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일해 남은 건 병든 육신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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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별 일을 다했다. 봉제를 시작으로 염색에 원단 포장박스, 자동차부품, 프레스, 도금일까지 3D업종이라면 광주광역시, 의정부시, 충북 음성군, 안산시, 양주시 등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 처음엔 30만원. 50~60만원으로 차츰 늘어 이젠 100만원쯤 번다. 그 덕에 고국 방글라데시에 사는 가족 살림살이에 보탬을 줄 수 있었다. 지참금으로 어려움을 겪던 누나와 누이동생 둘도 시집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남은 건 코ㆍ목 수술에 심장 수술로 병든 육신뿐. 1996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와 온갖 고생을 한 샤리풀 이슬람(32)씨 모습은 독일에 갔던 한국 광부, 간호사들과 어찌 그리 닮아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3월17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의정부성모병원에 입원한 이슬람씨는 내과병동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단 채 입원해 있었다. 곁을 지키는 이는 카타르 도하에서 일하다 동생의 갑작스런 수술소식을 듣고 달려온 둘째형 압둘 가데르(34)씨. 동생에게 오느라 비행기삯으로 2년치 월급을 날리게 된 둘째형은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슬람씨는 24시간 곁에 붙어 있는 형이 무척 의지가 되는 눈치다.
"형, 울지마. 수술이 잘됐다고 하잖아. 어머니에게는 수술한 것 얘기하면 안돼. 걱정하시잖아. 죽지 않을 거야.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도 고향에 가지 못했는데 나까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싶지 않아." 심장 관상동맥 3개 중 2개가 막혀 생존율이 불과 25%에 불과한 대수술을 버텨내고 살아난 이슬람씨는 오히려 형을 위로하려 한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 백정성(35)씨는 "관상동맥 중 하나는 손도 못대고 1개만 심혈관조영술로 풍선을 넣어 확장하고 그물망을 삽입해놨는데 재경색이 올 가능성이 커서 수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젊은 나이에 오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 체질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고, 앞으로 생존은 가능하겠지만 힘든 노동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슬람씨 수술 소식에 그가 일하던 도금공장에서도 사장을 비롯해 직원 3명이 모두 다녀갔다. 워낙 영세업체다보니 현재 2000여만원이나 쌓인 수술비 지원은 엄두도 못낸다. 이에 의정부교구 이주노동자상담소(소장 함패트릭 신부)에서 재정보증을 해 겨우 입원해 있는 상태. 실무자 박노희(안젤리카, 48)씨는 "상담소에 자주 나왔던 친구가 아닌데도 절 보더니 '누나' '누나'하면서 쾌활하게 잘 따른다"며 "현재 이슬람씨 친구들이 성금을 모으고 있는데 이주노동자들 사정이 뻔해 큰 도움이 못되고 있다"고 후원을 호소했다.
오세택 기자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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