… 그건 둘이 결정할 일이었잖아요.”
김맑음 신부는 말없이 들었다.
“그 사람은 혼자 결정하고는 그게 저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미숙이 웃었다.
“그게 제일 미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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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서른아홉 년 만의 만남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사흘 뒤였다.
은솔성당 마당의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
김맑음 신부는 두 사람만 남겨두고 멀찍이 물러났다.
박재훈이 먼저 말했다.
“미숙아.”
정미숙이 그를 바라봤다.
“늙었네.”
박재훈이 웃었다.
“너도.”
“나는 덜 늙었어.”
두 사람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러나 곧 침묵이 찾아왔다.
박재훈이 말했다.
“미안하다.”
정미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내가 널 지켜준다고 생각했어.”
정미숙이 대답했다.
“알아.”
박재훈이 놀랐다.
“알았어?”
“며칠 뒤에.”
박재훈의 얼굴이 굳었다.
정미숙이 말했다.
“그래서 더 화났어.”
“왜?”
“왜 나한테 안 물었어?”
박재훈은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빚 있는 집에는 절대 시집 안 간다고 했어?”
“아니.”
“가난하게는 못 산다고 했어?”
“아니.”
“그런데 왜 당신 혼자 결정했어?”
박재훈의 눈이 붉어졌다.
“겁났어.”
정미숙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나도 겁났어.”
두 사람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거의 사십 년 동안 하지 못했던 침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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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반지의 주인
박재훈이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이거.”
정미숙이 바라봤다.
“내 이름이네.”
“응.”
“그러니까 내 반지는 아니야.”
“알아.”
정미숙이 그를 바라봤다.
박재훈이 말했다.
“내 반지야.”
정미숙의 눈가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그럼 잘 갖고 있어.”
“계속?”
정미숙이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그건 당신이 결정해.”
잠시 후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번에는 내 몫까지 결정하지 말고.”
박재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날 두 사람은 다시 연인이 되지 않았다.
결혼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도 없었다.
다만—
다음 주에 함께 차를 마시기로 했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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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주일 강론
다음 주 주일미사.
김맑음 신부는 강론에서 말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때때로 다른 사람을 대신해 결정합니다.”
교우들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당신이 힘들까 봐.”
“당신이 상처받을까 봐.”
“당신을 위해서.”
잠시 침묵.
“하지만 사랑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결정하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김맑음 신부가 천천히 말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게 선택할 자리도 남겨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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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난 뒤.
최병철이 사무실 분실물 장부를 정리하고 있었다.
김하늘이 물었다.
“사무장님, 반지는 어떻게 기록했어요?”
최병철이 장부를 보여주었다.
**물품: 금반지.**
**소유자: 박재훈.**
하늘이 웃었다.
“정미숙 씨 이름은요?”
“반지 안에 있으니까 장부에는 필요 없습니다.”
오미자가 끼어들었다.
“그래서 두 분 다시 만난대?”
최병철이 즉시 말했다.
“회장님.”
“왜요?”
“그건 분실물 업무가 아닙니다.”
“탐정단장 업무예요.”
“그런 업무는 없습니다.”
옆에서 듣던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성당 마당 건너편에서는 정미숙과 박재훈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조금의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먼저 앞서가지 않았다.
김맑음 신부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안경을 고쳐 썼다.
반지는 돌아갈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잃어버렸던 것은—
**서로에게 말할 기회였다.**
그리고 서른아홉 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그 기회를 다시 찾았다.
**― 제67화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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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 예고 ― 제68화 「사라진 백만 원짜리 그림」
은솔성당 자선바자회를 앞두고 그림 한 점이 기증된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술렁인다.
그런데 다음 날—
그림이 사라졌다.
김맑음 신부가 빈 액자를 바라본다.
**“그림을 훔친 걸까요, 아니면 그림에 숨겨진 무언가를 가져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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