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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여행 첫날(6.2)
오늘은 아침을 정상적인 시간에 먹고 청사역으로 출발했다. 날씨도 좋다. 7시 55분차이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여유가 있어 가족 모두 라운지에 들려 점심식사를 했다. PP카드가 있지만 지난 번 하얼빈 갔을 때 처음 사용하고 나서 이번이 두 번째이다. 10,000킬로의 대장정이다. 지구 한바퀴가 40,000킬로이니 4분의 1을 도는 셈이다. 장거리 여행이란 도착하기까지가 어렵다. 비행기 속에서 두 끼의 식사가 나왔다. 그 중 한끼만 먹었다. 비행기는 몽골 모스코바 상공을 거쳐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했다. 시차가 7시간이어서 여전히 이곳은 오후로 환하다. 네델란드는 전형적인 농업국가임이 분명하다. 바둑판같이 잘 정돈된 농지가 내려다 보인다. 곳곳에 저수지들이 널려있다. 높은 건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수로를 따라서 풍력발전기가 도열해 있다. 11시 경 베니스에 도착했다. 버스표를 끊는 과정에서 민경이를 허둥대게 만들었다. 호텔은 버스정류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12시가 다 되었지만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밤 시간도 아까워서 여행객들은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아닌지.... 역시 관광지라는 생각도 든다. 호텔은 조용하였다. 화장실은 좁았다. 역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추억
추억은 쌓이는 것이다.
좋은 추억일수록 가슴속에 깊이 쌓이는 것이다.
추억도 쌓이면 무거워진다지만 좋은 추억은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은 더욱 더 큰 사랑을 만들며 쌓여간다.
그리고 이러한 추억은 한 장 한 장 열어볼수록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6.3(일) 둘째 날 : 베니스
베니스의 날이 밝았다. 날씨가 좋다. 자동차가 없으니 차 소리는 없었다. 대신 갈매기 우는 소리가 창밖으로 들린다. 오늘 33년만에 베니스와 대하는 것이다. 혼자 물어물어 여행할 때와는 달리 종선이의 아이패드가 가이드를 대신했다. 걸어서 산마르코 광장까지 찾아갔다. 성당, 두칼레궁전, 종탑을 보며, 느긋하게 광장카페에 앉아 음악을 즐기며 백포도주 한 잔을 마셨다. 칸조네와 세미클라식 음악들이 연주되고(연주비가 별도로 서비스차지 됨), 옆자리의 한국여행객들이 아리랑을 신청하여 호기 있게 합창을 한다. 각국의 관광객들이 박수로 화답을 한다. 다음은 곤도라를 타고 베니스의 거미줄 같은 수로를 따라 한가로움을 만끽했다. 곤도라가 물위를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물의 베니스를 실감한다. 좁은 수로를 여유 있게 빠져가는 노련한 노젖기에 감탄도 한다. 지나가는 모터보트는 소음과 함께 물결 세레를 퍼붓는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아카데미 갤러리에도 들려 근현대미술과 중세의 미술을 모두 감상했다. 예술 활동이 활발하였다는 것을 보면 역시 베니스가 부자였던 것이 틀림없다.
베니스를 실컷 즐기고 오후 4시 경 호텔에서 짐을 찾아 피렌체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고속열차는 옥수수, 밀밭으로 가득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가 하면 턴널도 많이 통과한다. 사방에 끝없이 넓은 포도밭도 보인다. 피렌체의 호텔도 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아이패드를 가진 종선이(별명 24시의 잭 바우어)의 안내에 따라 단 번에 호텔을 찾았다. 호텔은 조용하고, 베니스보다는 시설이 좀 더 도시스럽다. 저녁은 한국에서 준비해온 라면과 햇반, 종갓집 볶음 김치, 김 등으로 파티를 했다. 민경이가 주방에 이야기하여 더운 물을 준비하고 햇반은 데워서 차렸다. 여기까지 가져와서인지 역시 맛이 좋다.
6.4(월) 셋째 날 투스카니 여행, 피사의 사탑과 투스카니의 호텔
아침 일찍 렌트회사 HERZ를 찾았다. 피아트에서 나온 소형의 디젤 수동운전 차였다. 호텔까지 운전해 와서 간신히 트렁크 두 개를 싣고 투스카니로 떠났다. 피렌체의 시내를 몇 바퀴 돌며 헤매다가 겨우 길을 제대로 찾아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역시 오랜만에 수동차를 운전하려니 쉽지 않았다. 피사에 가는 도중 소나기가 내렸으나 곧 그쳤다. 피사는 예전에 보던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결코 더 기우려진 것은 아니었다. 피사사탑의 기우려짐 때문인지 출입자를 통제하였다. 네 시간을 기다려야 올라갈 수 있다 해서 포기하고 석관 있는 곳을 구경한 다음 세례당을 올라갔다. 대리석 석관마다 화려한 조각이 되어 있었다. 세례당의 천정화가 일품이었다.
걸어서 시내에 들려 현지인처럼 식당을 찾아가 점심을 먹었다.
관광객
서로를 본다.
서로 모른다.
말도 전혀 다르다.
피사 사탑을 보러 온 것은 같다.
인증샷을 하는 모습도 같다.
사진을 찍어주자 지어주는 미소도 같다.
그리고는 투스카니에 있는 호텔로 출발하였다. 호텔까지 종선이의 안내에 따라 그야말로 시골길을 운전하였다. 뒷좌석에서는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보고 연신 감탄이다. 얕은 구릉지에는 포도밭, 밀밭, 귀리 밭이 끝없이 이어지고, 야생화가 원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싼지마니아라는 시내에 나갔다. 2000년전의 시대로 되돌아간 느낌의 고성이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카페에 앉아 잠시 쉬다가 와인을 사고, 협동조합 수퍼에서 장을 봤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수면제도 없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밤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면 밤소리가 잘 들린다.
풀벌레 소리, 밤 새 소리
무엇엔가 놀란 신짐승 소리 등이
잔잔하게 퍼지다가 잦아든다.
마치 파도처럼 밤소리가 밤을 흔들고
정적의 수면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한다.
정적의 끝에 찾아보지만
거기에는 정적을 살짝 흔드는 무엇이 밤에는 있다.
마치 흰 물결치듯 한차례 반짝이는 밤 물살이 지나간다.
또 어떤 소리에 밤이 출렁일지는 알 수 없지만
밤은 어떻든 살아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침
새 한 마리
새 두 마리
새 열 마리
새들이 세상을 깨운다.
기울어진 사탑
하늘을 보려는 종교적 염원일까
아니면 건축가의 잘못된 설계일까
천년을 기운 채 버티는 사탑에
이미 전세계의 성지가 된 현실을 보면 분명히
생명이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태리 사람들의 거짓말
베니스가 물에 곧 잠길 것이라는 것
피사의 사탑이 기울어져 버린다는 것
대리석에 녹이 슨다는 것만큼 거짓이다.
이태리는 모든 것이 명소이다 보니
명소 아닌 곳 고르기란 어려운 일이다.
6.5(화) 넷째 날 다시 피렌체로
아침 느긋하게 출발하면서 와이너리 한 곳에 들려 해찰하다 보니 피렌체 도착이 늦었다. 특히 피렌체의 골목골목을 찾아 운전하여 호텔까지 찾아간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잭 바우어 역을 맡고 있는 종선이의 안내 덕에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하고, 짐을 부린 다음 차를 반납했다. 시간이 늦어서 상당히 많은 금액을 벌금으로 더 물어야 했지만 후회는 없다. 우선 우피치 미술관에 들려 입장시간을 예약하고, 바로 두오모성당을 향했다. 두오모 성당 꼭데기까지 400여 계단을 올랐다. 어떻게 그릴 수 있었을까 하고 감탄만 해야 하는 천정화, 화려한 스테인글라스, 피렌체의 그림같은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인 우피치미술관 역시 녹녹치 않았다. 메디치가에서 모아놨다는 수많은 대리석상, 중세기의 성화들이 우리를 압도한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모았다니 역시 경제력이 대단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사전 공부를 해도 이것을 일일이 감상하기란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포기가 쉽게 되어서 일까 다리가 더 아프다. 종교의 힘, 역사의 힘 그리고 소장했던 개인의 힘이 느껴진다. 감탄하는 것 자체도, 봐 주는 것 자체도 힘이 든다.
이태리의 자동차
소형이다.
수동이다.
좁은 길을 운전해야 한다.
디젤이다.
아마 역사적인 현장과 공존해야 하는 이태리의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종선이의 생일파티
역사가 130년이 되었다는 T 본스테이크로 유명한 피렌체의 음식점을 예약하여 종선이의 생일파티를 했다. 와인을 한 병 시키고, 정말 커다란 티본스테이크를 먹었다. 역시 최고의 맛이다. 나는 양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 먹는 것을 보니 둘이서 1킬로 짜리를 거뜬히 해치운다. 먹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가, 먹으려고 기다렸는가 하는가를 읽을 수 있다.
6.6 다섯째 날 나폴리, 카프리로 떠나다.
오전을 느긋하게 호텔에서 쉬었다. 11시 14분 나폴리행 고속열차를 탔다. 세 시간정도 걸린다. 차창에서는 이태리의 든든한 기반인 농업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 관광까지 얹혀 있으니 경제가 탄탄할 것 같은데, 경제위기라니 이해가 안 된다. 점심은 기차 속에서 준비한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수로 대신했다. 나폴리는 나중에 구경하기로 하고 택시로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나폴리 항구로 향했다. 택시 기사가 의외로 친절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트렁크 한 개당 서비스 차지가 별도로 있었다. 미항이라는데 나폴리 항구는 매우 지저분하다는 인상이다. 카프리로 가는 배를 탔다. 코발트빛 바다를 가르며 배는 1시간 정도 달려 마리아그랑테항에 도착했다. 유럽인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 한다는 카프리섬에 도착한 것이다. 33년전에는 이곳에서 자지 않고 그냥 내렸다가 다시 소렌토로 떠난 것이라 전혀 기억이 없다. 케이블 카를 타고 카프리의 플로라니아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향하는 좁은 길목마다 명품점이 즐비하다. 역시 이곳은 부자들이 와서 소비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카 도착해서 내려서 보는 카프리의 절경, 호텔에서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카프리의 풍경에 취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우구스투스 정원에서
꽃들
꽃은 이름을 불러줘야 진짜 꽃이 된다는 데
한 송이
두 송이
열 송이
이름 모를 꽃들이 너무 많다.
절벽 밑의 에머럴드 빛 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발트 빛 바다
그리고 그 끝을 잇는 수평선
사이 사이의 하얀 갈매기가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다.
카프리
좁아도 할 것은 다 하고 있을 것은 다 있다.
비좁아도 조그만 전기차가 짐을 실어 나르고
절벽 깎아 길 만들어 버스를 다니게 했다.
카프리로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케이블카를 만들고
아나카프리 정상을 즐길 수 있도록 리프트를 만들었다.
추억도 가끔 꺼내서 볼 필요가 있다.
추억도 책갈피에 내동댕이 치다보면 녹슬고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비내리는 날 오후
추억의 맨얼굴을 보면서
커피향을 즐길 필요가 있다.
산다는 것은 제 홀로 가버리려는 추억을 불러 동행하며
시간의 흔적을 함께 나누는 것
추억은 끝자락만 붙잡아도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우리 가족끼리의 추억은 한올한올을 모아 새끼 꼬듯이 튼튼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의 가이더 잭 바우어
종선이가 우리의 잭 바우어이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거침없이 길을 안내하고 목표한 것을 찾는다. 내비게이션이 필요없다. 피렌체 일방통행의 그 미로도 무난하게 운전을 하며 빠져나올 수 있었다. 33년 내가 혼자 여행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그 때는 소위 아날로그였다. 묻고 또 또 물어서 찾아갔던 것이다.
6.7(목) 소렌토를 거쳐 폼페이를 가다.
폼페이는 옛 그대로 였다. 다만 주위가 너무 달라졌다. 한 개에 불과했던 기차 로선이 세 개로 늘어났다. 전에는 폼페이역에서 내려서 마차를 탔는데 지금은 폼페이 유적 바로 앞에 새로운 역이 생겼다. 소나무들은 언제 그렇게 컸는지 하늘을 가리고 있다. 원형 경기장에 앉아서 뭔가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뙤약볕 아래에서 고도의 미로 방황하기 두어시간... 다시 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향했다. 4시 가까이 되었지만 예약한 명소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이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특히 유머러스한 웨이터의 서비스에 기분도 좋아지고
저녁에는 파티를 열었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햇반, 라면과 김치 그리고 현지에서 산 각종 과일과 포도주를 방 앞의 마당 탁자에 펼쳐놓고 한 바탕 파티를 연 것이다. 카프리의 아름다운 마지막 밤을 만끽했다.
6.8(금) 카프리를 떠나 나폴리, 로마로
카프리는 나무가 많다. 새들도 많다. 환상적인 바다가 펼쳐져 있다. 기온이 적당하다. 자연 경관이 절경이다. 꽃들이 만발해 있다. 오전 아나카프리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곳에서 한 사람씩 타는 리프트로 갈아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눈 아래에는 절벽과 에머럴드 빛 바다와, 백합처럼 펼쳐진 카프리의 하얀 집 그리고 수평선이 펼쳐졌다. 안나카프리에 안 왔더라면 진짜 후회할뻔 했다.
12시 15분 배를 타고 카프리를 떠나 나폴리로 향했다. 오른 쪽으로는 베수비오 산, 소렌토가 보인다. 40여분 달리니 나폴리가 바로 앞에 있다. 택시를 탔다. 교통지옥이다. 어떻게 운전을 할 수 있을가 싶을 정도로 혼잡하다. 가방을 역에 맡기고 클린턴대통령도 먹었다는 피자집을 찾아갔다. 한참을 걸었다. 피자는 과연 맛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맛이라고 자랑할만하다.
나폴리국립고대박물관에 들렸다. 폼페이 유적에서 수집된 수많은 대리석상과 벽화들, 그리고 중세의 성화들로 가득하다. 최고의 소장품들이라고 한다.
로마로 출발했다. 한 시간여를 달리자 이태리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인 로마에 도착했다. 호텔은 바로 역 앞이었다. 이곳에서 이틀은 잔다. 저녁에 걸어서 트레비분수에 갔다. 수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야경도 환상적이었다. 트레비 분수 바로 앞에는 삼성갤럭시 3의 광고판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녁은 종선이가 검색한 명소를 찾아갔다. 예약을 안 해서 약 20분 정도를 대기하였다. 음식 맛이 괜찮다.
6.9(금) 로마 관광
우선 3일 이용이 가능한 패스를 끊었다. 지하철을 타고 먼저 콜로세움으로 갔다. 그곳부터 개선문, 프로로마, 바티칸시티, 스페인광장 등 별이 세 개 짜리의 명소를 차례로 들렸다. 시스티나 성당은 4시가 넘어서 도착한 바람에 아깝게 들어가지 못하였다. 참 많이 걸었다.
저녁은 엊저녁에 들렸던 그 식당에 미리 예약을 하고 만찬을 하였다.
만찬 후에 다시 힘이 났는지 트레비분수를 다시 들려 동전을 던졌다.
6.10(토) ~ 11(일) 드디어 한국으로 출발
호텔 차로 다빈치 공항으로 갔다. 한 시간 가까이 가는 도중에 칸조네를 들으며 로마의 외곽 모습을 감상하였다. 비행기가 의외로 늦게 출발한 통에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우리를 매우 뛰게 만들었다. 하룻밤을 지나서 한국에 내일 오전 도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