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시리즈 중 우선 XC 를 며칠 사용해 보았습니다. 이미 카페에 여러 얼리어댑터 분들이 글을 올리고 계시기에 예정보다는 간단한 사용기로 부담스럽지 않게 올립니다.^^
XC 는 히노끼 표면의 카본 블레이드입니다. 지금까지의 히노끼 카본 류보다 훨씬 타구감이 부드럽고 잘 잡아줍니다. 타구감은 스트라이크 카본과 오스카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고 기본 반발력은 그 둘의 중간 정도입니다. 프리모라츠 카본과 슐라거 라이트 사이, 스트라이크 카본과 파이버텍 익스트림 사이, 한니발과 오스카(또는 카나프) 사이.. 대략 그 정도의 위치입니다. 그냥 블레이드만 두드려보거나 러버 조합 후 간단한 랠리를 할 땐 생각보다 진동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타구 시 손에 직접 전달되는 타구 감각은 매우 경쾌하고 뛰어납니다. 사용자가 뭘 하고 있는지, 임팩트가 잘 되었는지, 제대로 맞았는지 빗맞았는지 등을 바로 정확히 알게 해줍니다. 물론 이보다 훨씬 더 감각적인 블레이드도 많지만 블레이드의 반발력과 파워, 두께 등을 고려하면 매우 훌륭한 피드백 능력입니다.
사용하면서 느껴지는 성능의 특성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 회전을 걸기가 대단히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러버는 거의 가리지 않고 잘 받아주는데 어떤 러버에서도 회전은 쉽게 또 강하게 걸려 주었습니다. 드라이브 공격시에나 서비스, 보스커트 등 회전을 요하는 제반 기술에서 러버의 회전력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플랫 타법이든 드라이브든 약한 임팩트에서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느껴지고 공은 약간 가벼운 기분이나 컨트롤은 편합니다. 강한 임팩트에서는 타구감각이 단단하고 강력하게 바뀌며 짱짱한 카본이 안에서 받쳐주는 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힘이 있어 쭉쭉 나가는데 역시 공 무게는 아주 무겁지는 않게 느껴집니다. 하이퍼터치나 기타 아릴레이트 카본 류들처럼 처음엔 공끝이 가볍게 느껴져도 사용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구위가 살아날 듯한 블레이드입니다. 회전을 강하게 걸기가 쉽기 때문에 사용 감각만 찾으면 당연히 공에 무게가 실릴 겁니다.
짧고 힘없는 공을 대상에서 슬쩍 플릭하기에는 블레이드가 좀 크고 무디다는 기분입니다. 잔 기술보다는 큰 기술을 주로 쓰는 파워 플레이에 좀 더 어울립니다. 특히 강한 임팩트가 구사된 중진 공격에서 힘의 손실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슐라거 라이트나 파이버텍 익스트림, 니타꾸 히노카본파워 등에서 종종 느꼈던 기분인데, 사용자의 힘을 그대로 다 공에 끝까지 전달해 준다는 느낌입니다. 더 강한 블레이드를 쓸 때보다도 오히려 공에 힘이 더 실려서 강하게 뻥 나가주는 그런.. 낮게 쭉 뻗으며 엔드라인에 깊숙히 물리는 중진 드라이브가 일품입니다. 여기에 무게감까지 싣게 되면 참 좋은 무기가 되겠습니다.
보스커트에서도 강한 회전을 바탕으로 스피드 있게 엔드라인까지 쭉 뻗는 빠른 직선 궤적이 일품입니다. 짧게 끊는 것도 용이합니다.
블록이나 카운터 등에서는 반발감각의 변화가 크지 않고 정직한 편이며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공이 나옵니다. 그 때 그립이 정확한 블레이드 면을 느끼게 해줘서 각 잡기가 더 용이함은 이 시리즈의(ITC 블레이드의) 매우 큰 장점입니다.
러버는 크게 가리지 않으나.. 단지 물컹하며 살짝 튕겨내는 감각의 64형 몇몇과 테너지80 까지는 그닥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제 취향입니다). 05형은 다 좋았고 스피드 업 형도 다 괜찮았습니다. 특히 백핸드에 붙여본 R4는 역시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의 백핸드에는 R4를!"이라고 외치던 몇해 전의 구호를 다시금 생각나게 했습니다.^^ 블록과 카운터, 스매쉬(펀치)에서의 호쾌함과 정확성, 대포알처럼 무지 빠르게 쭉 뻗어나가는 황홀하고 시원한 직선 궤적에 사용의 용이함까지 더해져 더 말할나위 없이 좋은 조합이 됩니다. 물론 백핸드 쪽을 무조건 드라이브로 처리하시는 분들께는 권할 수 없는 러버지만요.
ITC 의 XC 는 오스카나 티모볼ALC 등의 블레이드에서 감각과 파워를 업하고 싶을 때, 스트라이크 카본이나 프리모라츠 카본 등 강력한 히노끼 카본 류에서 튕김과 비거리를 살짝 줄이고 부드러운 터치와 좋은 그립감으로 변경하고자 할 때 우선 고려해볼 만한 히노끼 카본 블레이드입니다.
같은 무게의 걔네들보다 조금 넓은 헤드 면적으로 인해 무게감이 살짝 더 느껴지지만 훌륭한 그립감으로 커버 가능한 정도입니다.
셀공에서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게 잘 사용할 수 있고 폴리공에서는 원래 의도하여 설계된 만큼 사용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파워 플레이어에게 추천드립니다. 잔기술과 대상 플레이, 다양한 구질 변화로 변화 많은 탁구를 하시는 분께는 너무나 덤덤하고 무딘 블레이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순수합판, 특히 오겹합판 류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여전히 단단하고 튕기기만 하는 카본 목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부드럽다 어떻다 하는 것은 오로지 비슷한 류의 히노끼 키본 류 안에서의 평가입니다.
ITC 의 XC 는 폴리공 시대에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대한민국 표준형 히노끼 카본 블레이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