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임)
김병현이 올시즌 메이져의 쟁쟁한 타자들을 줄줄이 삼진처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구질은 크게 3가지이다.. 바로 직구와 슬라이더
그리고 신(新)구질이라 할 수 있는 떠오르는 커브이다..
먼저 슬라이더...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독특하다. 언더핸드나 사이
드암 투수들이 변화구에 능하다고는 하지만 메이져에는 강속구
못지않게 현란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들이 즐비하고 김병현과
비슷한 사이드 암투수들도 심심치 않게 있다.
그러나 김병현의 슬라이더는 그의 공을 처음 받은 같은 팀 포수
가 "전자오락에서나 볼 수 있는 닌텐도 슬라이더"라고 극찬했으며
메스컴에서도 언제나 Nasty혹은 Nastiest라는 최고의 표현을 쓸
정도로 그 예리한 각도와 컨트롤이 일품이다.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중국의 타자들을 8연속 탈삼진으로
돌려 세울 때 타자들이 공에 스치지도 못했던 바깥쪽 꽉 차는 구
질이 바로 이 슬라이더였다.
김병현은 이러한 슬라이더를 오른쪽 타자 바깥쪽 스트라�攘맛�
걸치며 휘어져 나가게 하여 삼진을 잡거나 볼로서 유인하는데 처
음엔 스트라이크 존의 한복판으로 들어와 타자들이 치려고 나오
지만 포수미트에 들어가 있을 때는 홈플레이트에서 한참을 벗어
나 있어 비록 볼이 되더라도 타자 들은 어이없는 스윙으로 물러
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로는 김병현이 우타자의 몸쪽 스트라�攘맛� 걸치는 슬라이더로
과감한 승부를 벌이기도 하는데 이때는 휘어져들어오는 엄청난
각도에 타자들은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듯한 착각에 선 채로
삼진을 당하는데 이러한 슬라이더를 별칭으로 "백도어 슬라이더"
라고 하여 메이져에서는 최상급의 변화구에만 붙이는 영예로운
명칭이다..
김병현의 구질중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떠오르는 커
브"이다. 김병현의 메이져 데뷔전인 작년 뉴욕 메츠전에서 김병현
은 9회 2사후 메이저 역사상 최고의 공격형 포수라는 마이크 피
아자를 맞아 바로 이 "떠오르는 커브"로서 삼진을 잡았는데 마이
크 피아자는 경기 후 "떠오르는 커브는 처음 본다"는 말로써 찬사
를 보냈다.
보통 언더나 사이드암 투수들은 공을 채는 순간의 회전이 오버핸
드 투수들과는 반대가 되기 때문에 공의 궤적이 많은 차이를 보
인다. 오버핸드 투수들의 직구는 수직으로 아래에서 위로 혹은 다
소 비스듬히 회전이 걸리고 브레이킹 볼이라 불리는 커브와 슬라
이더는 그 반대가 되기에 포수 미트에 도달할수록 중력과 합쳐져
대각선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반해 언더나 사이드암 투수의 경우
손의 위치가 반대가 되기 때문에 오버핸드 투수와 같은 그립과
방식으로 커브를 던질 경우 왼손오버핸드 투수와 같은 회전이 걸
리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른손 언더핸드투수가 그런 식으로 커브를 던질 경우
박찬호 선수의 커브가 우타자의 바깥쪽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궤
적을 가지는 데반해 우타자 바깥쪽 대각선으로 "떠오르는" 궤적을
가진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이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커다란 장애물이 있다...바로 "중
력"이다...오버핸드투수의 150km를 넘는 광속구가 높게 제구될 경
우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는 표현을 써서 높게 평가하지만 실지는
일반적인 포물선보다 좀더 일직선에 가깝게 궤적이 형성되어 "상
대적인 의미의 라이징 볼"이 되는 것도 빠른 회전과 실밥에 의한
공의 양력이 중력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직구에 비
해 더욱 힘을 전달할 수 없는 그립인 커브에 있어서 중력을 극복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언더핸드나 사이드암 투수가 상당수 있는 한국이나 일본
미국에서 이러한 떠오르는 커브를 던지는 투수는 본적이 없다.(김
병현을 제외하고는) 보통의 언더핸드 투수들이 이러한 떠오르는
커브를 던지려 한다면 중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매우 밋밋한
120km정도의 배팅연습용 "직구"정도가 되 버릴 것이다.
다른 언더-사이드암 투수들의 커브나 슬라이더는 그래서 옆으로
휘어져나가는 각도와 제구력에서 그 생명력을 찾고 있으며 포물
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궤적을 갖고 있다. 김병현의 "떠오르는 커
브"가 메이져 초기 그 구질을 알수 없어 "라이징 패스트볼"이라는
황당한 설명에서(김병현의 커브는 130km대 이다)현재의 미국언론
이 "업-슛"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준 점에서 이전에는 그러한
볼을 던진 투수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김병현은 과연 이러한 (불가능하기에)버려진 구질을 어
떻게 살릴 수 있었던 것일까? 이는 언더핸드형 투수로서 150km
의 직구를 던지는 강한 어깨와 한 손가락만으로 그립을 잡고 그
의 표현대로 "공을 때리는" 그만의 노하우와 악력이 있기에 가능
하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그는 이러한 신(新)구질인 "업-슛"을 투 스트라�� 이후에 강타자
의 헛스윙을 유도하는데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김병현이 위에서 언급한 현란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뿌리고 있
지만 그의 직구의 스피드가 97mph라는 엄청난 속도를 보이지 못
했다면 언더핸드라는 취약점을 감안할 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눈에 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97mph는 아마시절 국제경기서 기
록한 김의 최고스피드로 알려져 있는데 메이져에 진출한 이후로
는 94mph의 최고 속도를 가끔씩 보이고 있다.
볼 끝의 무브먼트에서도 이미 인정을 받은 김병현의 평균 92마일
정도의 강속구는 그가 언더핸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구 자체의
위력만으로도 메이져에서 활약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빅리그의 오버핸드 투수들도 90마일 초반의 직구는 평균이상의
구위로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현의 요즘 활약을 지켜보고 있는 야구팬이라면 한가지 이상
한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김병현 선수가 언더핸드 투수
라는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으로 그의 구질이 앞서 언
급한 직구-슬라이더-커브...등 거의 세가지 구종만을 구사하기 때
문이다.
그렇다...그는 모든 언더핸드 투수와 사이드암 투수들이 즐겨 사용
하는 가히 "전가의 보도"라 할 수 있는 "싱커"를 던지지 않고 있
다. "싱커"가 언더핸드 투수들에게 슬라이더와 함께
그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구질이라는 점에서 김병현의 요
즘 활약은 더욱 놀랍다.
그의 싱커는 메이져리그를 중계하는 경인방송의 박노준 해설위원
이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직접 보고 대단한 위력이라고 말했던
구질이다. 현재 그는 인터뷰에서 부상을 염려해 싱커를 던지지 않
고 있다고 한다. 그 필요성에 있어서도 타자들이 현재 그의 공을
맞추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절실하다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병현선수가 선발투수로 뛰게 될 때를 대비해서 요
즈음 익히고 있는 "체인지업"이 지난 경기에서 포수가 놓칠 정도
로 급격한 낙차를 보인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체인지업이 그런
위력을 보인다면 부상위험이 있는 싱커를 앞으로도 굳이 던질 필
요가 없기 때문이다.
김병현의 현재 활약은 "더 이상"을 바라기 힘들 정도로 눈부시다.
외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올시즌 그의 메이져 경력의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의 마운드에서의 여유와 배
짱...그리고 그의 투구에 대한 타자들의 반응을 지켜볼 때 올시즌
그의 계속되는 선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김병현은 데뷔 이후 꾸준히 선발투수로 뛸 것을 원해왔다. 이에
대해 애리조나 벅 쇼월터 감독은 내년시즌 김병현의 선발로테이
션 진입을 확약한 상태이다. 잠수함 투수의 경우 메이져에서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고 또 그래왔기 때문에 쇼월터감독의 말
을 어디까지 믿
어야 할 지 알 수 없지만 최근 김병현이 선보인 체인지업에 대해
"숨겨두라"는 언질을 주었다는 면에서 또 애리조나 투수진의 면면
을 살펴보아서도 내년시즌 김병현의 선발로테이션 진입은 기대할
수 있다. 김병현이 현재의 페이스를 꾸준히 이어 간다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고 데려온 젊은 마무리 투수인 맨타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계속 중간계투로 쓰기에는 아까운 투수이기 때문
이다.
김병현이 언더핸드투수이고 좌타자가 많은 메이져에서 긴 이닝을
던질 경우 구질이 파악되면 난타당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대로 김병현의 구질은 일반적인 잠수함 투
수의 구질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숨겨둔 체인지업과 싱커가
"떠오르는 경향"을 가진 현재의 구질과 만났을 때는 서로의 상승
작용에 의해 더욱 위력을 떨칠 것이 분명하므로 선발로서의 김병
현선수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더구나 현재 김병현투수는 팀에서의 보직인 불펜투수에 적응하기
위해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와인드업을 하지 않고 있다. 선발로
서 나선다 해도 직구스피드의 변화는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의 김병현과 이후의 김병현은 분명 뛰어난 실력과 가능성을
함께 갖춘 유망주이다. 허나 10년쯤 뒤는 어떨까.... 김병현을 얘기
하며 언더핸드투수의 특성상 그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
는 사람도 있다. 국내에서 언더핸드로서 빠른 공을 던졌던 박충식
선수의 예를들며 갈수록 스피드가 떨어지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
이라는 것이다. 이는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
김병현의 직구와 떠오르는 커브는 분명 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통하지 않을 구질이다. 허나 김병현은 국내의 언더핸드투수들과
달리 혹사당하지 않고 있으며 메이져의 선수를 보호하려는 시스
템을 볼 때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
어 힘이 떨어진다 해도 그의 노력에 따라 스타일의 변화를 꾀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