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방요리
기후학자 케펜은 지구상의 기후지역을 구분하면서 그 지표를 식물을 기준으로 했다. 한 지역의 기후를 대변하는 데는 식물만큼 정직한 지표가 없다. 식물은 기후변화에 정확하게 반응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건조기후에 자랄 수 있는 나무는 어떤 식물이고, 비가 많은 지역에 사는 식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거꾸로 침엽수가 있는 곳은 한대지방이고, 낙엽수가 있는 곳은 사계절 변화가 있는 곳이고, 맹그로브가 자라는 곳은 열대우림지방이다. 지금 비가 오고 있다 하더라도 선인장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면 사막기후임에 틀림이 없다. 음식을 보면 어느 문화권에 속한 민족인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바다 생선을 좋아하면 해안에 살았던 사람이고, 절임음식을 좋아하면 내륙지방 사람이다. 양고기를 좋아하면 초원지방에 산 사람이다. 몽골인은 물고기를 먹지 않거나 매우 싫어한다. 쌀밥을 먹는 민족은 벼를 재배하는 계절풍 기후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은 문화를 가장 정직하게 나타낸다. 영어로 'culture'는 'cult=경작한다' 즉 '먹는다'는 의미이다. 고로, 문화는 먹는 양식이다. 옷으로는 모르지만 먹는 자료를 보면 어느 문화권인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의 요리가 서양요리로 대표되고 세계적인 요리로 등장했지만, 프랑스 내 지방마다 음식이 다르다. 올리브유를 즐겨 쓰면 남부사람이고, 바게트 빵에 버터를 발라 먹으면 북부사람이고, 절인 청어를 좋아하면 북부 칼레 사람이다. 브르타뉴 사람들은 사과를 좋아하고 해산물을 즐긴다. 지방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찾으면 파리 사람이다. 북서쪽 대서양쪽 지방에는 요리의 특징이 있다. 칼레, 노르망디, 브리타니 지방이다. 해안지방의 해산물, 갑각류, 가리비, 청어, 대구, 부르타뉴 지방은 바다가재, 왕새우, 홍합, 서대기요리가 유명하다. 노르망디는 사과 산지이다. 사이다, 사과주(칼바도스)가 유명하다. 서북부지방은 대서양 해산물과 사과이다.
프랑스에는 7개의 하천이 있다. 라인 강이나 다뉴브 강 같은 큰 하천이 아니고 작다. 프랑스의 강들은 평야를 가로지르고 있으므로 강을 따라 농업이 발달했고, 도시가 발달했다. 평야지역의 강은 유속이 느리고 지류와 지류 사이에 운하로 연결되어 있다. 큰 선박은 다니지 못하지만 지역간의 농산물, 축산물, 어산물을 운반하는 데 매우 편리한 교통로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지형은 동쪽이 산지지형이고 서쪽이 평야지대이다. 센 강은 쥬라 산맥 쪽에서 대서양으로 유입된다. 파리의 한 가운데를 센 강이 통과한다. 센 강의 지류는 뮤즈 강, 루이르 강과 운하로 연결되어 있어 전국적인 수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파리는 세계요리의 중심이다. 레스토랑만 9천개가 넘는다. 파리는 중세 때부터 수도였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모든 종류의 식재료를 가져왔다. 파리 시민은 식재료가 없어서 요리를 못하는 법은 없다. 무엇이든지 재료를 구할 수 있다. 가격이 문제일 뿐이다. 뮤즈 강, 센 강, 루아르 강 상류는 동쪽이 그리 높지 않는 산지이다. 쥐라 산지와 알프스 산지의 산록이다. 내륙 고원에 양질의 포도를 재배한다. 상파뉴에서는 샴페인을 빚고, 양고기와 치즈를 많이 생산한다. 포도주의 안주는 치즈만큼 좋은 게 없다. 남서부 도르도뉴 강은 중앙에서, 가론 강은 피레네산맥에서 발원하여 비스케이 만으로 유입된다. 상류는 루이르 강과 운하로 연결해 놓았다. 대서양으로부터 대구, 청어, 서대가 많이 잡히고, 그 배후지역인 뽀아투 샤랑뜨 지방은 가금류와 소와 양을 사육함으로서 양질의 치즈와 버터를 얻는다. 보르도 지방은 세계적인 포도주 생산지이고, 이웃 코냐크 지방은 코냑을 생산한다. 자연산으로 '주방의 다이아몬드'라고 하는 송로버섯(truffle)은 페리코드가 주산지이다. 리옹 강 유역은 프로방스 지방이고 지중해연안이다. 감귤류와 향신료를 재배하고, 하류에는 지중해식 해산물이 이름 높다. 프랑스 사람들 중에 어느 지방 사람인가를 구별하는 데는 선호하는 음식이 무엇인가로 판단하면 된다. 청어를 좋아하면 북부사람, 홍합을 좋아하면 프로방스 사람, 탄산포도주를 즐기면 상파뉴 지방 사람으로 여긴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교통이 발달하기 전 안동 간고등어의 발생은 신선한 고등어의 배달이 힘든 내륙에 위치했고, 경상도는 매운 김치, 함경도는 백김치를 선호한 것은 함경도는 고추의 생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로마 귀족들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을 수입하여 옷을 입었다. 한국인도 양옥집을 짓고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지만, 음식만은 삼시세끼 치즈와 빵으로 식사를 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우리는 이유식으로 흰죽에 씻은 김치를 얹어 먹였지만, 프랑스는 바게트 빵을 우유에 적셔 먹는다.
2017년 3월 9일 목요일 大邱내일신문 朴贊石(전 慶北大 총장⋅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