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의 신록이 점점 짙어가고 있다. 6월 중순이니 계절은 이미 여름이다. 일주일 뒤면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 6월21일)다.
요즘같은 때는 생체리듬상 몸이 나른해지고 업무 의욕도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다. 당연히 초봄에 왕성했던 식욕도 감소한다. 올여름을 건강하게 넘기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 충전이 필요할 때다.
특히 기름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는 이때는 멀리 가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가까운 곳을 택해 조용히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머리도 식히고 식욕도 돋운다면 1석2조가 아닐까. 이번주는 포항과 가까운 구룡포읍~대보면~동해면으로 이어지는 호미곶 해안가를 추천해 본다.
동해면~호미곶 등대간 해안도로.
▨ 영일만 낙조(落照) 또다른 정취
동해안 곳곳에는 유명한 해돋이 장소가 많다. 아니 해안가 모든 곳이 뛰어난 해돋이 장소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강원도에서 부산까지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바다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영일만이다. 호랑이 꼬리인 호미곶 끝에서 영일만으로 지는 석양 빛은 서해안 낙조와는 또다른 감동이 있다.
물론 서해안처럼 수평선 끝으로 해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일만에 물든 석양빛은 은비늘 파도와 어우러져 마치 이국 해안가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당연히 관전 포인트는 어느 지점에서 감상하는냐는 것.
연오랑·세오녀가 건넜다는 갯바위.
대보 호미곶 등대에서 동해면쪽으로 차를 몰다 보면 해안 마을인 대동배리가 나온다. 이 마을 조금 못 미쳐 영일만으로 튀어나온 해안가 언덕배기가 좋다. 차를 서서히 몰다보면 '바로 이곳'이라는 느낌이 오는 장소가 보인다. 해가 조금 걸려있을 때 자리를 잡고 잠시 기다리는 여유쯤은 있어야 된다. 그래야만 영일만의 낙조를 배경으로 제대로 된 작품 사진이 나올수 있기 때문.
▨ 포구에 앉아
이곳을 드라이브하다보면 조그만 어항 방파제나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장기면, 구룡포읍, 대보면, 동해면 해안가는 갯바위 낚시로 유명하다. 방어, 노래미, 가자미, 볼락, 핫꽁치 등 계절에 따라 잡히는 어종도 다양하다.
그러나 굳이 낚시를 하지 않더라도 차를 몰고가다 조그만 항구로 들어가 바위나 방파제에 걸터 앉아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곳은 대부분 소규모 어항들이다. 구룡포항을 제외하고는 많게는 수십척, 적게는 몇척의 고기잡이 배들만이 정박해 있는 조용한 포구들이다. 특히 해질 녁 포구는 더욱 정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포구를 지나치고 만다.
포구의 방파제나 갯바위, 또는 조약돌이 있는 해안에서 영일만항을 입출항하는 대형 선박과 소형 어선들을 바라 보노라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처음임에도 불구 언젠가 한번 보았던 느낌, 즉 기시감(旣視感)이 들 수도 있으리라.
특히 아침 일찍이나 해 질 무렵에는 고기를 잡아 들어오는 어선을 만나면 싱싱한 자연산 횟감을 싸게 살 수 있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 해안가 곳곳에는 민박과 펜션이 많은 만큼 큰 돈 안들이고 하루쯤 머무를 수 도 있다.
이럴 경우는 다음날 해돋이가 가능한 구룡포에서 대보면 사이에서 방을 구하는 것이 좋다. 방 값은 휴가철만 아니라면 주말의 경우 민박은 4~5만원, 펜션은 7~8만원이면 취사도 가능한 깨끗한 방을 구할 수 있다.
▨ 회국수, 전복 물회, 고래찌게
여행은 볼거리와 함께 먹거리 또한 중요하다. 동해안은 싱싱한 해산물이 많다. 동해안에서도 특히 포항을 비롯한 구룡포쪽 해안가의 해산물이 특히 싱싱하다.
구룡포는 겨울에는 과메기, 봄에는 대게가 유명하다. 하지만 요즘은 전복 물회나 회국수를 추천하고 싶다. 보신에 좋은 전복이나 도다리와 한치를 섞어 만든 시원한 회국수 한그릇이면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래 고기를 맛보려면 구룡포 읍내에 가야한다. 이곳 식당에서 사용되는 고래고기는 바다에 쳐놓은 그물에서 잡혀 올라오는 고래다. 법적으로 포경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룡포읍내에는 4~5군데의 유명한 고래고기 전문 식당이 있다.
이와함께 해안가 곳곳에는 물회나 회국수, 전복죽 등을 잘하는 횟집들이 많다. 속지않고 제대로 된 회맛을 즐기려면 포항시나 읍.면사무소 홈페이지가 추천하는 식당들이 좋다.
▨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깃든 갯바위
삼국유사에는 '연오랑·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간 곳을 '영일현(迎日縣) 도기야(都祈野)'라고 기록하고 있다. '도기야'는 지금의 동해면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연오랑·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간 정확한 지점은 어느곳일까. 최근 지역 향토사학자들은 그 곳을 동해면 약전3리 마을 앞 바위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곳 임곡횟집 바로 앞 20여m 바다에는 제법 큰 갯바위가 여러 보인다. 이 바위가 바로 연오랑·세오녀가 배를 타고(삼국유사에는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되었다고 함) 일본으로 건너간 곳이라는 것.
동성고등학교 교사이자 향토사학자인 황인씨는 "포항 해병사단내에 있는 일월지와 가장 가까운 바다는 현 도구해수욕장"이라며 "이곳 백사장에서 연오랑·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갈 수 있는 바위는 이 곳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이곳 지역민들은 이곳을 새로운 관광지로 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이곳에서 그 옛날 연오랑·세오녀 부부를 생각하며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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