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니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은퇴’. 2001년 프로야구에는 나이를 잊고 마운드에 서는 그때 그시절의 스타들이 많다. 나름의 곡절과 사연은 많지만, 아직도 힘이 펄펄 넘치는 베테랑 스타들이 있어 프로야구는 풍성하다.
한화 김정수는 62년 7월생. 이제 마흔줄에 접어 들었다. ‘까치’라는 별명을 붙이기 민망스런 때가 슬금 다가왔지만 매서운 눈매에서 풍기는 독특한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김정수는 나이를 먹어도 ‘까치 ’는 나이를 먹지 않나보다.
뒤돌아보는 것이 더 익숙한 마흔. 김정수는 이제 새 출발선에 섰다. 평생 벗을 것 같지 않던 빨간 색 호랑이 유니폼을 내던지고 신생팀 SK로 옮긴지 1년만에 다시 독수리 부대에 합류했다. ‘까치’의 독기를 잊지않던 이광환감독이 불렀다.
김정수는 현역 마지막 순간에 입을 유니폼이 바뀌었다는 덤덤한 느낌 보다는 자신을 알아주는 지도자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 50경기서 1승4패(3홀드) 방어율 7.55를 기록한 김정수는 올해 왼손 릴리프로 나선다. 이제부터는 매순간 마지막이라는 생각 뿐이다. 파워는 사그러들었지만 그 눈매를 그라운드에서 다시 볼수 있다는 사실 하나가 팬들로선 즐겁다.
두산 조계현은 아직은 30대다. 생년월일이 64년 5월1일. 지난시즌이 끝난 뒤 얻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에 힘입어 다른 팀도 기웃거려봤지만 지난 10일 연봉 1억800만원(사이닝보너스 1억원)으로 두산에 눌러앉았다. 이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며 청춘을 되돌린 두산에서 뼈를 묻을 각오다.
조계현의 부활은 2000년 프로야구의 청량제였다. 출전한 16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7승3패 방어율 3.74. 억대 연봉을 받아든 2001년에 ‘싸움닭’은 두자릿수 승리까지 넘본다.
한화 이상군은 62년 4월생. 지난해 개인통산 100승을 채우며 원을 이뤘지만 올해도 그를 마운드에서 볼 수 있다. 구대성이 떠난 팀 마운드 공백을 지켜만 볼 수 없는 탓이다. 지난해 성적은 1승2패 방어율 방어율 4.75. 스무살 아래 제자들과 함께 마운드에서 서는 ‘플레잉 코치’ 이상군은 아직은 씩씩하다.
SK 조규제는 67년 10월7일생. 아직은 전성기가 몇차례는 더 남아있을 나이지만 현금 트레이드로 팀을 오락가락한 사연이 기막히다. 지난 98년 쌍방울 시절 박정현 가내영에 현금 3억원을 얹어 현대와 맞바꿔졌다가 지난 9일 다시 조웅천과 함께 15억원의 현금에 의해 SK로 돌아온 묘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긋지긋한 부상을 털어내고 쌍방울 시절 드날리던 최고 왼손 마무리의 명성을 되돌릴 꿈에 부풀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