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대게 유혹하는 동해안 드라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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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몰아치면서 몸이 움츠러든다. 소한(小寒·6일)이 막 지난 때문이리라. 오죽하면 '대한(大寒·20일)이 소한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고 할까. 그래도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고 호기(豪氣)를 부릴 수 있는 사람에겐 이맘 때 여행이 특별한 맛이 있다. 엄동설한을 이겨내는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겨울의 별미, 대게가 제철인 경북 영덕군의 바닷가가 대표적이다.
# 옥색 바다 넘실, 숨겨진 드라이브 명소
동해안과 나란히 이어지는 국도 7호선을 자동차로 줄곧 달릴 때 영덕은 밋밋하게 느껴진다. 영덕으로 들어오기 위해 포항.울진을 통과할 때만 해도 지척에 있던 바다가 이곳에선 사라진다. 국도가 바닷가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영덕만큼 해안 드라이브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영덕군의 대진항~축산항 구간의 대축 해안도로(군도 7호)와 축산항~강구항 구간의 강축 해안도로(지방도로 918호)가 바로 그곳이다.
국도 상에는 해안도로 이정표가 따로 없다. 모르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길이다. 울진에서 내려오면 대진해수욕장이나 대진항, 포항에서 올라간다면 강구항으로 들어가면 해안도로와 만난다.
해안 드라이브의 매력은 국도 7호선에선 맛볼 수 없는 느긋함에 있다. 대진항 쪽에서 드라이브를 시작하면 도로 왼편으로 옥색 바다가 넘실댄다. 바다와 도로가 붙어 있다.
바람이 센 날에는 흰 파도가 도로를 넘본다. 갯바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떼는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가롭게 겨울 햇살을 쬔다. 도로 한쪽에서는 아낙네가 오징어를 널어 햇살에 말리고 있다.
대진항에서 6㎞ 정도 내려가면 축산항에 닿는다. 강구항과 달리 유명세를 타지 않은, 한산한 곳이다. 항구에 들면 남쪽을 감싸고 있는 작은 산(해발 80m.죽도산)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대나무가 울창한 섬이어서 '죽도'(竹島)라 불렸다. 방파제로 연결돼 지금은 산이 됐는데 아직도 대나무가 울창하다.
축산항에서 경정.대탄해수욕장 등 자그마한 해수욕장을 지나 고개를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는 '해맞이 공원'에 닿는다. 바다쪽 비탈에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곳곳에 지역 문인들의 시를 새긴 시화(詩畵)도 걸려 있어 바닷 바람을 쐬며 산책하기에 좋다. 봄.여름철에는 각종 야생화가 산비탈을 뒤덮는 곳이다.
해맞이 공원에서 창포 방파제.하저해수욕장 등을 뒤로 하면 강구항이다.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온 차들이 식당과 주차공간을 찾느라 도로를 가득 메운다. 식당 앞에서 손님을 끄는 상인들의 손짓도 분주하다.
식당마다 가게 앞의 솥에서 수증기가 하얗게 뿜어올라온다. 그 안에는 겨울의 별미, 대게의 속살이 하얗게 익고 있다.
# 겨울의 별미, 대게를 빼놓으랴
강구항은 대게의 주산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몇해 전 강구항에서 TV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촬영한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대게는 서해에서 나는 꽃게보다 몸통이 훨씬 크다. 하지만 '크다'(大)고 해서 붙인 이름이 아니다. 다리 마디가 대나무를 닮았기 때문에 대게다.
대게는 한류성 어종으로 12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주로 잡힌다. 껍질이 부드러워 살을 발라먹기가 편하다.그래서 쪄서 먹는다. 탱탱하게 꽉 찬 속살은 쫄깃하며 담백하다. 이 맛에 반하면 매년 대게를 먹지 않고는 겨울을 날 수가 없다.
항구에는 '원산지를 표시한 대게를 사고 팔자'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모든 자연산이 그렇듯 영덕 대게도 세월이 갈수록 생산량이 줄고 있다. 일제 시대엔 한해 3천t 가까이 잡혔지만 요즘은 수확량이 3백t 정도다. 그러다 보니 영덕에도 영덕 대게보다 북한이나 러시아산 대게가 더 많다.
수입산이든 국산이든 가격은 만만치 않다. 사가지고 갈 때의 가격이 ㎏당 2만~8만원이다. 현지 식당에서 먹고 가려면 여기에 2만~4만원을 더 주어야 한다. 가격은 원산지나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가격표가 따로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다. 상인이 부르는 게 값이요, 사는 사람이 치르는 게 가격이다.
값을 후하게(?)지불하는 손님들은 따로 있다고 현지 상인들은 말한다.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남녀(오붓한 분위기 때문에 가격에 연연하지 않는다), 몰고온 자동차의 번호판이 수도권 또는 호남 지역인 경우(대여섯시간 차를 몰고 '오직 대게를 먹으러' 온 사람 아닌가), 고가의 중형차를 타고 온 사람(소형차 주인보다 당연히 지갑에 돈이 많다)들이 여기에 속한단다. 이런 인상을 피해보자.
대게를 더욱 싸게 먹는 방법이 있다. 조리는 해주지 않고 판매만 하는 상인에게 대게를 산 뒤, 현지 방앗간 등에서 게를 쪄 가지고 와서 숙박 시설이나 집으로 가져가 먹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별미란 현지에서 먹어야 제맛인 것을….
영덕=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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